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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선진국」의 조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2000년을 향한 과학기술발전 장기계획」에 따르면 우리는 서기2000년에「세계15위의 경제주요국」과「세계 10위의 기술선진국」을 달성하게 되어있다.
그 청사진은 일견 고무되는바 없지 않으나 한편으로 불안감도 지울수가 없다.
과학기술처의 말대로 앞으로 15년간은 정치·경제·사회적으로 급격한 변화가 예상되는「대변혁의 시기」가 될 것인데 지금 제시된 화려한 청사진이 아무 탈없이 순조롭게 달성되어야만 할 것이다.
계획의 실천에는 현실적으로 기술축적의 취약성, 정치·경제·사회적 불안, 정책의 일관성 부족은 적잖은 문제가 있다.
하지만 그같은 장애를 극복하기 위해 제시된 장기계획의 의욕과 반도체·컴퓨터·정보통신·생명공학·신소재·정밀화학등 성공가능성이 큰 분야를 중점 육성한다는 전략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제시된「기술선진국」의 청사진은 현실적 여건조성면에서 아직도 산적한 문제를 안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선 과학기술 투자면에서 선진국수준에 크게 뒤지고 있다. 83년에 우리는 GNP대비 1.25%인 7천2백82억원을 과학기술투자에 썼다. 그 것이 선진국의 2.5%내지 3%에 비해 현저히 뒤진다는 것은 물론이다.
또 연구개발투자도 83년에 우리가 GNP의 1.06%인 8억달러일때 미국은 2.65%인 8백77억달러, 일본은 2.33%인 2백74억달러였다. 비율이 문제가 아니라 절대투자규모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세계1위와 3위를 달리는 미국과 일본에 비하면 우리의 투자격차는 엄청난 것이다. 그렇지만 그 격차 해소를 위해 1991년까지도GNP대비 2.3%로밖에 연구개발투자를 늘리지 못한다는게 안타깝다.
연구원수의 부족도 심각하다. 83년에 미국이 75만명, 일본이 37만명일때 우리는 3만2천명이었다. 인구 1만명당 8명인 우리의 인력은 미국의 30명이나 일본의 28명과 경쟁할 수가 없다.
그 점에서 2001년까지 인구 l만명당 30명인 15만명의 연구인력을 양성해야 한다는 요구는 불가피한 것이다.
그 요구를 타개하는 문제에는 기초연구투자의 부족과 연구투자가 민간주도형이란 문제가 결부된다.
구미선진국들이 물자의 심층세계와 생명의 본질등 과학적 지식의 탐구에 오래도록 투자해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대학의 연구투자비중이 높아 일본은 16.1%, 서독은 15.8%였다. 그에 대해 우리의 10.3%는 큰 낙후다. 고급인력의 84%를 점유하는 대학의 연구기능이 연구개발 투자부족과 연구기능의 낙후로 제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낭비다.
이는 과학기술투자중 민간부담이 62%나 된다는 사실과 함께 우리의 과학기술발전의 어려움을 설명하고 남는다.
그같은 경향이「금방 팔리는 기술」만을 연구하게 함으로써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연구를 등한히 하는 결과를 빚을 위험도 있다.
실제 올해 일본의「과학기술백서」는 일본의 연구비와 연구인력이 세계3위 수준을 유지하지만 지적축적면에서 미국이나 서구선진국들에 비해 격차가 크다고 경고하고 있다. 85년 일본의 지적축적은 미국의 28%에 불과하다는 탄식이다.
「기술대국」일본이 이처럼 자신의 낙후를 우려, 개탄하고 있는데 하물며 우리의 낙후는 더 말할 것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과학기술처는 아직까지 우리의 낙후를 과학적으로 분석, 평가하는「과학기술백서」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2000년대를 향한 과학기술입국을 위해서는 또 국제협력시대에 살수 있는 지혜추구도 있어야한다. 과학기술발전은 독자적인 노력도 필요하지만 과감한 기술도입의 병행으로써만 가능한 것이다.
정부의 헌신적인 노력이 없으면 이 화려한 청사진은 빛바랜 황사진이 될수 있다는 것을 경고하지 않을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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