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 할증제의 실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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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고속도로 휴일할증제」를 폐지하라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으나 이에대한 당국의 뚜렷한 방침이 아직 나오지 않고있다.
지난 10월6일부터 실시된 할증제는 실시 2개월째가 되면서 당초 목표이던 유류절감효과가 기대했던것보다 낮게 나타나자 12월11일 민정당정책위건설분과위 회의를거쳐 폐지한다는 방침이 발표되었다. 그러나 할증제를 입안했던 경제기획원등의 반대로 또다시 반전, 엉거주츰한 상태에 있는 모양이다.
정부의 방침이나 정책이 갈피를 잡지못하고 갈팡질팡하는것도 민망하거니와 하나의 정책이 판단과 예측의 잘못으로 빗나갔을때 정책당국이 뒤늦게나마 잘못을 솔직이 시인하고 이를 바로잡는데 우물쭈물하는 심사 또한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휴일할증제 실시후 나타난 효과는 고속도로 차량댓수가 10·2%가 줄어 그동안 3억5천6백만원의유류가 절감된 것으로 집계됐다. 또 도공의 수입은 78·5%가 늘어 9억5천만원이었다고 한다.
이같은 결과를 뒤집어 말한다면 3억5천만원의 유류절약을 위해 이의 3배에 가까운 부담을 고속도로 이용객들에게 추가로 걸머지게한 셈이다.
이같은 정책은 좋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 수단이나 방법이 어떠하든간에 상관없다는 것과 다를바 없다. 예컨대 수도권 인구집중을 막는다는 목적을 위해서는 수도권에 이주해오는 사람들에게 턱없이 무거운 세금을 물리거나 인구분산을 위해 수도권에 사는 시민들에게 고액의 주민세를 물려도 무관하다는 발상과도 크게 다를것이 없다.
하나의 정책이 성공하려면 그 정책의 목표와 명분이 뚜렷하고 정책구현 수단도 누구나 납득할 수있어야하는데 기껏 3억여원의 유류절약을 위해 이에 몇갑절이나 되는 통과료를 부담시킨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유류절약이 목적인지, 아니면 고속도로 수입증가가 진정한 목표인지 분간할수 없는 정책인 것이다.
더구나 휴일할증제실시후 많은 차량들이 고속도로를 피해 지방도로를 이용했다고 한다.
지방도는 대부분 노면상태가 좋진않은데다 굴곡· 우회노선이어서 거량마모도 쉽게 되고 유류도 훨씬더 소비되게 마련이다.
그렇다면 할증제실시로 고속도로는 통행거량이 10·2%가 줄었다 손치더라도 지방도로는 오히려 늘어 정작 당국이 목표했던 차량통행억제에 의한 유류절감효과는 소기의 성과를 얻었는지 여부도 모를 판이다.
휴일통행차량이 총체적으로 줄지않았다면 지방도 이용차량의 유류소비가 더 많은점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전체 유류소비량은 늘어났을 가능성도 있다. 정부의 정책은 면밀한 검토와 철저한 사전조사끝에 이루어져야 하고 잘못이 나타나면 즉각 시정하고 보완을 서둘러야 하는 법이다.
유류절약이 목적인지, 고속도로의 소통률을 높이자는 것인지, 아니면 고속도로 수입을 올리자는 것인지 분간하기조차 어려운 휴일할증제는 즉시 시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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