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도 의원끼리 얘기할 때 ‘존경하는’ 네 글자 꼭 붙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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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의원은 본회의에서 다른 사람을 모욕하는 발언을 할 수 없다.’

19대 국회서 73명 막말 문제됐지만
윤리특위 징계 의결된 건 4년간 0명
부적절 언행 즉각 회부해 징계해야
‘의장님, 발언 중단시켜 주십시오’
미국선 간접대화법으로 다툼 피해

‘의원은 회의 중 함부로 발언을 해 다른 사람의 발언을 방해할 수 없다.’

국회법 146조와 147조다. 이 법에 따르면 5일 20대 국회 첫 ‘본회의 막말사건’의 당사자인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과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은 법을 어겼다. 의석에 앉아 김 의원의 대정부질문을 중단시킨 이 의원은 147조를, 그런 이 의원을 향해 “이런 사람을 국회의원이라고 뽑아 놨느냐”고 외친 김 의원은 146조를 위반했다. 하지만 국회법에는 이 조항들을 위반했을 때 처벌하는 조항이 없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국회법은 국회 운영의 절차를 담은 ‘절차법’이어서 처벌 조항까지 담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19대 때였던 2013년에 국회법을 엄격하게 고쳐 막말을 줄여보자는 개정안이 제출된 적이 있다. 하지만 법안을 낸 새누리당 이노근 전 의원부터가 이듬해 12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긴급현안질의 중 야당 의원들을 향해 “버릇을 고쳐야 한다”는 발언을 해 구설에 올랐다. 이 의원의 개정안도 의원들이 뭉갠 나머지 19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20대 국회까지 ‘막말 바이러스’가 살아남은 이유다.

그 때문에 막말 바이러스를 국회에서 박멸하려면 국회법 개정 말고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는 충고가 나온다. 막말을 구조적으로 할 수 없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국민대 장승진(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국 의회의 비판성 발언이 풍자(sarcasm)에 그치는 것은 막말을 못하게 하는 장치가 있어서”라며 “우리 국회에도 의원들의 부적절한 언행을 즉각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해 징계토록 제도가 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바른사회시민회의에 따르면 19대 국회에서 막말로 문제가 된 의원은 73명이나 됐지만, 윤리특위에서 징계가 의결된 ‘막말 의원’은 4년간 0명이었다. 19대 국회에서 국회선진화법이 시행되면서 ‘폭력국회’의 모습은 사라지고 대신 막말이 기승을 부리게 됐지만, 이에 대한 징계는 없었다는 얘기다.

막말을 국회에서 몰아내기 위해선 윤리특위 관련 제도 개선뿐 아니라 의원들의 자정(自淨)운동도 절실하다. 특히 자정운동과 관련해서는 의원들이 화법을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의원들이 서로를 부를 때 “존경하는(Honorable)”을 반드시 붙이는 영국 의회처럼 전통을 만들어 나가자는 것이다. 우리 국회에서도 과거 홍사덕 전 의원 등이 이런 표현을 썼지만 일반화하진 않았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존경하는’을 붙이면 끓어오른 분노가 가라앉는다”고도 말했다.

‘간접대화법’도 아이디어로 제기됐다. 경희대 김민전(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미국 상·하원에서는 상대 당 의원의 발언이 과하다 싶으면 ‘의장님 저 의원의 발언을 중단시켜 주십시오’라고 말한다”면서 “이렇게 하면 감정 다툼 끝에 막말이 오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남궁욱·박유미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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