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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문경 정기영 씨의 귀농별곡

조인스랜드

입력

[농촌진흥청기자]

정기영 씨는 2011년 3월 16일까지 경기도 성남에서 회사생활을 하다가 나흘 뒤인 3월 20 일 짐을 싸서 고향인 경북 문경시로 내려왔다. 먼저 귀농해 농사를 짓고 있는 부모님의 건강이 많이 안 좋아진 것이 귀농을 결 정한 중요한 계기가 됐다.

"부모님께서 사과농사를 짓고 계신데, 연세가 많아지고 몸이 안 좋아지다 보니 많이 힘들어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귀농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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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귀농한 정 씨의 부모님은 경기도 성남시에도 거처를 두고 사과농사철이 되면 문경으로 내려와 농사를 짓는 식의 반 귀농의 형태로 과수원을 일구고 있었다. 대추밭이었던 이곳에 사과나무를 심어 멋진 과수원을 만들었지만 계속 농사를 짓기에는 힘이 부쳤다.


그동안 가꿔오던 과수원을 떠나는 것이 아쉽지만 아들 식구가 뒤를 잇는다고 하니 마음이 든든하다.

"사과나무를 내 몸처럼 생각해야 농사가 잘 되는 겁니다. 농사는 거짓말을 안 하니까요."

정 씨의 귀농선배인 아버지 정정길 씨는 작물에게 정성과 사랑을 다해야하는 농사꾼의 자세를 이야기했다. 또한 우리 농업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젊은 농업인을 잘 양성해야 한다면서 젊은 귀농인들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정부차원에서 많은 정보를 제공해주면 잘 사는 농어 촌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어촌이 잘 살면 도시민도 잘 살 수 있다며 농업과 농촌의 중요한 가치 를 알아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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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귀농현실

"기반이 없는 사람이 귀농을 하려면 정말 많은 자본이 필요해요. 자본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절대 적인 어려움이 있지요."

특히, 사과와 같은 과수를 선택해 귀농하는 것은 많은 자본이 필요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정씨는 조언한다. 땅과 시설, 주택 마련 등 공통적으로 지출이 필요한 부분 외에 나무를 식재하는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지자체의 지원과 유치의지가 부족한 것도 저에게는 어려움 중에 하나였어요. 귀농하는 사람들이 공짜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얻으려는 것인데, 좀 더 적극적이고 친절하게 설명해주면 좋겠어요."

귀농에 필요한 여러 가지 정보들을 얻기 위해 관련기관을 찾아갔을 때 '그냥 도시에 살지 농촌에는 뭣 하러 왔냐'는 식의 시선과 퉁명스러운 응대는 귀농에 첫발을 내딛는 정 씨에게 심적으로 큰 부담이었다. "정보가 너무 부족할뿐더러 얻으려 노력해도 쉽지가 않아요. 행정기관에 귀농 전담 부서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정 씨는 현재 가족들이 다함께 모여서 살 집을 짓고 있다. 그런데 이 집을 짓기 위해 땅을 마련할 때도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 힘들었다. 농촌에서는 작은 단위로 파는 토지가 거의 없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넓은 면적의 땅을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 이마저도 나중에 알고 보니 일반적인 시세보다 훨씬 비싸게 구입한 것 이었다.

이런 현상은 비단 정 씨만이 겪는 어려움은 아니다. 이렇게 속은 듯이 땅을 사고 난 후부터는 무슨 일을 하더라도 왠지 의심이 든다고 정 씨는 말한다. 인심 좋은 농촌을 꿈꾸고 내려왔다가 더 큰 상처를 받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것은 귀농이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무조건 저렴한 땅을 구입하는 것도 위험하다. 저렴하다고 임야를 구입했는데 산지전용일 경우에는 농지로 바꾸기 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허가 사항은 물론, 전기, 수도, 배수로 등 농사를 짓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시설이 들어와 있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도로 등 기반시설이 열악한 곳이 많기 때문에 특히 안전사고에도 조심해야합니다. 저도 큰일 날 뻔 했었죠." 농촌의 도로가 상당부분 정리가 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열악한 곳이 많다고 정 씨는 말한다.

특히, 정 씨의 과수원은 산 중턱에 위치하 고 있어 SS기(스피드 스프레이어)를 이용해 수확한 사과나 농자재를 실어 나르는 모습은 상당히 위험해보였다. 실제로 정씨는 SS기를 타고 과수원 에서 내려오다가 뒷바퀴가 미끄러져 굴러 떨어지는 아찔한 사고를 경험하 기도 했다. 자칫 목숨을 위협받을 수 도 있었던 위험한 사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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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막했던 사과농사, 농업교육으로 해결

"막상 농사를 지어보려고 하니 막막하더라고요. 그냥 봐오던 것과는 많이 달랐어요. '그동안 부모 님께서 고생을 많이 하셨구나'하는 생각이 들더 라고요." 8년 전 문경시로 귀농해 사과 과수원을 일구신 부모님의 기반이 있었기에 도전 은 했지만 막상 농사를 지으려고 보니 너무 아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여주농업경 영전문학교에서 농업창업교육 과수과정을 수강했다. 교육을 통해 농사의 기본과 과수의 전반적인 특성을 배울 수 있었으며, 특히 도움이 됐던 것은 한 동네에 살고 있던 사과농사로 유명한 멘토를 소개받은 것이다. 생산기술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문경시농업기술센터의 친절한 설명도 많 은 도움이 되고 있다.

특히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지역단위별로 교육능력을 가진 숨 은 고수들이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몇몇 농가들을 모아서 교육하는 현장실습교육장 (WPL)이 실제 농사 노하우를 배우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가족들의 귀농 생활을 철저히 준비하라

"귀농을 한다고 했을 때 아내는 사실 반대하는 입장이었어요. 편하게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굳이 농사를 짓는다고 하니 당연히 이해가 안됐겠죠. 귀농 후 생활이 더욱 좋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 주기위해 노력했어요."

다른 귀농인들과 마찬가지로 정 씨 역시 아내를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도시에서의 각박한 삶을 벗어버리고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보자고 아내를 설득했다. 과수원에 몇 번 다녀가면서 익숙해지기도 하고, 정 씨의 확고한 결심을 알게 된 아내는 결국 귀농을 함께 하기로 했다.

1년에 걸친 끈질긴 설득 끝에 귀농 을 결정했지만 앞으로 아내가 만족할 수 있는 귀농생활을 함께 만들어 가는 것도 정 씨에게는 상당히 중요한 과제이다. 정 씨에게는 초등학교 6학년 아들과 1학년 딸 두 자녀가 있다. 딸은 전교생이 16명에 불과한 집 근처 당포초등학교에 다니기로 했고, 아들은 읍내에 있는 중 학교에 보내기로 했다.

교육의 질은 도 시가 나을지도 모르나 시골학교의 정취, 추억은 도시에서는 얻을 수 없는 값진 재산이 될 것이다. 교육방송이나 인터넷 강의를 추가로 활용해 학업에 있어서도 도시 아이들 못지 않은 교육이 가능하다. 다행스럽게도 아이들은 계곡에서 물놀이 도 하고, 자?로 내려올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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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익은 사과처럼 행복한 열매 맺을 것

"현재 상태로는 도시에서 만큼의 소득은 힘들 것 같아요. 하지만 5년 이내에는 도시에서보다 더 많 이 벌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귀농 1년차로 당장에 많은 소득을 기대하기는 힘들지만 정 씨의 목표는 뚜렷하다. 베테랑 사과농사꾼이 될 때까지 열심히 농사 기술을 배워서 현재 우리나라 사과시장이 처해있는 위기를 당당하게 돌파해 나갈 것이다.

또한 이렇게 차근차근 실력을 쌓고 노력하면 향후 5년 이내에는 도시에 서 보다 더 나은 수익창출도 가능할 것으로 믿고 있다. "사무실에 앉아만 있다가 이렇게 몸을 움직이니까 확실히 건강이 좋아지더라고요. 사람으로부터 받는 스트레스도 줄고, 맑은 물과 공기를 항상 곁에 두고 지낸다는 것이 지금 당장 느끼고 있는 큰 장점이에요."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사는 것에 대해 큰 어려움이나 회의 같은 것은 없었지만 도시생활의 어쩔 수 없는 스트레스는 정 씨에게 고지혈증, 소화불량 등의 성인병을 가져왔다.

귀농 후 이러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건강한 삶을 선물 받았다고 말하는 정기영 씨와 그의 가족이 귀농을 통해 행복한 인생의 열매를 맺기를 기대해본다.


자료출처 : 농촌진흥청 귀농귀촌종합센터(농림수산식품부, 새싹농부! 희망을 노래하다,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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