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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오디세이 2016] 압록강 대바우, 단풍 속 초가집…꿈에 그린 북녘 고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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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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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필라델피아에 거주하는 한태용씨는 고향인 양강도 하굽이 마을의 풍경을 그린 그림. 실향민들의 그림 1만5000점을 모아 대형 설치미술 작품을 만드는 ‘꿈에 그린 북녘’ 프로젝트는 통일교육원과 중앙일보 공동 주관으로 8월 15일까지 진행된다.[사진 통일교육원]

“이역만리에 묻힐 망향의 넋을 그림으로라도 위로하고 싶다.”

중앙일보 ‘오두산 벽화 프로젝트’에
실향민 2000명 그림 사연 동참
7월 말까지 1만5000장 모아 전시

양강도 후창군(현 김형직군) 압록강변의 하굽이 마을 출신 한태용(80)씨는 자신의 고향을 ‘벼랑골’로 기억한다. 대바우(위)라는 이름의 우뚝 솟은 벼랑에 서서 압록강을 바라보던 기억이 선하기 때문이다. 한씨는 “노을빛이 곱게 물들었던 압록강이 아직도 생생하게 생각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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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태용씨는 고향을 주제로 한 자작시를 보내왔다. [사진 통일교육원]

12세에 월남한 한씨는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필라델피아에 정착했다. 세탁소를 운영하는 고된 삶 속에서도 북녘의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글과 그림으로 틈틈이 기록해놨다. 한씨는 이산가족과 실향민들의 기억 속 고향을 그림으로 그리는 ‘꿈에 그린 북녘’ 프로젝트<본지 5월 19일자 1, 8면> 참여를 위해 필라델피아에서 직접 우편을 보내왔다.

가로·세로 7.6㎝(3인치) 화폭에 고향에 흐르던 압록강과 대바위의 모습을 간결하면서도 선명하게 표현했다. 고향 풍경을 묘사한 자작시 ‘내 고향’도 그림과 함께 보내왔다. ‘꿈에 그린 북녘’ 프로젝트는 통일교육원과 중앙일보 공동주관으로 오는 8월 15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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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여 년 전 떠나온 고향의 모습을 묘사한 실향민들의 그림. 정영원씨는 황해도 은율군의 고향집을 수채화로 그려냈다. 실향민들의 그림 1만5000점을 모아 대형 설치미술 작품을 만드는 ‘꿈에 그린 북녘’ 프로젝트는 통일교육원과 중앙일보 공동 주관으로 8월 15일까지 진행된다. [사진 통일교육원]

황해도 은율군 풍산리가 고향인 정영원(75)씨는 고향 초가집의 풍경을 수채화로 그려냈다. 집 앞 나무에 물든 붉은 단풍까지 그려낸 섬세한 묘사가 돋보였다. 평안남도 대동군이 고향인 이창화(88)씨는 그림 대신 편지를 남겼다. 이씨는 대성산 자락에서 냉면 장사를 했다는 부모님의 이름과 “속히 통일이 돼서 고향에 돌아가고 싶다”는 희망을 편지에 적었다.

이산가족과 실향민들의 기억 속 고향을 그리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모인 그림들은 오두산 통일전망대에 설치미술가 강익중(56)씨의 벽화로 재탄생해 71주년 광복절에 일반에게 공개된다. 통일교육원은 프로젝트 시작 한 달여 만에 2000여 개의 그림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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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말까지 1만5000장을 수집한다는 계획이다. 참여를 원할 경우 통일교육원에 우편 접수를 하거나 이번 프로젝트의 후원사인 KEB하나은행 전 지점을 통한 방문 접수도 가능하다. 참여 및 접수 문의는 통일교육원 교육협력과(02-901-7057).

서재준 기자 suh.jaej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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