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 레터] 글로벌 삼투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기사 이미지

‘유럽이 은행 보쌈을 노린다.’ 오늘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특집기사의 제목입니다. 브렉시트 결정 이후 글로벌 금융허브로서의 런던의 위상이 흔들리자 유럽 도시들이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내용입니다. 파운드화 하락, 영국 신용등급 하락, 단일시장 접근권 제약 가능성 등이 런던의 매력을 떨어트렸기 때문입니다. 이미 JP모건, 골드먼삭스, BOA, 모건스탠리 등 대형 금융회사들도 런던 거점의 유럽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합니다. 이들을 상대로 파리, 프랑크푸르트, 암스테르담, 룩셈부르크, 더블린이 유치 경쟁을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좌파정권 프랑스의 노선 변화는 드라마틱합니다. 대선 때 금융업계를 적으로 몰아세웠던 올랑드 대통령이 파리를 금융허브로 만들겠다며 감세와 규제개혁을 들고 나왔습니다. 좌파 지지층의 반발엔 프랑스를 그대로 놔두는 것은 배신이라고 응수하고 있습니다. 실용주의 사고방식이 잘 드러납니다.

한번 글로벌 체제에 편입된 뒤엔 자본과 사람의 자유로운 이동을 인위적으로 막기 어렵습니다. 자유도가 낮은 쪽에서 높은 쪽으로 자본과 인력이 이동하는 것은 마치 삼투압과 같은 자연현상입니다. 브렉시트를 계기로 해서만 일어나는 게 아닙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자유도가 떨어지면 해외로 유출이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규제 개혁은 외국과 경쟁하는 자세로 추진해야 효과가 있습니다. 남의 불행이 내겐 기회가 된다는 글로벌 삼투압 현상은 유럽에서 뚜렷하게 확인됩니다. 글로벌화의 자장(磁場)은 여전합니다.


▶관련 기사
① 여당 “의원 불체포특권 완화”
② 야당 “딸 채용 서영교 중징계”



국회에선 의원들의 특권 내려놓기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더민주당 서영교 의원의 가족 채용이 말썽나자 서로 특권을 없애겠다고 야단입니다. 지금까지 재벌 오너들처럼 패밀리 비즈니스를 영위해오던 의원들이 갑자기 공사를 칼같이 구분하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에서 자신을 싹 빼놓은 의원들에게 진정성있는 특권 내려놓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지금은 요란하지만 시간 흐르고 나면 어느 새 원상회복시키지 않을까요. 의원 면책특권이라는 합의하기 어려운 큰 의제로 쟁점을 확대함으로써 가족 채용과 같은 갑질형·일상형 특권을 덮으려는 거 아니냐는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기사 이미지


숨가쁜 하루를 정리하는 메시지, [뉴스룸 레터]를 뉴스레터로 받아보세요 ▶신청하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