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풀이 마당」은 정과 동 조화 뛰어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부산시립무용단(상임안무자 손세란) 제16회 정기공연(16일 부산시민회관)은 전에 없이 활기 차고 친근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그것은 이번 공연 레퍼터리가 일반대중을 조준한 홀가분하고 부담없이 관람할 수 있는 내용으로 짜여져 관객과의 동조가 쉽게 이루어지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립무용단이란 언제나 시민을 위한 시민의 무용단이라는 사명감을 명제로 삼아야한다.
부산시립무용단은 창단13년을 맞아 지방에서는 가장 연조있는 무용단이라는 자존과 긍지로 언제나 꾸준히 향토적 특색을 살리면서 순조로운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또한 그간 네사람의 안무자를 교체함으로써 흔히 한 안무자의 장기집권으로 농단되면서 정체되고 규격화되고 타성에 젖는 다른 무용단들과는 달리 항상 생명력 넘치는 전진을 가질 수 있었다. 이번공연은 금년들어 두번째 정기공연이다.
지난 봄에는 『바람이어라』라는 장편무용극이 『반야심경』을 바탕으로 제작되어 시민의 광범위한 호응을 받았다. 이번에는 시민대중의 전통적 정서와 흥을 되살려 삶의 활력을 북돋우게 할양으로 마당놀이등 타악기 주조의 신풀이 모음을 선보였다. 1부는 정적인 정서를 담은 소품 모음으로 여름밤의 풍물시인 「여인헌도화」를 비롯해서 옛 설움을 추억으로 승화시킨 「꽃 그리고 바람」, 민속적 병풍화를 상기시키는 「토담」과 명암을 살린 화사한 「부채춤」, 시간의 흐름속에 끈질기게 이어지는 삶의 송가 「옛날 옛날 그옛날에」로 이어졌고 2부는 홍을 돋우는 「구정놀이」「북춤」「교방굿놀이」「채상장구」「마당놀이」등으로 계속 이어가는 신풀이 한마당이었다.
1,2부를 정과 동으로 안배하여 관객을 자연스럽게 고조시킨 생기있는 공연이었다. 이번 공연에서 뛰어난 신성은 이윤혜를 꼽을 수 있다. 모두의 기량도 전국적인 수준이며 특히 시대감각과 센스에 뛰어난 안무자의 영도력으로 개성있는 무용단으로서의 관록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