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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스일가 해외재산 "수십억불"|뉴욕·런턴·로마에 수억불짜리 맨선소유|4백50만불어치 가구등 한번에 사들여|공금·미원조 착복, 기업지원사례금등 받아 치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필리핀 「마르코스」대통령일가의 재산이 「수십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20일자 미뉴욕타임즈지의 보도는 역사상 최악의 경제불황, 반정부세력확산 및 신인민군 (NPA)의 무장폭력으로 불안한 필리핀의 앞날을 더욱 암담하게 하고 있다.
미상원정보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마르코스」 일가의 축재가 지나쳐 필리핀 경제의 커다란 부담이 되고 있으며 수십억달러를 해외로 빼돌려 필리핀 경제를 말려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또 대통령부인「이멜다」여사를 세계에서 가장 돈많은 여자로 표현하면서 지난81년 뉴욕의 사회사업가인 「새뮤얼」여사가 사망한 후 그녀가 수집했던 가구와 영국골동품을 경매에 부치려 하자 4백50만달러상당의 이 유품을 「이멜다」여사가 한 수출입회사를 통해 몽땅 사들여 뉴욕의 한 저택으로 운반했다고 「새뮤얼」여사의 친척들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마르코스」일가의 축재는 ▲정부투자기업을 통한 공금횡령 ▲미국의 원조착복 ▲절친한 기업가를 지원해 주고 받는 돈 ▲군사장비 도입시 커미션 수수등의 방법으로 행해지고 있다고 이 신문은 폭로했다.
필리핀의 3백3개 정부투자기업중 30개에 「이멜다」여사가 회장으로 앉아있다.
지난해 필리핀 회계감사원의 보고서는 이들 정부투자기업들이 정부재정적자 30%에 상당하는 결손을 내고있는것으로 밝히고있다. 「이멜다」여사 소유의 30개회사중 6개만이 재무구조가 정상이고 나머지는 부실기업으로 드러났다. 직·간접적으로 「마르코스」부부가 장악하고 있는 이들 정부투자기업들은 대통령의 특명으로 회계감사를 면제받는 등 정확한 결손원인을 밝힐수 없는 실정이다.
또 필리핀 정부는 83년 「마르코스」친구인 「로돌포·쿠엔카」가 소유하고 있는 부채10억달러의 부실그룹을 비밀리에 지원하면서 그해 필리핀 총통화의 20%에 상당하는 자금을 쏟아 부은 것으로 미캔자스주 주립대「린다·리히터」정치학교수가 의회의 증언에서 밝혔다.
이밖에 이번달 미일반회계국(GAO) 및 국제개발처(AID)는 대북원조금 사용실태조사에서 원조금이 「이멜다」여사의 금고로 흘러들어가고 있음을 밝혀냈다고 발표했었다.
이렇게 해서 모아진 재산은 「철나비」로 불리는 「이멜다」여사가 미국·유럽등지로 날아다니며 부동산·은행소유·주식·귀금속·골동품등의 형태로 주로 해외에서 투자되고 있다.
지난 8월 야당이 조사한 것에 따르면 ▲미국에 뉴욕시크라운빌딩 (싯가 5천1백만달러)등 7억5천여만달러 ▲영국에 맨션(1천8백만달러) ▲이탈리아 로마에 맨션(2천만달러) 등 분산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이 수치는 미상원정보의원회의 추산수치보다는 10분의 1밖에 안되는것.
「이멜다」여사는 또 미국은행에 상당한 현금을 예치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83년 암살된「아키노」반정부 야당지도자가 귀국하기 직전 필리핀 대사관에서「이멜다」는 「아키노」를 만나 귀국을 극구 만류했다. 이때 「아키노」에게 내건 조건이『무한정한 자금지원을 약속할테니 귀국하지말고 사업을 하라』는 것이었다.
50년대 피아노회사외판원시절부터 마닐라타임즈지의 민완기자 「아키노」의 친구였던 「이멜다」는 『당신의 표현대로 나는 아시아에서 가장 돈이 많은 여자입니다. 록펠러은행의 내 구좌에 돈은 얼마든지 있으니 그 돈으로 사업을 하세요』라고 「아키노」를 설득했으나 「아키노」는 『돈에는 관심이 없다』며 한마다로 거절하고 귀국을 강행했다.
이같은 상황아래서 필리핀국민들은 최악의 경제불황으로 신음하고 있다.
필리핀은 지난해 동남아시아국가연합 (ASEAN)회원국 중에서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는데 이는 필리핀 역사상 처음있는 일로 GNP성장률은 마이너스5.5%였다.
외채는 2백60억달러를 넘어섰으나 이를 갚은 능력이 없어 지난해 10월까지 모두 다섯번의 국제부도를 냈다. 또한 주요 외채조달원중의 하나인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번달에 제공하기로 한 4억5천3백만달러상당의 차관을 필리핀이 IMF가 요구하는 경제개혁을 하지않는다고 제공보류함으로써 외채상황은 더욱 악화돼 가고있다.
이밖에 실업률 36.5%, 지난해 인플레율 63%로 「마르코스」만큼이나 필리핀 경제는 병을 앓고 있다. <김상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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