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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바캉스] 한번쯤 종주 꿈꾸는 산중의 산 지리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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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한국 최초의, 그리고 최대의 국립공원. 북한산 국립공원의 다섯배 규모로 전북 남원, 전남 구례, 경남 산청.하동.함양의 3도 5개 시.군에 걸쳐있다. 한해 평균 3백만~4백만명이 몰리는 대표적인 행락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산사람들에게 지리산은 '어머니 산'이다.

지리산 천왕봉에서 일출을 보려면 3대(代)가 덕을 쌓아야 하고, 사흘 일정의 산행이라면 그중 하루는 비를 각오해야 한다고 말한다. 노고단에서 대원사 옆 유평까지 1백리길 주능선 종주를 마쳐야만 비로소 산을 얘기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그들은 믿는다. 이번 여름 지리산 종주를 도전해보는 건 어떨지. 아니면 가족과 함께 골짜기 나들이를 나서도 좋다.

지리산엔 이름난 산행 코스만 20여개, 계곡.능선만 다니는 코스까지 합하면 2백개가 넘는 산행길이 있다. 그 중에서 지리산 산행은 역시 주능선 종주다. 누구나 한번씩 꿈꿔보는 산행의 고전(古典)이다.

하지만 사람의 힘만으론 안될 때도 많다. 봄.가을엔 산불 위험 때문에 종주가 금지되고, 여름과 겨울에도 악천후 때문에 여차하면 입산이 통제된다. 하늘이 도와야 가능한 도전인 것이다.

주능선 종주는 흔히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30㎞ 구간을 일컫는다. 하지만 산악인들은 노고단에서 대원사까지 1백리 길을 종주라 부른다. 노고단~천왕봉 코스는 천왕봉 직전 막판 3시간을 빼면 대체로 무난한 편이다. 노고단 턱밑 성삼재까지 버스가 올라가기 때문에 종주가 더 쉬워졌다. 서울에서 밤기차를 타고 남원에 도착해 노고단에서 새벽밥을 해먹고 출발한다면 1박2일(무박~세석평전 1박~천왕봉~하산) 종주도 가능하다.

하지만 '노고단~대원사' 완주는 일반인에겐 부담스러운 곳이 여럿이다. 특히 천왕봉에서 대원사까지 마지막이 험하다. 산악인들도 보통 3박4일 일정을 잡는다. 그래서 종주가 끝나는 유평의 계곡엔 전국의 산악회 이름이 적힌 리본이 나뭇가지 곳곳에 걸려 있다. 그만큼 자랑스러운 것이다.

이번 여름 주능선 종주를 계획한다면 '비바크'(biwak)를 각오하라.

지리산은 계곡 입구의 지정 야영장을 제외하곤 텐트를 칠 수 없다. 그렇다면 주능선 곳곳의 대피소에서 묵어야 하는데 7월 중순부터 한달간 예약이 모두 차 있다.(대피소 예약은 한달 전부터 인터넷을 통해서만 가능. 예약:www.npa.or.kr)

지리산 내 대피소 10곳의 최대 수용인력은 하룻밤에 1천여명이다. 하지만 여름 시즌 대피소 근처에선 침낭 하나 뒤집어쓰고 새우잠을 청하는 이가 수두룩하다. 대피소 예약에 실패하고도 산에 오른 비바크객들이다. 잠자리도 없이 산에 오른 무모함을 탓해야 할지, 그만큼 산을 사랑할테니까 감탄해야 할지 판단이 어렵다. 여하튼 대피소 처마 밑은 여름 내내 대피소 내부만큼 북적거린다(지리산 관리사무소:055-972-7771~2).

지리산 =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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