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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2와 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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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암을 정복하는 연구가 새로운 경지에 접어들었다.
종래의 치료는 무기물에 의존해 암세포만을 골라서 파괴하는 것이 어려웠다. 암세포를 도려내는 수술도 역시 인체의 다른 곳에 숨어 있는 암세포는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지난 7월 「레이건」 미국대통령의 암치료를 주도했던 「스티븐·로젠버그」박사 (미국립암연구소외과수석의)가 착안한 암치료법은 유기물을 이용하고 있다.
그 원리는 한마디로 인체에 암이 나타나면 여기에 대항하는 항체가 생기는데, 그 항체의 힘을 북돋워주는 방법이다. 따라서 인체의 어느 구석에 숨어 있는 암세포일지라도 끝까지 추적해 파괴해 버리는것이다.
최근호 미국 경제잡지 포천이 커버 스토리로 소개한 「인터로이켄(Interleuken)2」로 불리는 이 치료제는「3부의 교양악단」에 비유되고 있었다.
첫째, 인체에 암세포가 나타나면 B임파구(세포)라는 항체가 공격을 시작하는데, 그는 암세포를 직접 죽이기도 하고, 다른 면역체들에 경종을 울려 활동을 독려하는 구실도 한다.
둘째, 혈구생성조직에서 발생하는 T세포로 이 항체는 조력자, 공격자, 억제자등 여러가지 역할을 한다. 우선 조력자역 T세포는 적(암)이 쳐들어 오면 B세포를 흔들어 깨우고 그 수를 증식시킨다.
공격자역 T세포는 직접 나서서 암세포를 파괴한다. 억제자역 T세포는 암세포를 무해무득한 중립적 존재로 만들어 버리는 역할을 한다.
세째, 청소부역을 하는 세포의 등장이다. 그는 항체들이 공격해 죽여버린 적(암)의 시체를 처리하는구실을 한다.
「로젠버그」박사는 우선 암환자의 백혈구세포를 10% 빼내 여기에 「IL-2」 (인터로이켄2)를 혼합해 환자에게 주사하는 요법을 사용했다. 말하자면 암세포와 싸울 항체의 병력(수)을 늘려주고 또 전투력을 북돋워주는 방식이다. 따라서 암세포 만을 골라 끝까지 추격해 파괴하거나 무력하게 만들수 있다.
물론 지금 연구가 끝난 것은 아니다. 아직 5∼10년의 더 깊은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의사들은 말한다.
그러나 이미 임상실험을 통해 「로젠버그」박사가 밝혀낸 결과는 30명의 암환자에게 「IL-2」를 투여해 2명은 9개월만에 완쾌, 13명은 암세포를 절반으로 줄어들게 하는데 성공했다.
이탈리아의 볼로냐병원에서도 6명의 방광암 환자가운데 3명은 완쾌, 2명은 암세포의 70%를 퇴화시킬 수 있었다.
이제 의학자들은 비로소 암의 근원에 도전하는 노력을 하고 있는것 같다. 인류적인 격려와 박수를 보낼만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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