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람과 자성의 자리|문인들 출판 기념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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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 18일 하오7시. 서울관철동 C음식점 3층에서 소설가 정종명씨의 첫 창작집『오월에서 사월까지』의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데뷔 7년만에 첫 소설집을 내는 정씨를 위해 그와 동년배의 소설가들이고 「작가」동인을 함께 하고있는 서동연·윤후명·김원우·황충상씨등이 주축이 되어 자리가 만들어졌고 선배작가인 하동찬·유재용·송영·김원일씨등이 참석하였다.
소주와 맥주·찌개안주가 마련된 조촐한 모임이었다. 문연이 한층 더하기를 바란다는 선배들의 축하와 첫 창작집의 기쁨과 함께 더윽 노력하겠다는 정씨의 대답이 있었다.
요즈음 흔히 말하는대로 끝풀이 여흥이 시작되어 송영씨는 김지하씨의 소리, 황석영씨의 만담과 함께 문단의 3가지 볼거리로 알려진 멋진 휘파람을 불었다.
정씨의 작품과 문단이야기로 가을밤이 깊어갔다.
출판기념회. 이는 문인에게 있어 보람과 자생이 함께 하는 자리다. 가까운 동료나 선배들이 만들어주는 이러한 자리에서 그들은 자신의 문학의 한 결정을 바라보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한다.
첫 창작집의 경우 문인들이 느끼는 감회는 더 깊게 마련이다. 한권의 책으로 묶여져 자신을 떠나 독자 앞으로 다가가는 그의 작품을 바라보며 문인들은 창작의 기쁨과 함께 항상 생각하는 부족함을 더 절실히 느끼게 된다.
문인들은 출판기념회에서 동료이자 첫 독자인 가까운 문인들에게서 그의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
그래서 문인들의 출판기념회는 그야말로 간소하고 조용한 이야기 자리가 된다. 대부분의 경우 가까운 문인 몇이모여 책을 전달하고 문학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보통이고 기념회라는 이름을 붙이는 경우는 오히려 드문편이다.
방명록에 서명하고 격식에 따라 축사·답사가 있는 경우는 예외에 속한다.
간소한 모임예서 자신의 책을 전달하겠다는 뜻이고 참석자들은 또 부담감없이 자리하고 조그만 성의를 보이기도 한다.
문인들의 출판기념회는 덕담을 하는 자리만은 아니다. 김주영씨가 『객주』를 내어 출판기념회가 열렸을 때 작가 김춘복씨는 축하의 말을 하면서 김씨 소설의 장점을 이야기함과 아울러 자신이 느끼는 단점도 이야기했다. 김주영씨와 많은 참석자들이 이에 공감했고 문학이야기가 꽃피웠다.
작가 황석영씨는 대하소설 『장길산』을 내고 장길산의 혼을 부르는 굿판을 벌여 출판기념회를 대신했다.
동학혁명을 소재로 하여 장편 『녹두장군』을 쓰고 있는 송기숙씨는 동학군이 집결했던 전북의 백산산정에서 출판기념회를 갖고 싶다는 뜻을 표명하고 있다. 작품의 내용이나 배경이 되는 장소등과 관련하여 벌어지는 이러한 출판기념회는 문인과 관심있는 사람들이 함께 벌이는 한바탕의 축제로 즐겨지는 것이다.

<임재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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