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혐의 강정호, 운명 가를 3가지 의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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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7일(미국 현지시간) 일리노이주 시카고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메이저리그(MLB) 피츠버그 와 시카고 컵스의 경기.

강정호(29·피츠버그)는 9회 초 대타로 출전해 컵스의 투수 저스틴 그린에게 삼진을 당하고 돌아섰다. 이날 경기에서 피츠버그는 0-6으로 졌다. 강정호는 숙소인 시카고 웨스틴 호텔로 돌아와 휴식을 취했다. 그날 밤 10시쯤 20대 여인이 강정호의 호텔 방안으로 들어갔다. 그날 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 약물 사용했나
“술 마시고 20분 뒤 정신 잃어”
여성 주장 사실 땐 성폭행에 무게

미국 유력 일간지 시카고 트리뷴은 "강정호가 컵스전 이후 데이트 어플리케이션(앱) ‘범블’을 통해 만난 23세의 여성 A씨를 성폭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시카고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고 5일 보도했다. A씨의 주장은 상당히 구체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강정호는 사건에 대해 침묵하고 있어 의문이 커지고 있다. A씨의 주장은 사실일까. 그 진위 에 강정호의 야구인생이 달려 있다.

시카고 경찰에 따르면 강정호는 이날 밤 A씨를 호텔로 불러 술을 먹이고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강정호가 준 알코올성 음료를 마신 뒤 15~20분 후 정신을 잃었으며,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상태에서 강정호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A씨는 사건 이틀 후 병원을 찾아가 증거채취 검사를 받았고, 다시 열흘이 지난 뒤 경찰에 신고했다. 사건 발생 12일 만이었다.

A씨의 주장은 강정호가 술에 수면제 등의 약물을 탔다는 뉘앙스로 들린다. 약물을 탔다면 합의에 의한 성관계가 아니라 성폭행을 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

피츠버그 구단에는 비상이 걸렸다. 프랭크 코넬리 사장은 “이번 사태를 매우 심각하게 주시하고 있다.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지금 우리가 말할 수는 없다.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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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도적 접근인가
앱에선 여성만 먼저 말걸 수 있어
강정호 호텔방 스스로 찾아와

반전의 여지는 있다. ‘범블’의 특성상 여성 A씨가 다른 의도를 가지고 강정호에게 접근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범블’은 각자의 위치를 기반으로 남자와 여자가 연결된다. 단, 여자만 먼저 말을 걸 수 있다. ‘범블’에서는 여성이 선택권을 갖는다. 즉 A씨가 먼저 강정호에게 말을 걸었고, 채팅 후 그의 호텔로 찾아갔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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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에서는 선수들과 여성 팬의 개별적인 만남을 금지한다. 낯선 여성이 선수에게 사인을 요구하며 접근했다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MLB에서는 실외라도 낯선 여성과 단 둘이 있는 걸 피하라고 반복적으로 교육한다.

피츠버그는 이날 세인트루이스 와의 경기 선발출전 선수 명단에서 강정호를 제외했다가 5-2로 앞선 9회 초 그를 대타로 내보냈다. 강정호는 중전안타를 날렸다.
강정호와 피츠버그 구단은 A씨가 지난달 경찰에 신고한 것을 알고 있었다. 사건 발생 직후인 지난달 18일부터 5일 시카고 트리뷴의 보도 이전까지 강정호의 타격은 극히 부진했다. 이 기간 타율이 0.122(41타수 5안타·2홈런)에 그쳤다. 5일 성폭력 혐의 사실이 밝혀지자 강정호와 그의 에이전트 앨런 네로는 모든 인터뷰를 거부한 채 입을 굳게 닫았다. 현지 인터뷰에도 응하지 않았고, 팬들과 소통했던 소셜미디어(SNS) 계정도 닫았다.

| 처벌은 어떻게 되나
성폭행 확정 땐 최소 4년 징역
판결 전 출전정지 징계받을 수도

MLB 사무국은 지난해 8월 ‘가정폭력·성폭력·아동학대 방지 협약’을 발표하고 이 문제는 특히 엄하게 다스리기로 원칙을 정했다. 이에 따라 아롤디스 채프먼(28·뉴욕 양키스)은 지난해 10월 여자친구 폭행 혐의로 30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다. 지난해 11월 아내를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던 호세 레예스(33·콜로라도 )는 51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다. 지난 4월 여성 폭행 혐의로 체포된 헥터 올리베라(31·애틀랜타 )는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인데도 82경기 출전정지 처분을 받았다.

성폭행 혐의가 입증된다면 강정호는 이들보다 무거운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일리노이주에서 성폭행은 최소 징역 4년형에서 최고 종신형의 처분을 받는다.

혐의를 벗는다면 강정호에겐 기회가 있다. 클리블랜드 투수 대니 살리자르(26)는 지난해 2월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그러나 클리블랜드 경찰은 증거 부족을 이유로 그를 기소하지 않았고, 살리자르는 현재 정상적인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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