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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행위 혐의 김상현 임의탈퇴…별들의 추락 왜 이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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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스포츠 스타들의 도덕적 해이가 위험 수위다. 원정도박·음주운전·승부조작으로 시끄러웠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모럴 해저드로 인한 사건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사과와 재발 방지를 외쳤던 구단 및 행정기관의 목소리가 무색할 정도다. 프로야구 kt는 2009년 홈런왕 김상현(36)의 임의탈퇴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13일 요청했다. KBO가 임의탈퇴를 공시하면 김상현은 최소한 1년 동안 선수로 뛸 수 없다. 1년 후에도 kt의 동의가 있어야 복귀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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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현은 지난달 16일 전북 익산시 한 주택가에 차량을 세워놓고 창문을 열어놓은 채 행인 A씨(20)를 보고 자위행위를 한 혐의(공연음란죄)로 불구속입건됐다. 피해 여성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차량 번호를 조회해 김상현을 붙잡았다는 사실이 지난 12일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여성이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면 행위 자체만으로 공연음란죄가 성립된다”고 밝혔다. 김상현은 경찰 조사에서 “순간적으로 충동을 참지 못해 저지른 일이다. 고의성은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현의 행동에 실망감을 느낀 팬들의 비난이 커지자 kt는 하루 만에 김상현에 대한 중징계를 결정했다.

빅리거 강정호 성폭행 논란 이어
홈런왕 출신 김상현 “충동 못 참아…”
kt, 비난여론 커지자 중징계 결정
1년간 못 뛰고 구단 동의 있어야 복귀
전문가 “경쟁 내몰려 윤리교육 소홀”
일부선 “솜방망이 징계가 사태 불러”

지난 5일에는 메이저리그 강정호(29·피츠버그)가 20대 여성 A씨로부터 성폭행 혐의로 고소당해 미국 경찰이 수사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지난달 데이트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강정호를 만난 A씨는 “강정호가 준 알코올성 음료를 마신 뒤 정신을 잃었고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아직까지 A씨의 일방적인 주장만 나온 상태지만 강정호는 이에 대한 언급을 일절 하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시즌 중에 숙소로 여성을 불러들인 건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 나온다.

범죄와 연루되진 않았지만 타이거 우즈(41·미국)는 섹스 스캔들로 인해 ‘골프 황제’의 명성을 잃었다. 지난 2009년 우즈가 레이첼 우치텔이라는 여성과 외도를 했다는 사실을 한 매체가 보도한 이후 추문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20여 명의 여성과 혼외정사를 가진 사실이 드러나면서 우즈는 1억1000만 달러(약 1300억원)의 위자료를 지급하고 아내 엘린 노르데그렌(스웨덴)과 이혼했다. 이후 우즈는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고 예전의 기량을 되찾지 못했다. 광고 계약도 크게 줄어들었다.

지난 12일에는 전직 프로축구 선수 홍모(31)씨가 사기죄로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전·현직 축구선수 7명에게 투자금 명목으로 9억여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2013년 부상으로 은퇴한 홍씨는 불법 스포츠 도박에 빠져 모아둔 돈을 탕진했고,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스포츠 선수들의 일탈은 환경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체육철학자 김정효 박사(서울대 강사)는 “체력이 강한 스포츠 선수들은 일반인보다 남성성이 강하다. 어렸을 때부터 남성 집단에서 훈련을 하면서 경쟁에 내몰린다. 그러느라 윤리교육을 제대로 받을 기회가 없다”고 설명했다.

정희준 동아대 생활체육학과 교수는 “스포츠 선수들은 원정경기가 많아 유혹에 더 많이 노출되는 게 사실”이라며 “그렇지만 김상현의 임의탈퇴 징계는 과한 측면도 있다. 사건의 경중에 따라 누구나 납득할 수 있도록 처벌 수위를 공정하게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구단·협회·연맹의 솜방망이 징계가 이런 사태를 낳았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10월 kt 포수 장성우는 전 여자친구와 주고받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시지를 온라인에 올리면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장성우는 1심과 항소심에서 벌금형(700만원)을 받았지만 구단은 50경기 출장금지 징계를 내렸다.

올해 3월에는 kt 외야수 오정복이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됐다. 오정복은 구단으로부터 10경기 출장정지와 벌금 30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KBO가 추가 징계를 내렸지만 결국 15경기 출장정지와 유소년 야구 봉사활동 120시간에 그쳤다. 김정효 박사는 “일벌백계와 재발 방지를 위해 강력한 처벌을 내리는 게 필요하다. 아울러 어린 선수들에게 지속적인 윤리교육을 통해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효경·박소영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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