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이 몰려오고있다"|미 비즈니스 위크지 한국경제 특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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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국내에서 한국에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있다.
지난 5월 뉴스위크지가 커버스토리로「Herecomes korea,inc」(한국주식회사가오고있다)라는 제목으로 특집을 실은데 이어 비즈니스위크지도 최근호(12월23일자)에서「한국人이 오고있다」(The koreans are coming) 는 제목으로 한국경제를 커버스토리로 실었다.
특히 현대자동차의 미국상륙을 앞두고 일고있는 미국내의 관심을 반영하고 있는데 일본언론처럼 호들갑스러운 내용은 아니고 한국경제를 일본과 여러면에서 비교, 장·단점을 세밀히 지적하고있어 주목된다. 다음은 기사의 요지.
자동차의 미국상륙은 한국경제의 미래가 걸린「한판승부」가 될것이다.
이는 지난 50년대 서독 폴크스바겐, 70년대 일본 도요따 자동차의 미상륙과 같은것으로 자동차상륙의 성공여부야말로 한국이 철강·섬유·신발·봉제완구등의 값싼 상품만 수출한다는 이미지를 벗을수 있는 결정적 계기가 될것이다.
물론 한국은 가격경쟁력에서의 우위로 몇몇 주요제품에서는 미국시장내에서 상당한 몫을 점하고있다.
예컨대 삼성전자의 VTR나 금성사의 컬러TV등은 싼 가격과 오랜 보증혜택등으로 일본의 몫을 잠식하고있다.
대우의 퍼스널컴퓨터도 큰 인기인데 이는 무엇보다 lBM의 같은급제품보다 절반밖에 안되는 가격때문이다.
미국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는것은 한국으로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닌 당위의 문제가 됐다.
건설·섬유·조선등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고 일본과 유럽은 수입장벽을 높이고 있다. 결국 남은것은 미국시장에서 미국이나 일본상품과 맞서 싸우는 길 뿐이다.
한국은 한국전쟁으로 인한 페허더미에서 이제는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OECD24개국중 절반정도를 따돌릴만한 GNP 8백10억달러 규모의 국가로 성장했고 1인당 국민소득은 포르투갈과 맞먹는 2천달러수준까지 와있다.
그러나 이같은 성장에도 불구, 빈부의 차는 상존하고 있으며 또 현재의 성장세를 유지하고 4백50억달러에 달하는 외채를 감당키위해서는 적어도 연간 7%의 성장은 이뤄야한다는 부담이 있다.
그런데 일본의 도약기만큼 요즘 여건이 좋지 못하다.
일본의 수출드라이브 정책은 세계교역량이 급팽창 하던시기와 맞아 떨어졌지만 한국은 30년대 이후 최악의 보호무역주의 시대를 헤쳐나가야만한다.
한국의 또하나의 약점은 내수기반이 약하다는 점이다.
일본의 경우 자체시장에서 충분한 테스트를 거친후 물건을 외국에 수출할수 있었던 반면 한국은 수출을 하면서 문제점을 찾아내고 고쳐야하는「시행착오」라는 어려운 과정을 겪고있다.
지금까지 미국시장에서 일본상품과 경쟁해 발판을 굳힌 한국제품들은 디자인보다는 싼가격에 힘입은바 크다.
올해 미국에 첫수출을 시작한 VTR는 싼가격으로 삼성·금성의 두메이커가 미전체시장의 10%를 차지할수있었다.
한 극동경제전문가는 최근일본의 엔화강세는 일본의 가격경갱력을 떨어뜨려 일본으로하여금 보다 고가의 제품에 주력케 할것이고 한국은지금껏 일본이 차지하던 시장을 대신할수 있을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가 있다. 많은 한국기업들이 상당부분의 자본과 기술을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는점 이다. 예컨대 VTR의 경우 판매가의 30%는 일본에서 들여온 부품값으로 나가야 된다는 것등이 문제다.
기술력의 결핍은 한국경제에 있어 아킬레스건이나 마찬가지다.
한국기업은 미국에 대해 일본과 경쟁키 위해서는 한국의 노동력과 미국의 기술이 결합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쪽의 생각은 다소 다르다.
지금당장은 기술제공이 미국에도 다소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일본과 마찬가지의 경쟁상대국으로 클것이라고 보고있기 때문이다.
한국정부는 이같은 기술개발력의 부족을 자체적으로 극복키위해 연구개발투자를 늘리고 향후 5년간 연구인력을 2배로 확충한다는 계획을 갖고있다.
그러나 기술개발로만 끝낱문제는 아니다.
기업이 창조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한국정부가 과거 조선·섬유·건설등의 과잉투자를 초래한 정책개입을 완화해야만 한다.
한마디로 시장원리에 맡겨야한다.
한국은 올해보인 저성장에도 불구 충분한 성장잠재력이 있는 나라다.
문제는 이같은 성장을 어떻게 적절히 유지하며 성장의 몫을 빈자에게 분배하느냐하는 일이다. <박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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