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위안」타결직전서 급전직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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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민당이 민정당측 제안을 거부한직후인 아침6시15분, 민정당지도부는 즉시의원총회를 소집키로하고 소속의원들을 수배.
참석의원들은 이의장·진의종의원·이용훈의원등 3명이빠지고 1백45명.
진의원은 신법으로 바깥출입이 없었던터였고 이의원은전날 과음으로 밤중 의원총회에도 참석치못하고 옆방에있었는데 2일 회의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또 회의장에는 보도진만의출입이 허용됐고 146호실로 통하는 복도양편에는 의원보좌관들수십명이 열을 지어 사람바리케이드를 쌓는 한편 유리로된 출입문도 봉쇄.
만반의 준비를 갖춘 민정당은 그러나 의총부터열어 맨처음 이대정사무차장의 당무보고부터 시작.
이차장은 『학생들의 불법점거로 연수원이 많이 파괴됐는데 실무책임자로 죄송하게생각한다』는등 실무사항을장황하게 보고.
이차장의 보고가 진행될때정순덕총장·이총무·정시채부총무는 잠시 회의장 밖을다녀왔고 이차장의 보고가끝나면서 다시 회의장에 나타난 이총무는 노대표등 당지도부와 굳은 표정으로 밀담.
7시4분 갑자기 등단한 김종호예결위원장은 『제11차 예결위전체회의를 개의한다』며방망이를 두드렸고,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계수조정소위의심사결과를 상정한다』 『소위심사보고는 서류로대신한다』 『이의 없습니까』 『없으면가결을 선포합니다』 『산회합니다』는등 일사천리로 진행.
이어 옆에서 기다리던 최영철부의장은 즉시 사회봉을넘겨받아 제l8차 본회의 개의를 선포했고 『의사일정 1항부터 8항까지를 일괄상정한다』고 선언.
최부의장은 연신 방망이를두드리며 『검토보고를 서류로대치합니다』 『이의없읍니까』『없으면 가결을 선포합니다』『산회합니다』는등 숨쉴틈없이 회의를 진행.
따라서 방망이 소리는 각12회씩 모두 24회이며 전체소요된 시간도 2분이 채 못됐다.
「본회의」가 진행될 즈음에는 눈치를 챈 신민당의원들이 몰려와 고함을 치기 시작했는데이때 민정당의원들의 표정은 창백.
순식간에 일을 모두 치르고 난 민정당의원들은 문을부수는 소리가 거세어지자 당사무처요원을 동원, 문을 수비케하는 한편 재떨이·안내판등을 치우는등 부산.
또 예결위로 통하는 양쪽문에는 책상으로 겹겹이 방어선을 구축.
신민당의원들이 가운데 문을 부수는 소리가 거세어지고의원들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자 이총무가나서서 『어떤일이있더라도 냉정하게 참아달라』 『맞서거나 하지말라』고 당부.
그렴에도 몇몇의원들은 『저들이 오기전에 뒷문으로 빠지자』 『경위들은 뭘하기에제지를 않느냐』는등 불안한표정.
이때 노대표·최부의장·이총무·김예결위원장 김용태재무위원장은 상임위간사등 젊은 의원들이 에워싸 보호했고 다른 의원들은 자리에 입을 굳게 다물고 앉아 있었다.
○…신민당의원들이 예산안단독통과낌새를 눈치캔것은본회의장에서 의총을 끝내고나오던 상오7시5분.
김동영총무와 김형내부총무가 의총결과를 이의장에게 전달하기 의해 의장실로 향하던중 신민당의 한 의원보좌관이 『민정당의총장소에 국무위원까지 들어가 있다』고 보고하자 김총무는 급히 본회의장으로 달려가 『날치기 통과하려한다』고 고함.
이어 김총무를 앞장세워 신민당의원들이 민정당 의총장소인 1층 146호실로 우르르 돌진.
그러나 민정당측은 146호실에 이르는 양쪽 복도 대형유리문을잠그고 보좌관들을 시켜 지키게 하는등 만반의 준비.
문이 잠겨있음을 안 신민당의원들은 흥분하기 시작, 유리창을 깨고 문을 연뒤 들어가려다이를 제지하려는 민정당 보좌관들과 실랑이. 이바람에 이상민, 신순범의원등 몇몇의원이 손 팔등에가벼운 찰과상을 입었다.
복도를 통과한 신민당의원들은 회의장으로 막바로 들어가려했으나 문이 잠겨있었다.
김동영총무와 장기욱·최낙도·신순범·김형내의원등이쇠막대기를 가져와 15분간 문짝을 부수기 시작.
이때 김득수·김태룡의원들은 문틈을 들여다보며 『야, 이 강도들아』 『너희들 들어가면 죽는다』는등 욕설.
7시25분. 견고하던 문짝이 손잡이부터 떨어지며 열리자 신민당의원들이 일시에몰려들어가며 『죽여라』는등일제히 고함.
이때 민정당의원들은 제자리에 앉은채 아무소리도 없이 신민당의원들의 행동만 주시.
먼저 들어간 신순범·장기욱의원등은 앞자리에 있던 김종호예결위원장을 잡아일으켜 『역사에 부끄럽지도 않느냐』 『너희들 멋대로 통과시키느냐』고 거칠게 흔들며 격분.
다른 의원들도 의석앞으로몰려와 민정당의원들을 바라보며 『우리가 의총을 하는중에 이따위 짓을 하다니』 『날××보다 더한×들』 『이게대화냐』는등흥분상태로 고함과 욕설.
김위원장은 신민당의원들에둘러쌓였으며 신기하·김동주의원등이 『역사의 파멸을 네가 책임져라』는등 욕설과 삿대질, 몸을 및치는등 소란을피웠고 이곳 저곳에서『죽여라』는 고함도 터졌다.
한쪽에선 김동영총무와 김형광부총무가 이세기민정당총무를 잡아일으켜 『우리가 의총하는중에 이런 법이 어디있느냐』고 항의했고 이에 이총무가 『진정하고 이야기하자』고 말하자 김총무를 비롯, 신민당의원들은 『진정이라니무슨소리냐』고 이민정당총무를 뒤쪽으로 떠밀었다.
이때도 이곳저곳에서 『4·19팔아먹지말라』 『야, 이 사기꾼』 『개××』등 욕설이 난무.
이민정당총무는 뒤쪽으로끌려가는중 멱살이 잡혀 넥타이가 반쯤 풀어겼고 아무소리도 못한채 하얗게 질린표겅.
정시채민정당부총무가 이를말리려하자『야,시채야.가만있어』라는 고함이 터져나오는가 하면 『조감법을 날치기시킨 재무위원장도 찾아라』는 말도 튀어나왔다.
이상익민정당 중앙위의장이소란중에 일어나 『힘으로 하지말고 조용히 얘기하자』고말하자 신민당의원들은 일제히 『입다물어』 『까불지 마라』는등 소리쳐 일축.
신민당의원들은 『이자리에서 무효화시켜라』 『민정당의총의 결의사항일뿐 무효다』고 주장하는가하면 『국회를해산하라』 『하늘이 무섭지않느냐』는등 중구난방으로 아우성.
김현수신민당의원은 자신의의원배지를 떼어 민정당의석쪽으로 내동댕이 치며『배지달고 부끄러운줄 알아라』고 격분.
잠시 소란이 그치자 김신민당총무가 『날치기 시켰는지확인해 보라』고 누군가에게지시하자 홍사덕대변인이 『7시4분에 상정해 본회의절차까지 모두 마쳤다고한다』고실명.
이에 김총무는 다시 한번 『나쁜 ×들』 『무효다』라고흥분.
이어 홍대변인은 『민정당의원들이 보는 가운데서 성명을 발표하겠다』고 말한후 떨리는 목소리로 『오늘 우리는민정당의 실체를 재삼 확인했다』로 시작되는 성명을 메모없이 즉석에서 발표.
성명이 발표되는동안 여야의원모두 엄숙한 분위기.
이어신민당의원들은 김정길의원의 선창에따라△민정당의총을 통과한 86예사안과 모든 입법은 무효다△재벌위한 조감법에국민은 통곡한다△군사독재 타도하고 직선개헌쟁취하자라는 구호를 일제히외치고 퇴장.
이때가 상오7시42분으로신민당의원들이 퇴장할때까지 민정당의원들은 거의전원 제자리에 앉은채 심각한 표정으로 아무말없이 사태의 추이만 관망.
○…여야간 접촉이 활기를띠기 시작한것은 2일새벽l시부터.
의장실에시 임영철부의장과김동영신민당총무가15부쯤 만난데이어 새벽5시까지 총무회담을 비롯,김총무-최부의장회담, 최부의장의 노태우민정당대표방문, 정재철 정무장관의신민당총재실방문,이재형의장의 이신민당총재방문등이잇달아 진행되는 가문데 숨가쁜 움직임.
여야의 잦은 접촉과 별도로 민정당은 의원총회를 비롯해 당직자회의등을, 신민당은 세차례의 총재단회의를 갖는등 나름대로 대책을 숙의하느라 분주.
최부의장-김총무 요담과 곧이어 열린 새벽1시30분의3당총무회담에서 『헌법연구회설치 보장』이란 민정당의 카드가 처음으로 제시.
이 카드에대해 민정당측은신민당이 당연히 받아들일것으로 낙관했으며 김총무도 『민정당측이 처음으로 헌법문제 논의에 마음을 연것』으로 판단, 회담장 문을 나설때는 상당히 밝은 표정이었다.
이세기민정·김용채국민당총무는 회담후 『잘될것같다. 대표회담이 곧 열릴것』이라고말해 타협이 끝난것처럼 말했고 김신민당총무도 『상황이긴박하니 회담내용은 잠시후발표하겠다』 고 최종 총재단 재가만 남았음을 암시.
대표회담주재를 위해 이의장도 새벽1시50분쯤 등정, 주위에서 『익은 감 꼭지떨어지기만 남았다』고 낙관적 추측이 만발.
그러나 신민당총재단회의는40여분동안 격렬한 논쟁끝에강경입장으로 결론.
특위명칭속에 『개헌』이란문구가 들어가야하며 특위설치일자도 확고히 못박아야한다는게주요골자.
총재단 회의는 의원총회를소집, 이같은 방안을 추인받으려 했으나 막상 소집해놓고보니 의원들은 『헌법연구위원회도 무방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어서 의총소집을 부랴부랴 취소.
이때 김총무는 본회의장 공중전화로 어딘가와 한동안 통화.
이는 김영삼씨와의 통화이며 김씨가 민정당안을 받아들이자는 지침이었다는 후문.
새벽3시20분쯤 김총무는의장실과 총재실을 수시로 왔다갔다하며 최부의장 정정무장관과 절충하는 한편 총재단을 설득.
최부의장·정정무장관도 민정당대표위원실을 수시로 드나들며 절충을 시도.
이과정에서 민정당측은 『특위설치시기를 시정연설을 위한 임시국회때한다』는 또하나의 양보카드를 제시. 3시50분쯤 김총무가 다시 이카드를 총재단회의에 내밀고 『헌법연구위』 로의 양보를 설득.
총재단중 완강한 입장은 이총재와 양순식부총재두명뿐.
이중재·이기택·김수한·노승환 부총재등은 『민정당이상당히 양보한것』을 내세워받아 들이자는 입장이였으나이총재등이 워낙 강경해 강력히 의견개진을 못했다.
이총재는 김총무의 설득에 『당신네들이 총재하쇼』라고벌컥 역정을 낼 정도.『받자』는 『안된다』는 줄다리기가 계속되던중 고협압증세가 있는 이총재는 한때 머리가 아파 국회의무실 간호원이 달려오고 청심환을 들여보내느등 소동. 진찰 결과혈압은 정상으로 나타났다.
이총재의 완강함이 전해지자 정정무장관이 달려와 한동안 설득했고 뒤이어 이의장이 최부의장을 대동하고이총재를 방문.
15분쯤 면담후 이의장은 『이총재가 고혈압이라 문병왔을뿐』이라고 설명했으나최부의장은 『이의장이 우리가마지막으로 봉사하자, 잘해나가자고 설득했다』고 귀띔.
뒤이어 정정무장관이총재를재차방문, 10분쯤있다 나오며서 『5시20분 대표회담이다』고만 밝혀 타결됐음을 시사.
그러나 새벽5시20분 의장실에 이의장과 이만섭국민당총재, 이세기민정·김용채국민당총무등이 기다리고 있었으나 노민정당대표와 이신민당총재는 불참.
신민당은 다시 총재단회의를 가졌고 역시 헌법연구로는 안된다는데 재확인, 김총무가 『의원총회를 열테니 다시 기다려달라』는 내용을들고 의장실에 들어가 이민정당총무에게 연락.
이민정당총무는 다시 노대표에게 다녀온뒤 『헌법연구위를 이번 회기내 설치하는데까지는양보했으나 또다시 조감법찬반토론과 예산안삭감을주장해 더이상 양보할수없게됐다』고 결렬됐음을 발표.
이어 민정당은 146호실에서, 신민당은 본회의장에서각각 의원총회에 돌입. <전육·안희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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