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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도리를 찾아서’ 애니메이터 오수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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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7일 국내 개봉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도리를 찾아서’(앤드류 스탠튼 감독)는 2003년 빅히트한 ‘니모를 찾아서’의 후속격이다. 북미에선 지난 17일 개봉해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전 세계 약 4억 달러의 흥행 수입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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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를 찾아서’의 오수형 애니메이터와 그가 작업한 문어 행크의 캐릭터(오른쪽). [사진 월트디즈니]

문어 물 안팎 피부질감 달라 더 복잡
픽사서 일하는 건 돈보다 행복감

건망증에 걸린 물고기 도리가 가족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인 이 애니메이션에는 한인 애니메이터 오수형(에릭 오·32)이 참여했다. 서울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UCLA에서 석사 과정을 밟은 후 2010년 픽사에 입사한 그는 ‘몬스터대학교’(2013), ‘인사이드 아웃’(2014) 등에 참여했다. 애니메이터란 극중 상황에 맞게 캐릭터의 표정과 동작을 섬세하게 그려넣는 이다. ‘도리를 찾아서’의 문어 행크 캐릭터를 맡아 2년 6개월간 작업한 그를 서울 역삼동 디즈니 한국지사에서 만났다.

행크 작업이 “가장 돈이 많이 들고 복잡했다”고 했다던데.
“처음부터 끝까지 어려운 캐릭터였다. 문어는 연체동물이어서 모양 변신이 가능하고, 물 밖과 속에서의 피부 질감이 다르다. 수족관에 자주 갔고, 문어를 실제 만져보기도 했다. 행크 작업에 40여 명의 아티스트가 함께 했다.“
참고한 캐릭터가 있다면.
“빨판이 있는 문어 다리 표현이 과제였다. 1989년 애니메이션 ‘인어 공주’에 나오는 마녀의 문어다리 하반신을 참고하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다리 움직임을 만들 땐 백지에 무조건 많이 그렸다. 흐물흐물한 다리를 하나씩 그려보기도 하고, 다리 전체가 덩어리채 움직이는 느낌으로 그리기도 했다.”
각 캐릭터 담당 애니메이터는 감독이 정하나.
“양쪽 모두의 의지가 반영된다. 애니메이터는 일종의 연기자다. 캐릭터의 기분, 의지 등 모든 감정을 직접 손과 컴퓨터로 그려 만드니까. 그래서 애니메이터마다 각자 잘하는 분야가 있다. 슬랩스틱한 움직임, 슬픈 감정 등 특화 분야가 있다. ‘인사이드 아웃’에선 기쁨과 슬픔, 라일리, 빙봉을 두루 맡았다. 내가 물체의 움직임 표현에 관심이 많다 보니 감독이 문어팀에 배치한 것 같다.”
 ‘도리를 찾아서’가 전편과 가장 다른 점은.
“‘니모를 찾아서’가 아들을 찾는 애틋한 부성애를 그렸다면, ‘도리를 찾아서’는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을 담았다. 도리의 건망증을 장애라고 보면, 이 영화는 험한 세상에 내던져진 장애 아이가 난관을 극복해가는 이야기다. 이런 점이 어른 관객을 또 한번 울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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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에서 얻은게 있다면.
“픽사의 장인 정신을 배운 것 같다. 캐릭터의 눈 깜빡임 하나도 완벽을 기하려는 정신이다. 지난해 만든 단편 ‘O’를 팀장을 비롯한 동료에게 맨 먼저 보여줬다. 모두 진심으로 좋아해 줬다. ‘일 안 하고 이거 만들었어?’ 하지 않는다. 아티스트로서 표현하고 싶은 걸 다 하도록 지지해준다. 픽사 사람들은 돈을 많이 주기보단 행복하게 해줘야 회사를 떠나지 않을 사람들이니까.”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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