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종으로 늘리려던 편의점 판매 약…부처 조율 잘 안 돼 확대 원칙만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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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비스경제 발전전략이 확정됐지만 정부 내에서조차 ‘반쪽짜리’란 평가가 나온다. 가장 중요한 전제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없는 상태여서다. 법안은 18, 19대 국회에서 연거푸 통과에 실패했다. 지난달 말 20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되며 ‘삼수’에 나섰지만 여소야대라는 난관을 만난 상황이다.

정부 서비스 육성책은 ‘반쪽짜리’
소셜커머스 화물차 증차 등도 빠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은 민관 합동의 서비스산업 선진화위원회를 구성, 5개년 계획을 만들고 이에 따라 관련 부처가 1년마다 시행계획을 세우도록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법이 없는 상태라 궁여지책이 동원됐다. 정부 차원에서 실행할 수 있는 방안을 중심으로 예산권을 쥔 기획재정부가 사실상 ‘완력’으로 부처 간 협의를 이끌었다. 하지만 한계가 뚜렷했다. 정부 관계자는 “추진체계와 법적 근거가 불명확하다 보니 이해관계자들의 기득권이 첨예하게 맞부딪히거나 논란이 있는 사안에 대해선 관련 부처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길 주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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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기득권에 치이고, 국회에 묶이면서 당초 논의되던 민감한 규제 개선 사안들이 부처 간 협의 과정에서 빠졌다. 영업용 화물차 진입 규제 완화가 대표적이다. 소셜커머스 업체를 중심으로 모바일쇼핑이 급성장하면서 배송을 위한 소형 화물차 수요가 크게 늘었지만 공급은 턱없이 모자라다. 화물차가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소형 화물차에 한해 허가제를 등록제로 전환하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업계 반발에 결국 이번 계획에 포함되진 못했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의약품을 확대하는 방안도 구체화는 미뤄졌다. 당초 100개 이상으로 대폭 늘리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확대 원칙만 밝히고 품목 결정은 올 연말 이후에 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의학전문대학원 정원 확대방안도 검토됐지만 역시 부처 간 협의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그나마 이번 대책으로 제조업과 서비스업 간 세제·정책금융상 차별을 본격적으로 시정했다는 의미가 있지만 이 역시 이제 첫발을 뗐을 뿐이다. 기재부 차영환 정책조정국장은 “수십 년간 제조업 중심으로 정책이 이뤄지다 보니 서비스산업은 연구개발(R&D)의 개념조차 제대로 정립돼 있지 않은 상태”라며 “분류체계 등 관련 인프라부터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연세대 성태윤(경제학부) 교수는 “제약이 많은 상태에서 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선 핵심적인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며 “특히 민감하면서도 국민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안에 대해 정부가 보다 명확한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조민근 기자 jm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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