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축산물 판매 10조 감소 예상…농식품부 너무 안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기사 이미지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2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출석해 김영란법과 관련한 김성찬 새누리당 의원의 질의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사진 박종근 기자]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9월 28일)을 앞두고 국회에서 농림축산식품부와 국민권익위의 입장이 명확히 엇갈렸다.

이동필 장관 “법 개정 필요하다 생각”
'식사 5만, 선물 10만원' 상향 건의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은 2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김영란법 시행으로 선물용 농·수·축산물 판매 손실이 연간 8000억~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성영훈 국민권익위원장은 같은 날 국회 정무위원회에 나와 “(법 적용 대상에서) 일부 품목만 제외하는 것은 형평성 차원에서 어렵다”고 밝혔다.

농식품부는 지난 22일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서 농축산물을 빼줄 것을 국민권익위에 요청했다. 건의안에는 법 개정이 힘들 경우 식사·선물비용 한도를 각각 최소 5만원, 10만원으로 올리고 시행 시기도 5년 후로 연기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다. 국민권익위의 시행령안은 식사는 3만원, 선물은 5만원 미만이다.

하지만 국민권익위는 가액 수정에도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성 위원장은 “단언할 수 없지만 명확한 논거와 실증적인 데이터가 뒷받침되지 못하면 기존 안이 크게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농해수위에서는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농식품부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은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연간 농·수·축산물 판매 감소가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농식품부가 너무 느긋하게 보고 있다”고 비난했다.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은 “관련 부처가 국무회의에서 주도적으로 김영란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우리 사회가 공직자들의 부정한 청탁을 단호하게 뿌리 뽑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며 “의원들이 도와달라”고만 답했다.

정무위에서도 비슷한 논의가 이어졌다. 새누리당 지상욱 의원이 “김영란법 때문에 편법행위가 만연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예상되는 피해를 줄이면서 법 취지를 달성하는 방안이 없느냐”고 질의하자 성 위원장은 “그런 우려가 많지만 시행 과정에서 충분한 홍보와 교육을 통해 실질적으로 규범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또 “(물가 상승 등) 경제 여건의 변화가 시행령을 개정해야 될 수준이 된다면 그때 가서 재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은 김영란법 원안에 포함돼 있다 빠진 ‘이해충돌방지법’의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해충돌방지법은 공직자가 자신이나 가족과 이해관계가 있는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하는 법이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경제단체나 정부가 나서 김영란법을 흔들고 후퇴시키는 것이 안타깝다”며 “부패청산지수가 1%포인트 상승하면 국내총생산(GDP)이 0.029%포인트 상승한다”고 했다.

글=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