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쇠펀치"…3연속 KO승 문성길|월드컵복싱 최우수 복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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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월드컵 베스트복서 문성길- 그는 폭풍우와 같은 펀치로 KO승을 거둔 후 라커룸으로 돌아와 기쁨보다 고통으로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문은 엄지손가락이 금이 간 큰 부상을 입은채 이날 링에 올라 기어코 금메달을 따낸 것이다.
『유고 「시믹」과의 준결승에서 손가락을 다쳤어요. 어제 밤새도록 통증으로 잠을 못자 거의 포기할 정도였어요. 그러나 LA올림픽때의 악몽이 되살아나면서 불끈 힘이 솟더군요』
마취를 하는등 비상한 각오로. 결승에 나선 문은 서둘러 경기를 풀어나간게 그대로 적중했다.
문은 LA올림픽 때도 우승후보인 미국의 「샤논」을 3회 RSC로 눌러 센세이션을 일으켰으나 8강전에서 베네쉘라선수를 맞아 우세한 경기를 펼치다 눈위가 찢어져 RSC패로 분루를 삼켜야했다. 그는 지난 83년 로마월드컵대회에서도 부상으로 1회전에 탈락하는 등 운이 따르지 않아 이날도 내심 크게 걱정을 했다고.
문은 프로전향설에 대해 『솔직한 심정으로 프로에 매력이있다. 그러나 부모님등 웃어른들과 상의를 해야한다』면서 내년에 세계선수권대회(5월·미국 리노)와 아시안게임등 중요대회가 있어 늦어도 금년안에 아마를 계속할것인 지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문은 뉴델리 아시안게임을 우승한 바 있어 국민체육진흥재단이 지급하는 경기력향상연금 동장에 해당, 오는 12월부터 월20만씩 받게됐다.
지난해 LA올림픽이후 국내 프로복싱계는 문에 끈질기게 유혹, 최근엔 2천만원의 계약금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 미국 라스베이가스의 모 프러모터는 지난2윌 한·미친선대회에서의 문의 펀치에 매료, 20만달러(약1억7천만원)의 계약금을 제시, 더욱문의 마음을 들뜨게 하고있다.
문성길은 펀치력과 함께 지구력이 뛰어나 태릉훈련원 각 종목대표선수 중 육상선수이외의 장거리 경기에선 항상 선두를 지킨다. 지난64년 동경올림픽밴텀급 은메달리스트인 정신조 연맹이사는 『펀치력에 관한한 밴텀급에선 해방이후 성길이가 최강임을 아무도 부인못한다. 56년 멜번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송순천(밴텀급) 선배도 성길이의 파괴력에는 미치지 못할 것 같다. 성길이는 수비의 허점만 보완하면 올림픽은 물론 프로에서도 세계정상이 틀림없다』고 극찬한다.
문성길은 전남영암출신으로 도포중→덕인고를 거쳐 목포대4학년. 중농인 문동원(45)씨의 3남2녀 중 차남이다. <이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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