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지는 '몬스터 유니온'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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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의 새로운 제작사 '몬스터 유니온'을 둘러싼 외주제작사와 방송사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한국독립PD협회 등 3개 단체는 15일 서울 자하문로 참여연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몬스터 유니온'의 출범은 방송영상산업 생태계를 망가뜨리는 시발점"이라며 "KBS가 민영방송과 다를 바 없는 길을 걷는 이상 TV 수신료 역시 포기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3개 단체는 "공영방송 본질의 의무를 방기한 KBS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참여연대와 연계해 국민적 저항에 나서겠다"고도 밝혔다.

이들은 현재의 방송환경에 대해 "대다수 독립제작사와 독립PD는 '편성권'을 내세운 방송사에 일방적으로 저작권을 빼앗기는, 만연한 불공정 관행으로 인해 정당한 수익 배분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자 "독립제작사는 자신의 이윤으로 부족한 제작비를 감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그럼에도 KBS는 내부 경영악화를 이유로 외주 제작사·독립PD와 균형 발전을 모색하기는커녕 점점 모든 권한을 다 갖겠다는 욕심만 가득하다"고 비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 안인배 회장은 "공영방송인 KBS를 시작으로 거대 방송사가 자회사를 통해 드라마·예능 제작에 나서면 외주제작사는 설 자리가 없어지고 산업발전은 기대하기 힘들다"며 "관련 정부 부처들이 나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독립PD협회 송규학 회장은 "콘텐트 산업을 키우려면 창작자가 모든 권리를 가져야 한다"며 "가장 큰 문제인 저작권은 방송사와 개별적으로 해결하기 힘들고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KBS는 같은 시각 보도자료를 통해 "현실을 모를 리 없는 일부 협회가 '몬스터 유니온' 설립에는 반대하고, 해외자본의 국내 제작기반 잠식에 대해서는 외면한다"는 비판으로 맞대응했다. KBS는 특히 해외자본의 국내 제작사 인수에 대해 "거대자본을 앞세운 마구잡이식 외주사 사냥은 장기적으로 국내 제작환경을 피폐화를 가져오고 블록버스터급 한류 콘텐트가 만들어져도 그 과실은 온전히 해외자본이 가져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국내외 유능한 제작인력도 중국으로 대량 유출되는 반면 국내 제작환경은 제작비가 폭등하면서 킬러콘텐트 제작은 엄두를 못내는 악순환에 접어들고 있다. KBS가 '몬스터 유니온'을 설립한 것은 이런 현실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절박한 인식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KBS는 또 "앞서 '몬스터 유니온' 설립을 계기로 기존 외주제작사와 공동기획, 공동제작을 통한 다양한 상생프로젝트도 기획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밝혔다"며 "'몬스터 유니온'은 향후 국내 외주제작사들과 협업을 통해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상생모델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다음달 정식 출범을 앞둔 '몬스터 유니온'은 KBS, KBS N, KBS 미디어가 공동으로 출자한 콘텐트 제작사다. KBS는 이달초 보도자료를 통해 이를 공식적으로 알렸다. 이에 따르면 '몬스터 유니온'은 "해외 시장을 겨냥, ‘태양의 후예’를 이어 한류를 이끌어 갈 대작 드라마와 국민 예능 등 강력한 방송 콘텐트의 기획, 제작"이 목표이며 "안정적인 해외투자 유치, 효율적인 사전제작 시스템으로 콘텐트의 완성도를 끌어올려 경쟁력을 강화하고, 다양한 부가판권 및 미디어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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