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여름엔 빙하·고래 크루즈, 겨울엔 오로라·개썰매 체험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85호 14면

지구온난화는 북극지방에 천연자원 개발뿐 아니라 관광산업이란 새로운 선물도 안겨 주고 있다. 얼어붙은 바다와 동토(凍土)가 열리면서 그동안 접근이 어려웠던 지역까지 관광객들이 갈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오로라와 빙하(氷河)·백야(白夜)·북극곰 등으로 대표되는 북극 관광은 해외여행의 ‘끝판왕’쯤으로 꼽힌다. 그중에서도 가장 가기 어렵지만 남다른 매력을 가진 곳을 꼽으라면 단연 그린란드다. 그린란드에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된 빙하가 있다. 그린란드 중서부 북위 69도에 위치한 일루리사트는 인근 아이스피오르 빙하 덕에 마을 내 평범한 호텔 객실에 앉아서도 창밖으로 빙산을 볼 수 있다. 배를 타고 아이스피오르 앞바다에 나서면 높이가 수백m를 넘나드는 빙산들이 떠다니며 장관이 펼쳐진다.


빙산 외에도 고래 관광과 이누이트 원주민 마을 방문, 빙하 트레킹, 카약·개썰매 체험, 오로라 관측(겨울철) 등 다양한 현지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여름철(5월 20일~7월 20일)이면 24시간 태양이 하늘을 한 바퀴 돌며 떠 있는 백야도 체험할 수 있다. 일루리사트 현지에서 만난 관광가이드 리노 옌센은 “한 해 그린란드 관광객은 7만5000명 정도이지만 최근 들어 급증하는 추세”라며 “호텔과 차량 등 관광 인프라가 증가하는 관광객 규모를 따라가기 힘들 정도”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그린란드까지 가는 길은 멀고 복잡하다. 일단 인천에서 출발해 영국 런던 또는 덴마크 코펜하겐, 핀란드 헬싱키 등을 거쳐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까지 가야 한다. 레이캬비크에서 한두 차례 비행기를 더 타야 그린란드 일루리사트까지 갈 수 있다. 열흘 안팎의 일정에 드는 비용도 1인 기준 1000만원 안팎에 달한다. 그것도 그린란드의 눈이 일부 녹는 여름철(6~9월)에만 가능하다. 그래서 아직까지 그린란드만을 다루는 여행상품은 없다. 올해 초 한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관심을 끌고 있는 아이슬란드 여행에 일루리사트 빙하를 묶어 판매하는 정도다.


인구 32만 명에 불과한 아이슬란드는 최근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 수도 레이캬비크의 케블라비크 국제공항 이용객은 2010년 200만 명에서 올해 600만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아이슬란드는 불과 얼음이 공존하는 나라다. 북위 63~66도의 고위도에 위치한 얼음나라임에도 불구하고 화산지대 위에 앉아 있어 지열(地熱)이 풍부하고 온천이 발달했다. 덕분에 전기와 난방은 거의 대부분 지열발전으로 해결한다. 아이슬란드 곳곳의 야외수영장에 연중 따뜻한 물이 수증기를 뿜어 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레이캬비크 도심 곳곳에선 지열 파이프에서 굴뚝처럼 수증기를 뿜어대는 장면을 흔히 접할 수 있다. 시내 호텔의 욕실에서 나오는 온수도 유황 내음이 물씬 풍기는 온천수다. 온천욕과 간헐천을 볼 수 있는 트레킹, 피오르의 빙하, 빙원 트레킹 등 세계 어디에서도 경험하기 어려운 아이러니한 여행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북극 일대를 배를 타고 여행하는 크루즈 상품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크리스털크루즈사의 크리스털 세레니티호는 올 8월 미국 앵커리지에서 출발해 알루션 열도와 베링해협 및 캐나다의 빅토리아해협, 그린란드의 일루리사트와 누크를 거쳐 뉴욕으로 가는 32일간의 크루즈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번 크루즈는 북극해 북서항로를 완전히 항해하는 첫 번째 크루즈 운항으로, 1인당 최소 2만2000달러가량의 비용이 든다. 중국의 극지 전문여행사 투뉴(途牛)는 러시아의 쇄빙선인 ‘빅토리 50년호’를 임대해 올 7월부터 무르만스크에서 출발해 15일간 운항하는 북극점 크루즈 여행상품을 출시했다.


특별취재팀: 최정동·김창우·최준호·최경호·정원엽 기자changwoo.k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