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돈벌이 신통찮은 은행들…희망퇴직 통한 인력 감축 상시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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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은행권이 희망퇴직을 통한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다.

국민, 임금피크제 대상자 신청 받아
퇴직은 늘리고 신규 채용은 줄여

국민은행은 노사 합의에 따라 29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고 26일 밝혔다. 대상자는 임금피크제에 이미 들어갔거나 내년에 임금피크제로 전환되는 직원(1962년 이전 출생자) 약 1000명이다. 희망퇴직을 하면 24~27개월치 급여를 퇴직금으로 지급하는 조건이다.

국민은행은 남자직원의 평균 근속연수(21.3년)가 시중은행 중 가장 길다. 지난해엔 인사적체 해소를 위해 5년 만에 희망퇴직을 실시해 상반기 1122명, 연말에 170명을 내보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사례를 볼 때 올해도 전체 대상 중 절반 정도 인원이 희망퇴직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리은행도 지난 4월 희망퇴직을 실시해 254명이 떠났다. 임금피크제 대상 중 70%가 희망퇴직을 선택했다. 우리은행은 ‘전직지원제도’라는 이름으로 1년에 두 차례 정례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앞서 신한은행은 지난 1월 올해 은행권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임금피크제 도입대상 140명 중 성과우수자 50명을 제외한 나머지 90명이 희망퇴직으로 나갔다.

희망퇴직의 상시화는 저금리로 수익성이 악화된 은행으로서는 고정비용을 줄이기 위한 자구책이다. 핀테크의 발전으로 인해 각 은행은 지점 수와 인력을 줄여나가는 추세다. 한 시중 은행 관계자는 “대상 직원 입장에서도 임금피크제로 급여가 줄어드는 것을 감안하면 희망퇴직이 낫다고 보고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희망퇴직은 늘고 있지만 신규 채용은 예년보다 크게 줄었다. 올해 시중은행 중 대졸 일반직을 채용에 나선 곳은 일반직 100명을 선발 중인 신한은행이 유일하다. 다른 은행은 창구업무를 담당하는 개인금융서비스직군만 선발하거나(우리은행), 경력단절 여성 채용만 진행했다(국민은행).

지난해 상반기에 국민·신한·농협·기업은행이 대졸 일반직을 718명 뽑았던 것과 비교하면 채용문이 확 좁아졌다. 5개 은행(KEB하나·국민·우리·신한·기업)은 하반기에 일반직 채용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채용 시기와 규모는 우리은행이 9월 중 공채를 실시한다고만 밝혔을 뿐이고 나머지는 미정이다. 조선·해운업 부실의 여파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협은행은 신입행원 채용 여부를 아직까지 결정하지 않았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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