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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크는 기업] 함께 가야 오래 간다…대기업 ‘상생경영’ 팔 걷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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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상생경영에 나서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기초생활수급자 등 사회적 약자가 창업을 할 때 차량 구입비와 창업자금, 컨설팅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기프트카(Gift-Car) 사업을 2010년에 시작해 올해로 7년째를 맞고 있다. [사진 현대차그룹]

요즘 경제·산업계의 주요 화두 중 하나가 ‘상생경영’이다. 협력업체와의 긴밀한 협업 없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게 기업을 둘러싼 환경이 변했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협력업체는 상하 수직관계가 아니라 함께 성장해나가는 동반자이자 공동운명체라는 인식이 널리 퍼지고 있다.

협력업체 경영교육, 영업코칭 나서
창업보육으로 미래의 파트너 키워
전통시장의 청년상인 육성사업도

상생경영을 위한 실천 방안들도 다양해지고 있다. 대기업이 협력업체에 자금을 지원하는 단순한 방식에서 발전해 인사관리·재무관리·마케팅 등 경영 전반에 걸쳐 대기업의 노하우를 협력업체에 전수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노하우를 전수하는 주요 방안은 교육이다. 삼성그룹은 20년 이상의 노하우를 가진 임원 및 부장급 100여 명이 ‘상생컨설턴트’로 활약하며 협력사의 생산성을 높이고 제품 품질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삼성과 협력사가 혼연일체가 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SK그룹은 2007년부터 동반성장 CEO(최고경영자) 세미나를 열고 있다. 이 세미나를 통해 협력업체 CEO들은 경영전략·재무·마케팅·리더십 등 기업경영 전반에 관한 핵심 노하우를 전수받고 있다. 효성그룹은 매월 협력업체 CEO 및 책임자를 대상으로 경영 전반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교육에 참여하는 협력업체 수는 연간 150개 이상이다. 또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해외연수도 실시한다. 조현준 효성 전략본부장(사장)은 “현재 효성의 글로벌 경쟁력은 협력업체와 공동의 노력으로 이뤄낸 성과”라며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기술지원, 글로벌 시장 판로개척 지원 등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글로벌 전략 컨설팅 회사인 베인&컴퍼니와 함께 개발한 영업력 혁신프로그램을 통해 영업력 강화 교육 및 코칭으로 가맹점 경영주 및 판매사원들의 역량 강화를 도모하고 있다.

교육으로 기존 협력업체를 키우는 것 뿐 아니라 기술성 있는 신생기업을 육성해 미래의 파트너로 성장시키는 적극적인 상생경영도 최근의 두드러진 움직임이다. 보육 프로그램은 주로 각 지역에 있는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이뤄진다. KT는 판교에 있는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KT의 보육기업에 대해 해외 전시 참여, 입주공간 제공, 기업별 맞춤형 홍보, 일대일 멘토링, 투자유치 연계 지원 등을 한다. 특히 KT 임원급 이상이 참여하는 ‘멘토링 데이’는 신생기업들에게 동기부여 뿐 아니라 사업 추진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SK텔레콤은 최근 크레모텍·씨메스·패밀리 등 신생기업 3곳의 지분을 일부 매입하는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초기 단계를 벗어난 신생기업이 창업 5년 이내에 만나곤 하는 자금난, 일명 ‘데스밸리(죽음의 계곡)’ 를 무사히 건널 수 있도록 대기업이 신생기업의 지분에 투자한 것이다. LG는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친환경에너지·바이오·뷰티 등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큰 산업분야의 중소기업에 1000억원 가량을 지원하고, 이 중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과 거래하고 있다. LG는 지난 한 해 충북혁신센터를 통해 중소기업 101개를 지원했다.

건전한 산업 생태계 육성을 위해 창업을 지원하는 대기업도 늘고 있다. 이마트는 2014년부터 전통시장 청년상인 육성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청년상인들에게 이마트의 상품진열 기법을 전수하고 매장 운영 전문가, 창업에 성공한 CEO를 초빙해 유통 노하우를 전수한다. 김수완 이마트 상무는 “이마트는 전통 시장의 자생력을 강화하기 위해 청년 상인들에게 교육 인프라와 창업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올 2월 창업전문 투자법인 ‘롯데액셀러레이터’를 설립하고, 신생 벤처기업을 모집중이다. 신동빈 회장이 100억을 사재출연하고, 롯데쇼핑 등 주요 계열사에서 200억원을 출연해 자본금 300억원을 마련했다. 롯데는 선발된 업체에 초기자금 및 각종 인프라, 멘토링을 제공하는 등 전방위적 지원을 통해 향후 3년간 다양한 분야의 우수 신생기업 200개를 배출해낸다는 계획이다.

‘고용 디딤돌 프로그램’을 통해 협력회사의 구인난 해소에 도움을 주는 대기업도 많다. 고용 디딤돌 프로그램은 청년 구직자가 취업 경쟁력을 높여 일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대기업이 직무교육과 인턴십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인턴십은 대기업의 협력사와 신생기업까지 연계해 진행하기 때문에 협력사와 신생기업의 구인난까지 해소하는 1석2조의 프로그램이다.

협력업체에 대한 자금지원 방식도 진화하고 있다. 삼성SDI는 대기업의 신용도로 2·3차 협력사까지 금융비용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는 ‘상생결제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대기업의 1차 협력사가 2·3차 협력사에 지급하는 물품대금을 대기업 신용으로 결제해 부도 위험 없이 신속하게 현금화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결제시스템이다. 즉 대기업이 1차 협력사에만 지급하던 외상매출채권 혜택을 2·3차 협력사에도 줄 수 있게 한 시스템으로, 2·3차 협력사는 이를 통해 담보 설정 부담과 채권할인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됐다. GS칼텍스의 경우 협력사의 자금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현금 결제’ 시스템을 구축했다. 하자가 없는 경우 납품 후 일주일 이내 현금 지급을 통해 협력 회사의 자금 회전력 확보 및 어음할인 등으로 발생하는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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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칼텍스는 여수 공장 지역 초·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원어민 특별 영어교실을 개최했다. [사진 GS칼텍스]

대기업이 마련해 운영하는 상생펀드도 새로운 자금지원 방식이다. 상생펀드란 대기업이 금융기관에 일정 금액을 무이자로 예치하고, 해당 금액의 이자분 만큼 협력업체의 대출금리를 감면해 주는 금융지원 제도다. 이 제도를 이용하는 협력사들은 각 사의 신용 등급에 따라 시중금리 보다 1% 포인트 이상 저렴한 금리로 대출 받을 수 있다.

상생경영의 선순환이 일어나 1차 협력업체가 2차 협력업체를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삼성전자의 1차 협력사인 대덕전자의 김영재 대표는 “삼성의 지원 아래 1차 협력사들이 성장해 온 것처럼 이제는 1차 협력사들이 2차 협력사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j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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