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찌민 핵심 상권 명물로 뜬 ‘따이한 마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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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호찌민 떤선녓 국제공항 인근의 ‘고밥(Go Vap)’ 지역은 현지 유통가에서 특별한 상권으로 꼽힌다. 한국인이 거의 거주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의 양대 유통 공룡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지역에는 이마트의 베트남 1호 점인 이마트 고밥점과 롯데마트 고밥점, 베트남 마트 2위 업체인 빅C 고밥점 등 3개 점포가 반경 4㎞ 이내에 모여 경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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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와 이마트가 베트남에서 경쟁을 벌이는 것은 ‘젊은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서다. 베트남 9300만 인구의 절반 이상이 30대 이하다. 게다가 전통시장 이용 비율이 75%가 넘는다. 앞으로 대형마트 시장이 성장할 여지가 많다. 특히 고밥 지역은 그 중에서도 소득수준과 눈높이 가 높은 젊은 중산층 부부가 많이 살기 때문에 각광을 받고 있다. 롯데마트는 2008년 베트남에 진출해 매장이 12곳(베트남 3위)이다. 지난해 12월 진출한 이마트는 고밥을 시작으로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젊은 중산층 부부 많은 고밥 지역서
국내 유통 빅2, 색다른 마케팅 작전
1호점 연 이마트, 한국형으로 승부
12호점 낸 롯데마트는 현지화 전략

지난달 25일 기자가 찾은 이마트 고밥점은 마치 한국의 이마트 매장 같았다. 한국에서 들여온 노란색 플라스틱 카트가 눈에 띄었다. 매장 한가운데에는 이마트 자체상표인 ‘노브랜드’ 제품들을 잔뜩 진열해놓았다. 회원카드에는 아예 ‘한국 1위 마트’라는 문구가 찍혀있었다. 장윤석 이마트 과장은 “한국 라이프스타일을 전면에 내세웠다”며 “합리적인 가격의 노브랜드 상품이 베트남에서는 ‘한국의 고급 제품’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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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일산 이마트타운을 열면서 선보인 전자제품 전문매장 ‘일렉트로마트’도 있었다. 한국에도 영등포·판교 등 일부 지역 밖에 없는 매장이다. 평일 오후인데도 매장에서 드론이나 피규어를 시험하며 즐기고, 노래 반주(가라오케) 기기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베트남 소비자들이 적지 않았다. 스타벅스와 한국식 삼겹살집 등 주변 매장도 ‘한국 느낌’을 물씬 풍긴다. 베트남에서 스타벅스 매장은 호텔·백화점·고급쇼핑몰에만 매장을 냈었지만, 한국 스타벅스를 운영하는 신세계그룹의 설득으로 이마트 고밥점에 입점했다.

반면 3㎞ 떨어진 롯데마트 고밥점은 마치 베트남 마트 같았다. 자체 브랜드 상품도 베트남에서 개발·생산한 ‘베트남 초이스엘’이 1000여종이나 된다. 베트남 소비자의 입맛에 맞춘 정통 쌀국수를 비롯해 잡곡과 과자도 베트남에서 만든 것이다. 올해 말에는 현지에 진출한 롯데 계열사의 포인트 제도를 모두 통합한 ‘베트남 엘포인트’도 만든다.

롯데마트는 한국으로 베트남 상품을 수출까지 한다. 한국 점포로 G7 커피 등을 수입 판매하는 것은 물론, 매년 여름 ‘베트남 특별전’을 진행한다. 베트남 외식업체 1위인 롯데리아를 비롯, 롯데호텔·백화점 등 계열사들이 대거 진출해 있어 베트남 현지 기업과 비슷한 수준의 ‘애국심’을 현지에서 기대하기 때문이다.

매년 베트남 정치인이나 현지 언론이 “롯데마트는 한국에 베트남산 제품 수출을 얼마나 했느냐”고 지적할 정도다.

이렇게 대조적인 두 마트지만 대형화, 엔터테인먼트 시설화 전략은 동일하다. 이마트가 1만579㎡(3200평), 롯데마트가 1만3223㎡(4000평) 규모다. 방문객 수는 하루 평균 1만~1만5000명 가량 된다. 두 점포 모두 오토바이가 주요 교통수단인 현지 사정에 맞춰1500대 규모의 오토바이 주차장을 구비했다. 두 곳 모두 990㎡(300평) 규모의 키즈 카페도 있다. 아기를 데리고 온 가족 단위 고객을 겨냥했다. 볼링장과 영화관 등 편의 시설이 롯데마트는 6600㎡(약 2000평), 이마트는 4628㎡(약 1400평) 규모다.

홍원식 롯데마트 베트남법인장은 “베트남은 놀이동산이나 영화관이 적어 가족들이 대형마트에서 레저와 휴식을 모두 즐기는 경우가 많고, 경영 측면에서도 소비자 물가가 워낙 싸서 신선 식품보다는 외부 매장 임대료에서 수익을 내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호찌민(베트남)=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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