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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잡는 기업들 돈보따리 잡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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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사업 아이템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일상의 문제 해결에 집중하면 기회가 찾아온다.”

제조업체들 관련 사업 확장 한창
공기청정기 시장 올해 1조원 예상
삼성 무풍에어컨 판매 2.4배 늘어
고등어 소동에 먼지 흡수 팬도 인기
포스코는 산업용 집진기 수출 나서

잭 도시 트위터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2009년 미국 실리콘밸리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 기업 ‘스퀘어(Square)’를 만든 짐 맥켈비 스퀘어 공동창립자의 말이다. 창업·경영 달인들은 이처럼 ‘일상의 불편에서 사업 아이템을 찾으라’고 조언한다.

최근 국내 제조업계도 일상 속 골칫거리인 ‘미세먼지’를 소재로 사업 확장에 나섰다. 미세먼지 시대의 신(新) 풍속도다. 이들은 미세먼지 줄이기에 기여하는 친환경 제품을 선보일수록 이전보다 많은 수요가 창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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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업종에선 마스크 외에도 실내 공기를 정화해주는 공기청정기가 인기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14년 3000억 원이던 국내 공기청정기 시장 규모는 지난해 5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가전 기업들은 이런 공기청정기만 출시하는 게 아니다.

올 들어 선보인 삼성전자 ‘무풍 에어컨’과 LG전자 ‘휘센 듀얼 에어컨’은 에어컨의 ‘본업’인 냉방 외에도 ‘부업’인 공기청정 기능을 강조한 신제품이다. 지름 2.5㎛ 이하 초미세먼지를 에어컨 내부 센서로 감지해 필터로 걸러낸다. 삼성 관계자는 “무풍 에어컨 ‘Q9500’은 1월 출시 후 6월까지 전년 동기 프리미엄 에어컨 판매량의 2.4배인 10만대가 넘게 팔렸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인 ‘비트파인더’는 올 초 미 라스베이거스의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실내 미세먼지 농도 측정과 공기 질 관리 기능을 갖춘 공기측정기 ‘어웨어(Awair)’를 선보였다. 노범준 비트파인더 대표는 “각 가정에서 미세먼지 농도를 실시간 확인하고 생활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며 “잘 때 문을 닫을 지 열 지 결정한다거나, 요리할 때 미세먼지가 얼마나 생기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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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관련 용품:마스크·공기청정기·구강 위생용품 등
자료: 각 업체·롯데하이마트·관세청·EBI

스마트홈 구축에도 기여하는 이 제품은 현재 북미 등지로 수출되고 있다. ‘청림아쿠아’는 미세먼지를 물에 녹이는 ‘물필터’ 기능을 갖춘 물필터 청소기를 만들어 2008년 이후 약 60만 대를 팔았다. 올 들어서만 50%의 판매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김현주 청림아쿠아 대표는 “비가 내렸다가 날이 개는 풍경을 보고 물필터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전했다.

중소 주방기기 제조사들 역시 아이디어로 승부한다. 지난해 설립된 스타트업 ‘리벤’은 2년여의 연구 끝에 미세먼지를 흡수하는 ‘양면팬’을 개발했다. 팬 양쪽의 구멍과 구슬이 미세먼지를 불에 태운다. 환경부의 “밀폐된 주방에서 고등어를 구울 때 미세먼지가 나온다”는 발표로 세간이 떠들썩해지면서 제품 문의가 많아졌다. ‘화이버텍’이 15일 출시하는 친환경그릴 ‘브라텐’엔 미세먼지 배출을 막는 특허 기술인 ‘친환경 용융금속 추출법’이 적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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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관련 용품:마스크·공기청정기·구강 위생용품 등
자료: 각 업체·롯데하이마트·관세청·EBI

B2B(기업 간 거래)에서도 미세먼지는 주목받는 사업 아이템이다. 포스코ICT는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제거용 전기집진기를 수출하고 있다. 올해 중국에서만 70대를 수주했다. 최근 중국 정부가 미세먼지 배출 기준을 40㎍/㎥에서 20㎍/㎥로 낮추는 등 규제 강화에 나서고 있어 사업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바른전자’가 지난해 개발한 와이파이센서보드와 ‘쓰리엔텍’이 세계 67개국에 수출 중인 차량용 연료조절장치도 미세먼지 측정 또는 배출 억제 기능으로 업계의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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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관련 용품:마스크·공기청정기·구강 위생용품 등
자료: 각 업체·롯데하이마트·관세청·EBI

미세먼지와 같은 환경 문제를 해결하는 이른바 ‘환경산업’은 그 중요성이 점차 커질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EBI에 따르면 세계 환경산업 시장 규모는 2014년 9780억 달러(약 1123조원)에서 2020년 1조1610억 달러로 증가가 예상된다. 특히 사물인터넷(IoT)의 발달로 미세먼지를 측정하는 센서 등이 유망 분야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관계자는 “중국 등 미세먼지로 몸살을 앓는 신흥시장에서 환경산업 수요가 급증세”라며 “기업들이 신흥시장을 적극 공략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2000~2013년 세계 환경산업 시장 성장률은 연평균 2.7%, 그중 신흥시장에선 7%대였다. 김태공 아시아평화경제연구원 이사는 “기업들이 신기술 확보뿐 아니라 가격경쟁력 강화에도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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