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조사 때 꽁치·케첩은 빼고 블루베리·낙지·안마의자 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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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울진군 죽변항 인근에는 ‘보리꽁치’라는 말이 있다. 보리가 누렇게 익는 5~6월 꽁치가 많이 잡힌다고 유래된 이름이다. 이때 잡아 올린 꽁치는 화롯불에 싸리 가지와 함께 구워 먹거나 젓갈을 만들어 김장에 쓴다.

통계청, 10개 품목 제외 18개 새로
“소득 올라가며 건강이 중요 기준”

최근 죽변항 인근에 꽁치젓갈을 판매하는 식당이 눈에 띄게 줄었다. 꽁치 찾는 사람이 점점 줄면서 꽁치잡이 어선도 바다에 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이 마을 관계자는 “3㎏ 한 상자에 3만원이 넘던 꽁치 가격이 최근에는 1만5000원에 불과하다”며 “그물에 걸린 꽁치를 수작업으로 일일이 떼야 하는 조업 방식 때문에 인건비도 타산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비 감소와 단가 하락, 조업 중단까지 겹치면서 꽁치가 50년 만에 통계청 소비자물가 대표 품목에서 제외됐다. 통계청은 매월 소비자물가지수에 반영하는 대표품목 481개(2010년 기준) 중 꽁치를 비롯해 사전·케첩·커피크림 등 10개 품목을 제외하고 블루베리·도시락 등 18개 품목을 추가했다고 1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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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품목은 5년마다 소비가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품목을 감안해 조정한다. 이번 조사에서는 2015년 기준으로 한 달에 231원 이상 소비하지 않는 품목 위주로 제외됐다. 꽁치가 대표 품목에서 빠진 것은 1965년 통계청이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꽁치는 불포화지방산과 비타민이 많아 대표적인 영양 식품으로 꼽힌다. 하지만 국민 소득이 높아지면서 광어 같은 횟감용 흰 살생선, 꽃게나 랍스터 같은 어패류에 밀려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꽁치와 함께 제외된 커피크림과 케첩도 국민 소득과 연계된 품목이다. 우영제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소득이 올라가면서 건강에 신경 쓰는 사람이 많다 보니 크림이 들어간 커피나 짠맛이 나는 케첩도 찾지 않는다”고 말했다. 새로 도입된 도시락과 건강기기(안마의자) 렌털비 품목은 1인 가구가 늘고 건강을 중요하게 여기는 성향이 반영됐다.

피망이 사라지고 파프리카가 대표 품목 자리를 대신 차지한 것은 농업 기술과 관련 있다. 파프리카는 피망보다 비타민이 많지만 바이러스에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농가에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해 농작물 성장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파프리카 재배도 적합해졌다. 이 밖에 컴퓨터와 스마트폰 발달로 사전이, 도시가스 시설 발달로 난로 같은 난방기기도 소비자 물가 대표 품목에서 제외됐다.

통계청은 인구 이동과 상권 변동으로 소비자물가지수를 측정하는 조사 지역도 조정했다. 광역자치단체인 세종시와 인구 100만 명을 앞두고 있는 경기도 용인시가 추가됐다. 충남에서는 인구 이동에 따라 보령시(10만4754명)가 아산시(29만7737명)로, 전북은 남원시(8만4856명)가 익산시(30만2061명)로 대체됐다. 통계청은 대표 품목 조정 방안을 올해 12월 확정할 예정이다.

세종=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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