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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482명 vs 신라호텔 4686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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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국 서비스산업은 부가가치 측면에서 최근 10년간 정체돼 있다.”

유망 서비스업 키우기 왜
매출 1조원일 때 서비스산업
제조업보다 일자리 창출 10배
의료·관광 분야는 고용 효과 더 커

정부가 진단한 한국 서비스산업의 현주소다. 한국은 제조업을 무기로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 지위까지 올랐다. 하지만 서비스산업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서비스산업 노동생산성은 2013년 기준으로 4만7000달러다. OECD 26개국 중 21위로 최하위권이다. 이런 사이 조선·해운업과 같은 주력 제조업종은 한계에 다다랐다. 한국은행의 발권력과 정부의 재정을 동원해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처지다. 이 여파로 고용 상황도 나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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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기획재정부·OECD

정부가 5일 ‘서비스경제 발전전략’을 내놓은 건 서비스산업의 질적 향상을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서비스경제 활성화를 통해 둔화하고 있는 경제활력을 제고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특히 의료와 같은 유망 서비스산업을 키우겠다고 나선 건 지금까지 한국의 서비스업이 음식·숙박 등 ‘저부가가치산업’ 위주로 쏠렸기 때문이다. 2013년 현재 서비스업 중 유통·운수·음식·숙박업의 고용 비중은 28.1%로 주요 7개국(G7·24.3%), OECD(24.7%) 국가보다 높다. 반면 전문·과학·관리·지원(8.8%)과 같이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의 고용 비중은 주요국보다 4∼5%포인트 더 낮았다. 서비스업의 질적 성장이 더딘 이유다. 1992년 50.2%였던 서비스산업 고용 비중은 2015년 70.1%까지 늘어났지만 같은 기간 서비스산업의 부가가치 비중은 53.9%에서 59.7%로 제자리걸음했다. 주요국과 비교해 훨씬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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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기획재정부·OECD

특히 의료·관광과 같은 고부가가치산업은 제조업에 비해 고용 창출 효과가 크다. ‘고용 없는 성장’의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그룹의 제조업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매출 1조원당 고용은 482명이지만 서비스업을 하는 신라호텔은 4686명이나 된다. 게다가 의료·금융산업 등은 젊은 층이 선호하는 분야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해 10월 만 19~39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응답자의 80%가 일하고 싶은 분야로 서비스업을 꼽았다. 제조업은 7.6%였다. 서비스업 경쟁력 강화가 청년 고용 문제 해소에도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앞으로 대부분의 제조업은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다”며 “의료·소프트웨어와 같이 한국이 강점을 가질 수 있는 서비스산업을 키워야 안정적인 성장과 고용 창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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