통계로 본 12대국회 첫1년|국민의「정치수요」와 거리 멀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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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12총선을 계기로 드러난 국민의「정치수요」를 어떻게 조정해 나갈지 지대한 관심속에 출발했던 12대국회―.
이재형국회의장이 정기국회를 끝내면서『1백48건의 의안중 겨우49건만 처리됐다.』고 개탄했듯이 의안처리 면에서 12대국회의 첫1년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각종 통계를 보면 이는 여실히 증명된다.
우선 법률안처리부터 그렇다. 12대국회 1년간 제출된 총97건중 처리된 것은 고작 19건. 처리율이 20%에도 못미치고 있다.
이를 역대국회와 비교해보면 7대 때의 82.6%와는 말할 것도 없고 야당이 비교적 드셌던10대때가 70%였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얼마나 비능률적이었는가를 알수 있다.
게다가 처리된 19건도 추경예산을 다룬 임시국회에서「재외국민취적·호적정정 및 호적정리에 관한 임시특례법개정안」등 4건만 여야합의로 통과됐을 뿐 예산부수법안 5건은 민정당단독처리였고 나머지 15건은 민정―국민당만으로 처리됐던 것. 말하자면 3분의1이 넘은 의원의 의사가 반영될 기회 없이 통과된게 대부분이라는 얘기다.
○…국회의 중요한 고유기능중의 하나인 청원의 처리내용도 실망스럽다.
총40건중 단 2건만이「철회」형식으로 처리됐음뿐 38건은 손도 대보지 못한 실정.
이에 따라 뉴스·중계방송및 광고방송을 허용해달라는 내용의「기독교방송 기능정상화를 위한 대정부 건의문 채택에 관한 청원」등 나머지는 낮잠 자고 있는 상태.
국회공전일수와 상임위회의일수를 보아도 상황은 마찬가지.
제헌부터 11대에 이르기까지 국회가 1백24번 열리는 동안 공전사태가 있었던 국회가 37회였고 평균 공전일수는 19일.
제헌국회과 6대 때는 공전이 한번도 없었는데 12대는 1년만에 74일 (유회포함) 이라는 공전기록을 수립(공전율 53.6%).
지금까지 가장 높은 공전율을 보인때는「5.17」을 겪은 10대국회(80%)이고, 다음이「10.17」「유신」을 겪은 8대 국회(75%)로「번개가 찾으면 벼락이 친다」는 것을 실증.
우리 국회의 운영체제는 상임위활동중심.
그럼에도 불구하고 12대 1년간의 상임위활동은 회의횟수가 2백69회로 11대의 평균 연간회의 횟수인 3백47회에 비해 크게 못미치는 실정.
특히 정기국회만을 11대와 비교하면 이번 정기국회때 상임위횟수는 1백44회로 11대 첫정기국회때의 2백75회에 비하면 절반수준.
○…12대 개원국회인 1백25회 임시국회는 43일간의 협상끝에 의원임기개시 33일만에 개회.
김대중씨등의 사면·복권문제를 놓고 여야가 힘겨루기를 한 끝에 열게된 이 개원국회에서는 한번의 공전없이 47건의 의안중 24건을 처리.
그러나 처리된 의안은 노신영국무총리에 대한 임명동의안등 대부분 동의및 결의안 등이었고 △언론기본법폐지안 △군인사법개정안등 15건의 법률안과 7건의 청원은 심사를 못했다.
이어 7월에 경찰의 학원투입, 농성중인 노동자의 강제해산등 학원과 노사문제를 따진다며 신민당이 소집한 1백26회 임시국회는 민정당이 전당대회를 앞둔 야당의 집안싸움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며 불응. 결국 신민당 단독으로 12일간 회기로 개회했으나 개회식만 열렸을뿐 의사일정이 합의되지 않아 9일간 공전 끝에「남북적십자회담 1차 예비접촉에 관한 보고」만 듣기로 여야가 합의, 마지막 하루만 본회의를 열고 폐회.
추경예산을 다루기 위한 1백27회 임시국회는 공전도 없었고 4개법률안이나마 여야합의로·통과시키는등 비교적 유연하게 8일간 진행. 총 의안 39건중 14건을 처리했는데 법률안은 공증인법개정안등 4건.
○…1백28회 정기국회는 개회식만 열고 박·조의원사건으로 13일간 공전하는등 초반부터 난항을 거듭하다 결국 예산안 단독통과로 폐회.
90일 회기중 32일간이나 회의를 열지 못했는데 그 내용은 박·조의원사건으로 인한 13일을 위시해 △부의장파동으로 6일 △신민당의원들의 본회의장 예산통과저지로 2일 △예산단독통과후 11일 등이다.
30분 이상 개의가 지연된 횟수도 정기국회 때만 8회.
이는 11대때 4년간의 4회에 비하면 두배나 되는 횟수인데 그이유는 운영일정에 관한 여야합의가 잘 안됐기 때문.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식으로 그날 그날 의사일정에 합의하고, 또합의 했더라도 번복이 많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새로 구성된 국회가 첫 1년간을 어떤 색깔을 띠고 운영됐는가는 나머지 3년간의 모습에 관한 전망을 어느 정도 가늠케 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게 전문가의 관측이다.
이런 점에서 볼때 12대국회 첫1년간의 모습은 안정보다는 불안을, 낙관보다는 비관적인 측면을 강하게 풍겼다고 볼수 있다.<안희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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