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게이트' 수사] 분양대금·사채로 200억 로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호랑이 등에 올라타 있으니 잡아먹히지 않으려면 계속 갈 수밖에 없다."

'굿모닝 게이트' 수사와 관련, 서울지검의 한 간부는 16일 '기호지세(騎虎之勢)'라는 고사성어를 썼다. 굿모닝시티 대표 윤창렬씨가 유력 인사들을 상대로 2백억원대의 로비를 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검찰이 정치권 등에 올라탄 형국임을 비유한 것이다.

2백억원은 크게 정치권과 관가.금융권 등 세 곳에 뿌려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굿모닝시티 계약자협의회는 로비 자금 중 일부가 대통령 당선 축하금과 대선 자금으로 쓰였을 가능성까지 제기, 그 사용처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협의회 측은 "선거 직전 일일 판세 분석과 대통령 당선자 측에 대한 인맥 구축 및 접근 계획 등이 적힌 문건도 조만간 공개하겠다"고 밝혀 주목된다.

이와 관련, 굿모닝시티의 한 전직 임원은 "대선 때 尹씨가 민주당과 한나라당에 1백억원을 대선 자금으로 제공했다는 소문이 회사 주변에서 돌았다"고 전했다.

2백여억원 중 1백여억원은 2001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굿모닝시티 상가 3백여개를 분양하면서 투자자들에게서 받은 대금의 일부로 보인다. 나머지 1백여억원은 지난해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끌어들인 사채 자금 8백억원의 일부로 추정된다.

자금은 지난해 초와 여름, 그리고 대통령 선거 전후 등 세차례 집중적으로 뿌려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우선 지난해 3~4월 尹씨는 굿모닝시티 분양과 관련, 서울시의 건축계획 심의를 통과해야 하는 절박한 처지였다.

이 시기에 회사 고문이나 이사들을 통해 관가와 정치권에 로비 자금을 살포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4월 尹씨 지시를 받은 로비스트 金모씨를 통해 2천만원을 받은 전 서울시 간부 김인동씨가 구속됐다. 검찰은 尹씨가 지난해 3월 민주당 정대철 대표에게 전달한 2억원도 각종 인허가와 관련된 것인지를 캐고 있다.

尹씨는 지난해 6월 횡령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되면서 측근인 강모씨를 통해 비자금을 더욱 치밀하게 관리하기 시작했다.

최근 강씨는 검찰 조사에서 "尹씨의 지시를 받고 지난해 6월 4억2천만원을, 9월 4억5천만원을 현금으로 바꿔 尹씨에게 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는 尹씨가 주택공사에서 ㈜한양 인수를 추진하고, 굿모닝시티를 중심으로 서울 동대문 일대에 패션타운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진행하던 때다.

尹씨는 지난해 12월 대선이 가까워지자 다음 정권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자신의 사업이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불안해 했다는 것이 주변의 전언이다.

때문에 尹씨는 여야를 떠나 자신의 사업을 지키기 위한 보험 성격의 로비에 나섰다는 것이다. 尹씨가 민주당 鄭대표에게 추가로 2억원을 준 것도 바로 이때다.

현재 로비 대상으로는 청와대의 핵심 실세, L.S.K의원 등 여권 인사 10여명과 S.H.L의원 등 한나라당 인사 4~5명, 일부 자민련 인사도 거론된다. 여권의 일부 정치인에 대해서는 6억원, 8억원 등 구체적 액수까지 거론되는 판이다.

김원배·문병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