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국민을 개·돼지라 말한 공직자 즉각 퇴출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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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은 개, 돼지”라고 발언했던 나향욱(47·2급)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11일 국회에 나와 “과음으로 기억나지 않지만 제 본심이 아니다”고 말했다. 나 기획관은 앞서 지난 7일 교육부 대변인, 대외협력담당관과 함께 경향신문 출입기자들과 저녁 자리에서 “신분제를 공고화해야 한다” “민중은 개, 돼지로 보고 먹고살게만 해주면 된다” “민중은 99%, 나는 1%가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 등의 발언을 했다고 이 신문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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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은 개, 돼지”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왼쪽)이 11일 오후 국회 교문위에 출석해 “국민께 죄를 지었다”며 사죄했다. [사진 박종근 기자]

나 기획관은 이날 오후 4시30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여러 기사의 댓글을 보면서 정말 제가 잘못했구나, 죽을 죄를 졌구나 느꼈고, 죽고 싶을 정도로 국민께 죄를 지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 본심에서 한 말이 아니다”고 말했다.

국회 불려 나온 나향욱 기획관
“죽고 싶을 정도로 국민께 죄 지어”
박지원 “박 대통령이 파면해야”
이준식 부총리는 거취 고민 중

그는 문제의 ‘개, 돼지’ 발언에 대해 “과음한 상태에서 영화(‘내부자들’)에 그런 대사가 나온다고 하자 기자들이 불쾌해하며 논쟁을 벌인 상황만 기억이 나는데 (다음날) 기사를 보고 정말 내가 그런 말을 했느냐 싶을 정도로 기억이 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의원들이 “‘신분제를 공고화해야 한다’는 등 나머지 발언도 했느냐”고 따지자 “그 말들도 했는지 기억이 없다. 신분제는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신분제가 공고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뜻에서 한 말이었지 제 원래 생각과 다르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송기석 의원이 “이른바 심신상실 상태였다는 주장인데, 영화 대사는 어떻게 기억을 하느냐”고 묻자 나 기획관은 “정말 죄송하다. 구체적으로 어떤 말을 했는지 기억 안 나는 부분이 많다”고 답했다.

나 기획관은 이날 “사퇴할 의사는 없느냐”는 질문에 “사퇴하고 싶은 마음에 알아보니 조사 중에는 사퇴가 안 된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번 사건에 대해 ‘책임진다고 했는데 사퇴도 고려하나’라는 더민주 김민기 의원의 질문에 “제가 책임질 수 있는 부분인지, 책임 회피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또 “소속 공무원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국민께 심려 끼친 데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며 “ 어떤 변명도 있을 수 없다. 조사 결과에 상응하는 엄중한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 기획관은 이날 오전 회의에는 “심신상태가 좋지 않아 경남 창원 본가에서 요양 중”이라며 불참했다. 이에 여야 의원들이 이 부총리에게 “제 식구 감싸기냐”고 반발하면서 회의가 시작 39분 만에 중단되기도 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비상대책회의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 받으면서 주인을 개, 돼지라고 말하는 공직자가 박근혜 정부에 있다는 것 자체가 부끄럽다”며 “공직에서 퇴출돼야 하며 신속한 조치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도 “우리들이 개, 돼지가 되지 않기 위해 막말을 한 교육부 고위 공무원을 아리송하게 처벌할 게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 즉각 파면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정효식·이지상 기자 jjpol@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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