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생의 교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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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의복」은 인류의 기본적인 필수품으로서 선사시대부터 변천, 발달해왔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문화는 발달하였고 ㈎이것은 사회화를 촉진시켜 의복에 있어서도 같은 사회성을 띤사람들의 효율적 생활을 위해 이른바 「제복」이 등장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교복은 학생의 제복으로서 오랜세월동안 중·고교생들의 생활에 깊이 영향을 쳐왔다. 이것이 몇년전 자율복장시대로 바뀌었다가 최근 다시 학교별로 알맞은 방법을 선택할수 있는 절충식이 검토되고 있다.
이런시점에서 다시금 학생복에 대하여 생각해 보는것도 뜻있는 일일 것이다. 교복은 학생들에게 자신의 신분을 망각하지 않도록 도와주어 ㈏보다 절제된생활을 가능하게 해주며 모교에 대한 깊은 사랑을 심어준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교복은 일제시대의 잔재물로서의 어둡고 부자유스러운 인상을 주어왔다. 그것은 단지 교복이 일제시대에 생겼다는 이유만이 아니라 그 색상과 디자인에서의 무겁고 딱딱한 느낌에도 큰 이유가 ㈐있다고 생각된다. ㈑최근몇년간의 ㈒전면적㈓자율복착용에서도 장점만이 발견된것은 아니었다. ㈔자율복은 그전의 교복보다 입기 편하고 색상과 모양에 있어서도 밝은 이미지를 주었으며, 당초 취지대로 학생들의 ㈕자율성도 부지불식간에 ㈖성장했을 것이다. 그러나 일부학생들은 지나치게 겉치레에 시간과 돈을 낭비했고 또 저소득 가정의 학생들은 다른 학생들보다 못한 옷을 입음으로써 친구들과의 거리감조차 느끼게 하였다.
앞의 두 경우에서 볼때 학생복장은 활동적이고 색상이 밝아야하며 ㈗그전처럼 심미감을 무시함으로써 정서생활이 메마르게 하지않는 학교의 특성에 맞는 교복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또한 이런 교복은 날로 복잡해지는 현대사회에서 ㈘그전과 같은 억제감보다는 학생공감대로서 밝고 학생다운 생활에 도움이 될것이라고 확신된다.

<지숙경><경기도 수원>
학교장의 재량에 맡겨 교복을 부활시킨다는 당국의 발표가 얼마 전에 있었다. 학생신분에 맞지 않는 사치스러운 옷을 소수의 학생들이 입고다님으로해서 학생들간에 위화감을 느끼는 현실, 교복자율화이후 학생인지 아닌지 분간하기 ㈖어려움, 각 가정의 경제적 부담등을 고려한 당국은 교복부활 발표에 일리가 있긴하다. 하지만 교복이란것이 학생들에게 주는 ㈏여러가지 폐해를 고려해 본다면 위에 열거한 부작용은 감수해야 하지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게된다.
한창 발랄하고 명랑해야 할 시기인 청소년기에 너나 할것없이 똑같은 색상, ㈐똑같은 스타일의 옷을 입힌다는것이 과연 청소년의 심성에 도움이 될수 있을까하는 ㈑의문, 그리고 옷 입는데에도 남의협조(?)를 구해야한다면 진정 청소년들에게 자기일은 자기가 스스로 해야한다는 자율성을 심어줄수 있을는지?
마음속 깊이 청소년들이 염려되고, 청소년을 위한다면 교복을 정하되, 학교장 임의대로 교복을 정해서 전교생은 내일부터 이 옷을 입고 등교하라는 식의 강제적 방법은 지양해야하며, 먼저 학생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뒤 젊음을 상징할수 있는 밝고, 생기있고, 멋있고, 단정한 교복을 정해야 할것이다. 아울러 그 교복을 입고 싶은 사람은 입고, 입고 싶지 않은 사람은 안 입어도 무방하다는 식의 자율권을 학생들에게 부여해야 한다는 사실은 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학생들이 통일된 복장으로 등교하지 않고 각양각색의 복장으로 등교하는 모습이 눈에 거슬릴지는 몰라도 그렇게 하는것이 자신의 일은 자기 스스로가 선택해야 한다는 진정한 의미의 ㈓자율화인 것이며 또한 획일적이고 강압적인 교육이 아니라, 민주적이고 자율적인 시민상을 학생들에게 제시해 줄수 있는 한가지 방법도 될수 있으리라고 ㈔생각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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