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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학력성적」의 신뢰성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문교부가 대입학력고사때 고사실 수험인원을 줄이고 교사를 늘려 고사감독을 강화하기로 한 것은 때늦은 감은 있으나 잘한 일이다.
올해의 경우 대입학력고사를 치른 수험생은 70만명에 이르지만 이가운데 실제로 대학에 입학하는 인원은 3분의1도 채 안된다.
비록 모두가 성취를 하는 것은 아니라해도 어떤 목표를 정하고 그 목표를 향해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귀중한 경험이다. 더우기 이 시험은 12년동안 닦은 학력을 결산한다는 뜻뿐이 아니고 한사람의 일생이 걸린 승부장이란 의미마저 띠고있는 것이 어떻든 현실이다.
그런데 고사장의 환경이나 여건이 공정한 경쟁을 보장해주지못한다면 이게 어디 예삿일인가.
고사장에 따라 부정행위가 있다는 소문은 그동안 파다했다. 어느지역이 갑자기 고득점자가 많아졌다해서 설왕설래도 있다. 답안 쪽지를 돌리라고 공갈협박하는 바람에 커닝을 시켜준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적발되면 같이 퇴장을 당하는 이중고로 일부 수험생은 시험을 치르면서 8시간 내내 식은땀을 흘렸다는 것이다.
2만개가까운 교실에서 시험을 치르다보면 극히 일부라해도 부정이 저질러지고 감독교사가 이를 눈감아 주는 결과를 빚는 일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극단적인 예라해도 부정행위가 있다는 것은 국가시험의 권위와 공신력에 상처를 주고 불신의 소지를 낳게 하는 게 사실이다.
한 교실에 40명씩을 넣으면 아무래도 커닝의 유혹을 받기 쉽다. 교실당 수험생을 30명선으로 줄이는 것은 우선 그런 유혹을 느끼지않도록 한다는 점에서 필요하다. 여기에는 상당한 예산이 소요되겠지만 수험생들이 당국의 공정성을 믿고 시험을 치르도록하는 조건은 마련해 주어야한다.
자격시험이라해도 시험은 공정하게 치러지는게 원칙이다. 하물며 대입과 같은 경쟁시험이 공정성을 잃는다면 어떤 말로도 설명이 되지않는다.
수단이야 어떻든 목적만 이루면될 것이 아니냐는 사고방식처럼 비교육적인 것은 없다. 학력고사장의 공정성 보장이 장차 이 나라 이 사회의 근본에도 직결된다고해서 과언은 아닐 것이다.
대입시험을 중학교교실에서 치르는 것도 개선되어야한다. 시험후 책걸상이 맞지않아 고통을 당했다고 많은 수험생들은 호소하고있다.
어른이 어린이용 자전거를 탄 꼴이라고나 할까. 하루종일 긴장을 하는 수험생들이 문자그대로 좌불안석이었다니 얼마나 딱한 노릇인가.
교실의 조명 또한 문제다. 전국에서 일제히 치르게되니까 어느 지역은 날씨가 좋아도 어느지역은 눈비가 올수 있다. 뿐더러 조명이 잘되지 않을 경우 창가에 앉은 학생보다 컴컴한 구석에서 시험을 치르는 학생이 불리할 것은 뻔하다.
몰라서 못썼다면 몰라도 자리가 불편해서, 또는 글자가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워서 쓰지못했다는 핑계는 대지못하도록 해주어야 한다.
갖가지 무리를 무릅쓰고 꼭 대입을 국가가 관리해야겠느냐는 문제는 젖혀두고라도 우선 모든 수험생이 페어하게 최선을 다할수 있는 환경과 여건은 마련해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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