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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물 공급의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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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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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현
인하대 교수·지리정보공학

6월 14일 발표된 댐 관리 일원화는 정부 차원의 획기적 물 관리 기능의 조정으로 지난 30년에 걸친 갈등과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동안 두 개의 기관으로 이원화돼 관리되던 다목적댐과 수력발전댐이 한국수자원공사로 관리가 일원화된 것이다. 이는 기후변화와 물 부족 시대에 국가 물 안보 차원의 효율적 물 관리를 위한 정부의 노력과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댐 관리 일원화를 통한 다목적댐과 수력발전댐을 실시간 연계 운영하면 그로 인한 물 관리 효과는 대단하다. 용수 저장 능력이 9억t에 달하며, 이는 현재 건설 중인 영주댐의 5배에 달하고 홍수 대응 능력도 2.4억t 증가한다. 유엔 보고서도 명시했듯이 기후변화의 영향은 90%가 물 관리와 직결되는 만큼 댐 관리 일원화를 통한 우리의 기후변화 대비 능력이 상당히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향후 기후변화와 물 부족은 대단히 심각할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 104년 만의 가뭄으로 불린 2012년 가뭄 이후 3년이 지난 지난해 충남 보령댐의 저수율은 역대 최저인 20% 이하에 머물렀고 강수량도 평년 대비 63%에 지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당진·서산 등 충남 서부 8개 시·군에 127일 동안 제한급수가 이루어졌고 지역주민 역시 404만t의 물을 절약하는 가뭄 극복의 주역이 됐다. 우리나라는 5~10년 주기의 크고 작은 가뭄이 오는 것으로 조사됐으나 최근에는 빈도와 크기를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아울러 늘 반복되던 봄철 농번기에 도움을 주는 ‘착한 태풍’도 최근 들어 뜸하다. 바로 기후변화로 인한 물 부족이 이제 우리에게 일상으로 다가온 것이다.

따라서 이번 댐 관리 일원화를 바탕으로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국가적 역량을 더욱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 기존에 우리가 갖고 있는 물 공급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그 첫째가 댐 건설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기존 사고에서 탈피하는 것이다. 댐 건설을 통한 물 공급과 홍수 방어의 전통적 방식은 21세기의 대안은 아니다. 댐 적지도 줄거니와 사회적·환경적 이슈로 댐 건설은 매우 어렵다. 따라서 무엇보다 기존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 우리는 전국에 소규모 농업용 저수지부터 댐을 포함해 1만7571개에 달하는 물그릇이 있다. 하지만 그릇이 너무 작아 모두 채워도 170억t이 채 안 돼 우리나라 반년 치 물 사용량에 불과하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농업용 저수지를 리모델링해 물그릇을 키우고 다목적댐으로 활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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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유역 간 물 이동이 가능한 수자원 공급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즉 한강-낙동강의 물 이동이나 소유역 간 물 이동 등 전 국토를 하나의 물그릇으로 만드는 고민을 서둘러야 한다. 실제 지난해 가뭄에는 충남 서부권의 가뭄 대응 비상 체계 구축을 위해 금강의 백제보에서 보령댐으로 용수 공급을 위한 비상관로도 건설해 지역별·유역별 용수 수급의 불균형 해소에 기여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기후변화로 인한 미래 물 재난을 기정사실화해 유역 간 물 이동을 위한 각종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60년대부터 전 국토에 물 저장시설을 만들어 가뭄에 대비하는 이스라엘, 가뭄 상습지역 전체를 파이프로 연결하는 사업을 진행 중인 호주, 부족한 북부 지방의 물을 남쪽 양쯔강에서 공급하는 중국의 남수북조사업, 중서부 지역 홍수량을 물이 부족한 서부로 공급하는 미국의 스마트워터그리드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셋째, 해수 담수화의 도입도 서둘러야 한다. 상수도 보급률이 거의 100%에 달하지만 아직도 제한급수가 일상화된 해안과 도서지역이 여전히 많다. 따라서 해수 담수화를 적극 도입해 보조수자원의 위상이 아닌 담수자원과 동등한 수자원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해수 담수화의 주요 걸림돌은 높은 생산단가였으나, 지난 20년에 걸쳐 20분의 1 수준인 0.5달러에 이르렀다. 이는 2025년 연간 50조원 규모로 형성될 해수 담수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많은 국가가 노력한 대가다. 더욱이 해수 담수화는 막대한 해외 물 시장 선점으로 우리 경제 활성화에 기여함은 물론 막·관·밸브 등 수많은 기자재가 사용되는 친중소기업 산업으로 대기업과 동반 성장에도 매우 유리하다.

넷째, 상습 가뭄 피해지역의 용수 공급을 위한 실효적이고 항구적인 대책으로서 새로운 개념의 지하수 댐을 도입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소규모의 유역 면적과 공급 능력을 갖는 지하수 댐은 지하에 물 흐름을 차단하는 벽을 만들어 지하수를 저장 활용하는 친환경적 수자원 확보시설이다. 증발로 인한 물의 손실이 없고 저렴한 공사비에 수질이 양호하다는 측면에서 소규모 급수지역에 효율적이다.

끝으로 이번 댐 관리 일원화로 수자원공사에서 관리하게 될 10개 수력발전댐의 용도는 여전히 발전댐이다. 발전댐은 단순시설물로 간주돼 수질 관리가 열악해 수질사고 위험이 크며 댐 지역 주민 혜택도 전무하다. 반면 다목적댐은 댐법에 근거한 엄격한 수질 관리로 양질의 상수원 확보가 가능하고 수계관리기금을 활용한 댐 지역 주민 지원도 가능하다. 서둘러 다목적댐으로 용도 변경해 물 관리 효과를 높이고 주민 복지에도 기여해야 한다.

김 계 현
인하대 교수·지리정보공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