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면의 따뜻한 밀어가 들린다.|여류조각가 김정숙 근작전 이일<미술평론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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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년으로 30여년의 교직생활(홍익대 미대)을 청산하고 이제 막 칠순을 바라보는 노 여류조각가 김정숙 여사는 그 연세에 걸맞지 않게 언제나 젊어 보인다. 예술에는 나이가 없다고 하지만 그의 경우가 바로 그것이 아닌가 싶다. 이번에 8번째로 꾸민 그의 근작전(미화랑·11월5∼13일)이 그것을 충분히 반증해 주고 있다.
「얼굴」과 「비상」을 주제로 한 그의 신작들은 비교적 그 규모가 작은 것이기는 하나 이 원로 여류 조각가의 변함없는 의욕과 연륜이 말해주는 원숙도를 보여주고 있다.
김여사는 무엇보다 다감한 조각가요, 애정의 조각가다. 그의 작품에서 우선 느껴지는 것은 따사로움이요, 어디까지나 인간적인 정감이다. 단순화되고 또 추상화되기까지도한 조각형태, 대리석 또는 브론즈의 광택이 나는 표면은 어쩌면 차갑고 경직되고 또 도식화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경우는 그 반대다. 그의 단순하고 요약된 형태는 따뜻한 체온을 지니고 있고 표면과 선은 서로 내밀적인 삶의 대화를 주고 받고있다.
그의 조각에 있어 볼륨은 가능한한 억제되어 있다. 그리하여 정면성이 아니면 프로필의 시각에 따른 작품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은 표면이며 이 표면이 조각 형태의 전부를 규정짓는다. 다시 말해서 표면과 형태가 완전히 하나를 이루고 있다는 말이다.
완곡하게 볼륨이진, 광택 나는 면은 그것 자체가 순수한 율동적인 선을 남고 그 선과 면이 하나의 형태를 이룰 때 거기에서 시작도 끌도 없는 청결한 윤곽선이 태어난다.
그리하여 면과 볼륨, 선과 윤곽이 완전한 융합을 이루어 그것이 정묘한 변조를 엮어가면서 다감한 「얼굴」과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비상」의 영원한 이미지를 형상화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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