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협동조합 설립해 200억대 학교급식 입찰 방해한 일당 적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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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프로그램 사용 전자입찰 위장 참여 과정. [사진 부산경찰청]

허위의 협동조합과 조합 산하에 위장업체를 만들어 학교급식전자조달시스템(EAT)에서 담합 입찰해 205억원 상당의 식자재 납품계약을 따낸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부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 같은 혐의(입찰방해 등)로 조합이사이자 식품업체 대표 김모(48)씨와 조합장이자 식품업체 대표 한모(59)씨를 구속하고 조합소속 직원 등 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이들은 2014년 3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OO식자재 협동조합이라는 허위의 납품조합을 설립한 뒤 조합 소속의 9개 위장 업체를 차려 실제로는 한 업체가 단독 응찰했는데도 마치 다른 업체들이 개별 응찰하는 것처럼 속이는 수법으로 부산지역 640여 곳의 초·중·고등학교에서 총 1015차례에 걸쳐 205억 상당의 식자재 납품을 낙찰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운영하는 EAT가 같은 시·도에 동일인 명의로 1개 업체만 입찰할 수 있는 제한 때문에 낙찰률을 높이기 위해 이 같은 범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들은 여러 업체가 동일 IP(데이터 발신 주소)를 사용하면 부정입찰로 적발돼 입찰제한을 받는 점을 알고 원격지원 프로그램을 이용해 PC를 원격 조정해 입찰하는 신종수법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이런 수법으로 조합 소속 9개 업체 명의로 EAT에 접속한 뒤 학교가 최초 제시한 금액에 비슷하게 입찰하는 등 부산지역 입찰공고 9324건에 7만3161차례 입찰해 총 1015차례에 걸쳐 업체가 돌아가면서 낙찰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복상 지능범죄수사대 경감은 “원격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접속 IP를 속이는 수법으로 입찰에 참여할 경우 이를 적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한 것 같다”며 “입찰의 공정성을 해치는 불법행위에 대해 강력한 단속과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강승우 기자 kang.seu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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