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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신청 거부당했던 시리아인 9명 난민심사 기회 얻었다

중앙일보

입력

 
안전한 국가를 경유해서 왔다는 이유로 난민신청 단계에서 거부당한 시리아인 9명이 난민심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인천지법 행정1부(임민성 부장판사)는 23일 시리아인 A(19) 등 9명이 인천공항출입국관리사무소장을 상대로 낸 난민인정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 소송에서 모두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난민법 시행령 제5조에서는 난민 인정 심사 불회부 사유로 '박해의 가능성이 없는 안전한 국가 출신이거나 안전한 국가로부터 온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원고가 인천공항에 도착하기 이전에 거쳐온 터키, 카타르가 ‘안전한 국가’라는 사실이 명백히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또 "원고는 시리아 당국이나 이슬람국가(IS) 등으로부터 강제징집을 당할 우려가 있는 자로 난민 신청을 할 이유가 있다"며 "피고가 불회부 처분을 한 것은 재량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덧붙였다.

A씨는 지난해 12월 22일 시리아를 떠나 터키에 입국한 뒤 같은 달 27일 카타르를 거쳐 인천공항을 경유하는 중국행 항공편에 탑승해 다음날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그는 이틀 뒤인 지난해 12월 30일 "시리아가 내전 상태가 유지되고 있어 군대에 징집될 우려가 있다"면서 난민 인정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불회부 처분을 받았다.

나머지 시리아인들도 같은 이유로 시리아를 출발해 한국에 왔지만 모두 "비교적 안전한 국가에서 왔다"는 이유 등으로 난민 신청을 거부당했다.

그러나 이날 판결로 이들은 난민 심사를 받게 됐다. 지난 17일 같은 취지의 소송에서 승소한 19명의 시리아인을 포함하면 모두 28명의 시리아인이 난민심사를 받게 됐다.

한편 A씨 등 28명의 시리아 난민들은 지난해 12월 국내로 입국했지만 난민신청을 거부당하면서 수개월째 인천공항 송환 대기실에서 햄버거, 콜라로 끼니를 때우며 생활해 왔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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