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화예술 국제화의 길 제시"|호암갤리리 「한국현대판화-어제와 오늘」전…이경성<미술평론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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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국의 현대판화가 우리 미술계에 차지하는 위치는 아직도 대중은 물론 미술 애호가들의 인식부족때문에 그림이나 조각보다 못한 가벼운 것이라고 생각되어지고 있다.
그것은 오랜 옛적부터 인쇄술의 하나로서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걸어왔지만 근대에 와서 새삼스럽게 예술로 인식되기는 서양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판화가 예술성을 확보한 것은 같은 평면예술에서 그림에 조금도 손색이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다만 그것의 존재가 단일성이 아니고 복수성이기 때문에 희소가치에서 그림에 뒤떨어질뿐이다. 그러나 고도로 발달된 산업사회에서 행복의 초점은 대중에 귀착되고 다량생산을 통해 오히려 많은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시킬수 있다는 점에서 판화의 가치는 귀중한 것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유럽, 그리고 미국·일본까지도 오늘날 판화예술의 활발한 양상은 국경을 초월해서 국제적인 교류로서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판화가 시작된 것은 1940년대 최영림 등이 일본에서 목판화를 공부하고 돌아오고 1950년대 정규·이항성·이상욱·배륭 등이 판화의 선각자로서 작품을 제작하면서 부터다.
한국의 판화계가 정착하기 시작한 두가지 이유로서는 각급 학교에서의 미술교육 성과와 세계 판화계의 발달에 기인한다. 국민학교를 비롯해서 중·고등학교, 그리고 대학에서 미술교육의 일환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판화기법은 판화예술의 정체와 본질을 일반에게 알려주는 좋은 계기가 되고있다.
더욱 선진국의 판화예술발달은 인쇄물을 비롯한 모든 매스프러덕션을 통해서 국내에 파급되고 미술의 국제화에 첨단적인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번에 호암갤러리에서 여는 「한국의 현대판화, 어제와 오늘전」은 시기적으로 의의가 있을뿐더러 그의 성과에 있어서도 매우 고무적이다.
그것은 우리나라의 현대미술에서 앞서가는 분야가 판화이고 또 직접 세계의 미술과 접촉할수 있고 영향을 줄수 있는 것이 바로 판화예술이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분산적으로 시도되었던 판화예술의 전시와 행사가 이것을 계기로 과거를 결산하고 앞으로의 본격적인 작업에 큰 도움을 주게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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