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국회 동의 거쳐야” 김종인 “국회 비준 필요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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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주한미군 배치 문제에 대한 침묵을 깼다.

안철수 “국가적 의제 국민투표를”
이원종 전 수석 “국민투표 주장은
위기 관리 무능력자로 비칠 수도”
학계 “내부분열은 중국에 압박 빌미
대선주자들 정쟁 일으키지 말아야”

문 전 대표는 지난 8일 사드 배치 결정 발표 이후 닷새간 입장을 내지 않았다. 하지만 문 전 대표는 1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익의 관점에서 볼 때 (사드 배치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은 결정”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사드 배치 결정의 재검토와 공론화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미 “사드 배치 자체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대변인을 통해 밝혔던 같은 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와는 다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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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비판 수위도 김종인 대표보다 높았다. 김 대표는 지난 12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미) 미군이 결정하고 (우리 정부와) 협의했는데 찬반을 따질 차원을 넘어선 것”이라며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보다 설득력 있는 자세로 적극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 전 대표는 “한반도 위기의 본질은 북핵 문제인데 사드 문제에 매달리는 것이 되레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제 공조를 위태롭게 만드는 안보전략의 무능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정부가 종합 안보적 사안을 정부 내 안보라인 중심으로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졸속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는 국회 동의도 요구했다. “사드 배치는 부지 제공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의 증액 등 우리의 재정적 부담을 수반한다”면서다. 그는 “한·미 주둔군 지위 협정(SOFA)으로 인해 국회 동의 없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면 국회는 차제에 SOFA 개정을 검토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반면 김 대표는 “(사드 배치 결정은) 조약이 아니기 때문에 국회 비준은 필요 없다”는 정부 입장에 동의한다. 사드에 관해 더민주 전·현직 대표의 이견이 선명히 드러난 셈이다. 김 대표는 문 전 대표의 국회 동의 요구나 SOFA 개정 문제에 대해선 “그게 되겠느냐”고 일축했다. 제정부 법제처장도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사드 배치가 국회 동의 사안이냐는 질문에 “별도의 국회 동의가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론으로 ‘사드 배치 결정 철회’를 내세운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페이스북에 “문 전 대표가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고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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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전 대표는 그러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국민투표론’까진 나가지 않았다. 안 전 대표는 지난 11일 공식 논평을 통해 “(사드 배치는) 국가의 명운을 결정할 국가적 의제니 국민투표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삼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이원종 전 수석은 “국민투표나 근거 없는 주장을 하다간 대선을 앞두고 국가 위기를 관리할 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손병권 중앙대 교수는 “사드 배치 문제를 놓고 국회 동의 논쟁 등 한국 내부가 분열되는 모습을 보이면 중국이 한국을 압박할 여지를 높여준다”며 “대선 주자급 인사들이 나서서 정쟁이나 국론 분열을 일으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유미·이지상 기자 groun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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