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 돈 2억4000만원 받은 혐의 현직 검찰 수사관 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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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호(51)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사건 청탁과 함께 억대의 돈을 받은 혐의로 현직 검찰 수사관이 검찰에 체포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는 현재 금융위원회에서 파견 근무 중인 김모 수사관을 집에서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28일 밝혔다.

정씨 고소 사건 편의 봐준 대가
신영자 이사장 측근 압수수색도

검찰에 따르면 그는 2014~2015년께 정 전 대표로부터 수표를 포함해 2억4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수사팀은 그가 2014년 서울중앙지검 조사과에 근무할 때 정 전 대표가 고소한 사건의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전 대표는 2013년 서울메트로 매장 사업과 관련해 브로커로 활동했던 김모(51)씨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2010년 서울메트로 매장의 임대사업권을 가진 S사의 인수 자금으로 김씨에게 140억원을 건넸는데 그가 20억원을 개인 사업을 위해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을 김 수사관이 맡았다.

이듬해 9월 김씨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김씨 재판에 정 전 대표와 브로커 이민희(56·구속기소)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김씨는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정 전 대표가 서울메트로 사업과 관련해 서울시청 등에 대한 로비 명목으로 2009년과 2011년 브로커 이민희씨와 홍만표(57) 변호사에게 각각 9억원과 2억원을 줄 때도 ‘중간 전달자’ 역할을 했다.

검찰은 정 전 대표의 수표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김 수사관의 뇌물 수수 단서를 잡았다. 이모 수사관이 지난해 정 전 대표의 1000만원짜리 수표에 이서를 한 뒤 은행에 입금한 사실이 포착된 것이었다. 이 수사관은 “김 수사관에게 빌려준 돈을 돌려받는 과정에서 해당 수표를 받았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김 수사관이 정 전 대표 사건을 취급할 때 이 수사관도 서울중앙지검 조사과 소속이었다.

검찰은 김 수사관을 상대로 정 전 대표로부터 받은 돈을 또 다른 검찰 관계자에게 건넸는지 확인하고 있다. 또 정 전 대표가 김씨를 고소하고 수사를 촉구하는 과정에 홍 변호사 또는 그의 주변 인사들이 관여했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정운호 게이트’ 수사에서 부정이 드러난 현직 검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3명이다. 부장급 박모(54) 검사는 “서울메트로 매장 사업과 관련해 감사원 고위 관계자에게 청탁해달라”는 명목으로 정 전 대표에게 1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곧 소환된다. 또 다른 김모 수사관은 이민희씨 등 2명으로부터 사건 청탁과 관련해 2000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25일 구속됐다.

한편 검찰은 네이처리퍼블릭의 롯데면세점 입점 청탁과 함께 정 전 대표로부터 15억원 안팎의 뒷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측근인 재단 임원 L씨의 사무실과 집을 28일 압수수색했다.

서복현·송승환 기자 sphjtb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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