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병산제·버스 노선 조정 시행 첫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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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택시 요금 시간·거리 병산제와 지하철 완전 개통에 맞춘 시내 버스 노선 조정이 함께 시행에 들어간 1일 출근길의 서울 시민들은 당국·업계의 준비·홍보 부족으로 내용을 잘 몰라 더러 실랑이를 빚고 불편을 겪었다.
택시의 경우 승객들은 구간과 시간에 따라 종전보다 5∼10%쯤 요금을 더 물었으나 운전사들의 합승·지불버튼 미작동 등 시비가 곳곳에서 있었고 시내버스는 정류장의 폐지, 신설 노선 등 안내판이 제대로 없는 데다 일부 신설 노선은 운행을 안한 곳도 있어 시민들이 골탕을 먹기도 했다.
시민들은 병산제가 택시의 안전 운행 서비스 향상을 위한 사실상의 요금 인상(당국 계산 7%)인만큼 사납금을 올리는 『월급제 변태 운용 등으로 늘어난 수입을 회사가 독차지해 운전사들이 합승·난폭 운전·불친절 등 나쁜 버릇을 되풀이하게 해서는 안될 것』이라며 당국의 보다 철저한 업체·교통질서 감독과 단속을 바랐다.
◇병산제=회사원 하영근씨(35·회사원·장위동 68의 17)는 상오 8시쯤 집 앞에서 택시를 타고 종로 2가로 가던 중 운전사가 두 사람을 합승시키며 시간을 끌고도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미터기 요금 1천 7백원(종전 1천 5백원)을 모두 받아 기분이 나빴으나 바쁜 출근 시간이라 따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저동에서 왕십리까지 택시를 탄 홍성표씨(34·회사원)는 『택시 요금으로 1만원짜리를 냈는데 운전사가 거스름돈을 챙기면서 지불 버튼을 누르지 않아 1분이 경과, 50원을 더 내야 했다』고 말했다.
운전사 박윤수씨(46)는 『혼잡·지체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짜증이나 불안 없이 보다 느긋하게 운전을 할 수 있게 됐다』고 흐뭇해하면서 『앞으로는 「시간이 돈」이므로 당국도 공사나 요인 행사·귀빈 환영 등을 이유로 한 교통 통제 등 시민 부담을 늘리는 행위를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시내버스=신설된 14개 지역 순환버스 일부가 운행되지 않아 이를 이용하려던 많은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망원동∼신촌∼동교동을 돌아 순환 운행하기로 돼 있는 807번 버스를 기다리던 고승환씨(34·회사원·서울 망원동)는 『상오 7시부터 50분동안 망원동 버스 정류장에서 순환버스를 기다렸으나 끝내 오지 않아 결국 출근 시간에 대기 위해 택시를 탔다』고 했다.
마천동과 방배동간을 운행하다 지하철 사당역과 연계하게 노선이 조정된 57l번 수도 교통의 경우 버스 노선 조정 안내판 등이 준비되지 않아 첫날에는 종전 노선대로 운행하기도 했다.
수색∼서울대간을 운행하는 신촌교통(142번)의 경우 경유지인 광화문과 서소문 가운데 서소문 경유 노선을 폐지했으나 회사측은 서울시로부터 확실한 지시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종전대로 두 방향으로 운행했다.
노선이 바뀐 버스 정류장에는 방향 표지판 밑에 노선 변경 안내판을 붙여 놓고 서울시와 버스 조합 직원을 배치했으나 변두리에는 대부분 안내원이 없었다.
서울시는 이날부터 도심 교통난을 완화하기 위해 상오 10시부터 하오 3시까지 도심 통과 버스의 30%인 1천 6백 45대를 감축 운행하기로 하고 시내로 진입할 수 있는 버스에 보라색칠을 하도록 업자들에게 지시했으나 역시 준비가 되지 않아 종전 색깔대로 운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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