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민주주의 의식 높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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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해방 40년의 한국인, 그 가치의식의 변화를 추적하는 대규모 학술회의가 준비중이다. 「해방 40년-가치의식의 변화와 전망」을 주제로 서울대 사회과학 연구소와 강원대 사회과학 연구소가 공동 주최, 11월 1∼2일 강원대서 열린다.
이날 한국인의 정치의식의 변화를 발표할 길승흠 교수(서울대·정치학)는 『엘리트만이 정치의식을 보급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에 의한 자생적인 정치의식도 있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후자의 비중이 높아져 간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한국의 정치 엘리트는 민주주의적 자질이 미비된 반면 일반 국민의 민주주의 의식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의 민주·진보 의식은 계속 향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덕 교수(외대·정치학)는 대외관계 의식의 변화를 추적한다. 그는 『1950년대에 고착된 냉전 의식으로부터의 탈피는 하나의 확고한 추세이며 보다 자주적·개방적·이익 지향적인 대외관계 의식이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데올로기적 편향이 약화되고 실용주의적 가치에 대한 집착이 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회계층 의식의 변화를 말하는 김채윤 교수(서울대·사회학)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계층이 중간층과 노동자계층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노동자 계층이 현재 뚜렷한 계급 의식을 지니고 있지는 않지만 언제까지나 그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계층간의 갈등이 자연스럽게 표출되고 타협하는 제도적 장치가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근로자들의 의식 변화를 조사한 배규한 교수(국민대·사회학)도 『공업화가 진행될수록 일에 대한 의미가 퇴색하고 직업에 대한 만족감이 감소했으며 노동조합의 활성화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사회적·정치적 계층 의식이 뚜렷해져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남제 교수(경북대·사회학)는 가족 의식에서 「전통을 중요시하는 과거 지향적 가족 가치관이 변화를 중요시하는 미래지향적 가족 가치관으로 변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배우자 선택의 조건은 가문에서 개인의 자질로, 부부 관계는 가족주의적 관계에서 계약적인 관계로 변하고 있다. 부부가 수행하는 역할엔 큰 변화가 없지만 자녀 교육과 가사 운영에서 여성의 비중이 증대되고 있다.
최일섭 교수(서울대·사회복지학)는 한국의 청소년들이 『의례적·형식적이기보다는 실질적·합리적인 가치 의식을, 범사회적·범국가적이기보다는 이기적·가족 중심적인 가치의식을 지향하고 있으며 가치의식과 행동사이에 상당한 갈등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가치의식의 개조는 그를 둘러싼 사회구조적 개조와 범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대학생의 가치의식을 살펴본 박용헌 교수(서울대·교육학)는 『인격 도야와 교양에 대한 가치의식은 낮아지는 반면 실용·실리 추구의 경향이 증대되고 있으며 개인의 자유보다 사회질서를 우선시하면서도 개인의 권리 주장을 강조하는 상반된 가치의식을 보여주고 있다』 고 말했다.
그는 덧붙여 『국가에 대한 애착이나 역사·민족문화에 대한 긍지에선 긍정적이지만 국가 이념에 대한 평가나 지지 성향은 부정적이며 통일 문제엔 비판적이고 의지도 약하지만 통일을 위한 대화는 지속돼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이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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