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북 무수단 고도 50㎞선 마하 8…네 가지 비밀코드를 풀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북한이 지난 22일 원산에서 동해로 발사한 무수단 탄도미사일(북한 이름 화성-10)을 둘러싸고 억측이 난무한다.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무수단은 정상 발사했을 경우 고도는 600~700㎞이고 정상 사거리는 3000~4000㎞다.

미사일 발사 팩트 체크해보니
사드·SM-3 미사일로 요격 가능
탄두 회수 안 밝혀 ICBM 성공 못 믿어
비행 방향 통제기술은 옛날 방식

반면 올 들어 여섯 번째 발사된 무수단은 고각(高角) 발사를 하는 바람에 고도 1413.6㎞, 사거리 400㎞를 기록했다. 논란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기사 이미지

화성-10(무수단 미사일) 시험 발사

주한미군에 배치하려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로 무수단을 요격할 수 있는 것인가,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하기 위한 기술을 확보한 것인가 등등. 엇갈리는 주장이 많으면 여론은 불안해지고 가짜 사실이 진짜를 압도해 버린다. 군과 군사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한 ‘6·22 무수단 미사일’의 몇 가지 팩트(fact·사실)를 규명해 본다.


① 무수단의 속도


기사 이미지

이번 무수단 미사일은 대기권 밖에서 최고 속도가 마하 17이었지만 정점을 지나면서 추력이 떨어졌다. 특히 대기권이 시작되는 고도 120㎞에선 높은 밀도의 공기 저항 때문에 속도가 급격히 줄었다. 군에선 무수단의 마지막 낙하 부분을 추적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속도를 계산한 결과 고도 100㎞에선 마하 10∼11, 사드 미사일의 요격 최저고도인 50㎞ 부근에선 마하 8∼9로 추정됐다.

대기권을 통과하는 순간 속도가 급감하는 건 미사일뿐만이 아니다. 2014년 3월 경남 진주에 떨어진 운석은 지상에 닿는 순간 마하 0.2∼0.3이었다. 운석도 대기권 밖에선 마하 20의 속도로 접근하지만 대기권에선 공기 저항 때문에 속도가 크게 줄어든다. 다만 탄도미사일의 탄두는 공기 저항을 최소로 줄이도록 설계돼 그나마 감속 폭이 작다.


② 사드로 요격 가능한가


기사 이미지

요격미사일인 사드의 평균 속도는 마하 7.24다. 무수단의 속도가 사드의 요격 범위인 고도 50~140㎞ 구간에서 마하 8∼11인 만큼 요격이 어렵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2013년 이후 태평양 상공에서 10여 차례 실험을 거친 결과 사드는 정면에서 대응할 경우 마하 14까지도 요격할 수 있다는 게 입증됐다고 한다. 탄도미사일의 궤적을 컴퓨터로 사전에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군 당국은 패트리엇 미사일로는 요격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패트리엇 미사일의 속도가 마하 4.1이어서 아무리 정면에서 대응해도 배 이상 빠른 무수단을 요격하는 건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놀라운 건 미 해군 이지스함에 배치된 SM-3 미사일로는 무수단을 모든 구간에서 요격할 수 있다고 한다. 미국형 미사일방어(MD) 체계의 위력이다. 한국 해군의 이지스함도 소프트웨어 등 시스템을 보완하면 SM-3를 배치할 수 있다. SM-3는 고도 1500㎞까지 요격할 수 있다.


③ ICBM 기술 성공했나


기사 이미지

8000㎞ 이상 날아가는 ICBM은 대기권에 진입할 때 마하 20 이상의 빠른 속도를 유지한다. 이런 속도의 미사일 탄두가 공기와 만나면 6000~7000도의 마찰열이 생긴다. 이 과정에서 고열·고압의 공기 마찰로 탄두가 깎여 나가거나 타 버린다. 탄두가 고열에 균일하게 깎이지 않으면 원하는 방향이 아니라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갈 수 있다. 전략 목표를 타격할 수도 없다. ICBM의 대기권 진입 기술을 확보하기가 어려운 이유다.

이번 무수단은 대기권 진입 때 마하 20이 아니라 마하 10 정도였다. 탄두에 생긴 마찰 온도도 ICBM의 절반인 3000도 이하로 군은 추정하고 있다. 3000도와 6000~7000도의 조건은 하늘과 땅 차이다. 북한이 무수단의 탄두를 회수했는지도 불확실하다. 탄두가 빠른 속도로 해면과 부딪히면 산산조각 난다는 게 정설이다. 탄두를 회수해야 실험 결과를 분석할 수 있는데 북한은 회수했는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결국 북한은 ICBM의 대기권 진입 실험이 성공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론 큰 의미가 없는 주장이다.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더 보기 북한, 고농축 우라늄 넘치는데 왜 플루토늄 재처리 힘 쏟나



④ 왜 절반의 성공이라 부르나


기사 이미지

북한은 그동안 무수단의 비행을 통제하기 위해 편향추력(thrust vectoring) 방식을 적용하려고 노력해 왔다. 군사 선진국에서 주로 사용하는 편향추력 방식은 미사일 꽁무니나 동체 옆에 가스분출기를 장치해 비행 방향을 조절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 방식은 미사일을 쏘아올리는 추력과 균형을 맞추지 못하면 마구 흔들려 공중에서 폭발을 일으킨다. 여러 차례 북한의 시험 발사가 실패한 것도 그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번에 북한은 그동안의 편향추력 방식이 실패하자 무수단 미사일의 아래쪽에 작은 날개를 달아 균형을 잡았다고 한다.

김민석 군사안보전문기자 kimse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