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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주말에 뭐 볼래? … 납치당한 딸 '비밀은 없다' vs 기억 이식 '크리미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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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볼만해?

지금 영화관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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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비밀은 없다` 스틸컷]

비밀은 없다

감독 이경미 출연 손예진, 김주혁 촬영 주성림 조명 최종하 미술 홍주희 음악 장영규 장르 스릴러 상영 시간 102분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개봉일 6월 23일

줄거리 국회 입성을 노리는 신예 정치인 종찬(김주혁)과 그의 아내 연홍(손예진)은 선거 유세에 열을 올리고, 그 사이 딸 민진(신지훈)이 감쪽같이 사라진다. 연홍은 딸을 찾기 위해 애쓰지만 종찬은 흔들림 없이 선거에만 몰두한다. 홀로 딸의 흔적을 쫓기 시작한 연홍은 점차 충격적인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별점 ★★☆
선거를 앞두고 딸이 실종된다. 시간이 지나도 딸이 돌아오지 않자, 엄마는 불안에 휩싸여 절망과 분노를 드러내지만 아빠는 선거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주위 사람 누구도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려고 하지 않는다. 대략적인 줄거리만 보면 뻔한 정치 스릴러라고 여길 수 있다. 상대 후보가 딸을 납치했다거나, 혹은 선거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아빠가 딸의 실종을 계획했다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비밀은 없다’는 이러한 예측을 기묘하게 거스른다. 연홍이 딸의 흔적을 찾아 헤매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사건의 전말은 조금은 낯선, 예상치 못한 반전을 선사한다.

겉으론 행복해 보이지만 어긋난 가족 관계, 미칠 듯한 심정을 극한의 감정으로 표현하는 모성애, 그 속에서 피어난 충격적 반전이 영화의 핵심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영화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 극 중반 딸을 찾아 헤매던 연홍이 혼잣말로 되뇌는 “생각하자, 생각하자, 정신 똑바로 차리고 생각하자”의 마음이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할까. 또한 딸 민진과 친구 미옥(김소희)의 관계, 민진과 학교 선생님과의 비밀 약속, 민진을 둘러싼 상황들이 나열되는데, 반전이 드러나기 전까지 비정상적이고 불안한 인물들의 감정을 뒷받침하기에는 개연성이 낮다. ‘왕따’ 문제, 지역 감정 문제 등도 이야기 안에서 겉돈다. ‘미쓰 홍당무’(2008)에서 보여 준, 이경미 감독의 힘 있고 개성 강한 연출이 전에 없던 복수나 반전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감에 묻혀 버렸다는 점이 안타까울 뿐이다.

하지만 배우들의 열연만큼은 이견이 없다. 딸을 추적하며 남편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비밀을 발견한 후 힘든 시간을 보내는 연홍. 그의 기이한 감정에 공감할 수 있는 건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모성애를 품은 손예진의 얼굴 덕분이다. “어떤 감정도 들키지 말라”던 이경미 감독의 요청대로 김주혁은 딸의 실종에도 변함 없이 선거에만 몰두하는 냉철하고 무게감 있는 연기로 영화의 한 축을 담당한다.

더불어 ‘비밀이 없다’는 청각의 자극을 극대화시키고자 한 노력이 곳곳에서 엿보이는 영화다. 캐릭터 감정에 맞서는 음악과 사운드의 독특한 밸런스는 예측할 수 없는 전개에 힘을 보탠다. 영화를 보고 나면 한동안 민진과 미옥이 부른 ‘와일드 로즈 힐’이 귀에서 맴돌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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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크리미널` 스틸컷]

크리미널

감독 아리엘 브로멘 출연 라이언 레이놀즈, 케빈 코스트너, 게리 올드만, 갤 가돗 장르 액션, 범죄, 스릴러 상영 시간 111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6월 22일

줄거리 테러 조직의 배후를 추적하던 미국 CIA 요원 빌(라이언 레이놀즈)은 중요한 정보를 입수하지만 곧 살해당한다. CIA 측은 빌의 기억 속에 있는 정보를 얻기 위해, 중범죄자 시설에 수감 중인 제리코(케빈 코스트너)에게 빌의 기억을 이식한다. 감정이라곤 전혀 없던 냉혈한 제리코는 탈출을 감행하지만, 큰 혼란을 겪기 시작한다.


별점 ★★★
자신의 정체성을 유지한 채 다른 사람의 기억을 고스란히 갖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직접 겪지 않은, 따뜻하고 행복했던 기억이 머릿속에 있다는 것만으로 성격이나 행동이 변할 수 있을까. ‘크리미널’은 범죄 스릴러라는 장르 안에 있지만, 엄청난 물량 공세와 화려한 액션 대신 이러한 질문에 더욱 주목한다.

흥미로운 출발점과 서로 쫓고 쫓기는 인물들을 바라보는 재미가 꽤 쏠쏠한 덕에 중반부까지는 크게 흠잡을 것이 없다. 달아나려는 제리코, 그에게 이식된 기억을 필요로 하는 CIA, 같은 이유로 제리코를 쫓는 테러 조직이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이 스릴 있게 전개된다.

그러나 영화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은 밋밋해, 결과적으로는 미지근한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어떤 감정도 느끼지 못하던 한 사람이 타인의 기억을 갖게 되며 사랑과 유대감 같은 감정을 알게 되는 모습이 설득력 있게 그려지지 않아서다. 제리코가 빌의 기억을 통해 사랑을 느끼게 되는 과정으로 관객의 마음을 움직여야 하는데, 정작 영화가 보여 주는 것은 내내 두통을 앓는 제리코의 모습뿐이다. 그의 변화에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 없기에, ‘저럴 수도 있겠다’고 머리로는 이해하면서도 가슴이 요동치진 않는다. 중반부를 넘어갈수록 CIA와 테러 조직의 움직임도 느슨해진다.

그럼에도 끝까지 이 드라마를 붙들게 되는 것은 역시 배우들의 힘이다. 케빈 코스트너는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몸 사리지 않는, 제 몸에 딱 맞는 액션을 선보인다. 노장의 품격이다. ‘배트맨 대 슈퍼맨:저스티스의 시작’(3월 24일 개봉, 잭 스나이더 감독)에서 원더우먼 역으로 인기를 얻은 갤 가돗은 빌의 아내로 출연해 제리코의 마음을 흔드는데, 짧은 분량에도 매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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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우리들` 스틸컷]

우리들

감독 윤가은 출연 최수인, 설혜인, 이서연, 강민준 장르 드라마 상영 시간 94분 등급 전체 관람가 개봉일 6월 16일

줄거리 여름 방학식 날, 교실에 남아 있던 선(최수인)은 전학생 지아(설혜인)를 만난다. 여름 내내 붙어 다닌 둘은 어느덧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는 단짝이 된다. 그런데 새 학기가 시작되자 선을 대하는 지아의 태도는 차갑기만 하다. 이유를 모르는 선은 지아와 다시 친하게 지내고 싶다.

별점 ★★★★ 어른들이 모르는, 더욱 정확히 말하면 오래전 겪었으나 이미 잊어버리고 만 세계의 풍경을 생생하게 펼쳐 보인다. 마치 열한 살 소녀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꾹꾹 눌러 쓴 일기장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기분이다.

이 영화가 포착한 순간들은 마냥 밝고 맑은 것이 아니다. 여기에는 나와 너를 떠나 ‘우리’라는 관계를 맺느라 겪고 느꼈던 인생 최초의 당혹감이 생생하다. 체육 시간에 조를 나눌 때 조장이 어서 내 이름을 불러 주기를 바랐던 간절한 기억, 사실상 내 인생의 첫사랑이라고 불러도 좋을 단짝 친구가 다른 아이와 더 친하게 지낼 때 느꼈던 질투와 배신감 같은 것들 말이다.

단순하게 뭉뚱그려졌던 기억과 감정이 다시 하나하나 살아나게 만드는 힘은 카메라로 세밀화를 그리듯 표현한 윤가은 감독의 솜씨다. 아이들에게서 이토록 미묘하고 다채로운 표정과 감정을 포착하고 또 연기로 이끌어 낸 재능이 놀랍다. 장담하건대, 아이들 이야기라고 무심코 지나치면 올해 상반기 한국영화의 빛나는 성취를 놓치는 셈이다.

웃고 토라지고 오해하고 풀며 영그는 아이들의 시간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하다. 영화 속에서 아이들이 나란히 앉아 손톱에 물을 들이듯, 보고 나면 마음에 예쁜 봉숭아 물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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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서프러제트` 스틸컷]

서프러제트

감독 사라 가브론 출연 캐리 멀리건, 로몰라 가레이 장르 드라마 상영 시간 106분 등급 12세 관람가 개봉일 6월 23일

줄거리 1912년 스물네 살의 세탁 공장 노동자이자 아들과 남편을 둔 모드 와츠(캐리 멀리건)는 우연히 여성 참정권을 주장하는 서프러제트 단원들과 가까워진다. 공공 시설 파괴 등 폭력 시위에도 가담하게 된 그는 영국 경찰의 집요한 수사를 받게 된다.

별점 ★★★ 평범했던 와츠가 여성으로서 받은 차별의 부당함을 깨닫고, 열혈 활동가로 거듭나는 과정을 드라마로 풀었다. 와츠가 여성 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남편에게 버림받고 아이와 생이별하는 모습은 마음을 깊이 저민다. 실존한 서프러제트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 더욱 그렇다. 이들이 왜 폭력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는지 설명하는 대사도 인상 깊다. 지금 사회에 적용해도 크게 틀리지 않은 말이다. 다만 소재와 대사의 묵직함에 비해 촬영 및 편집 등의 완성도는 떨어져 다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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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생존자들` 스틸컷]

생존자들

감독 브라이언 폴크 출연 톰 펠튼, 가렛 딜라헌트, 제이크 아벨 장르 모험, 드라마 상영 시간 99분 등급 12세 관람가 개봉일 6월 23일

줄거리 1942년 1월, 남태평양 상공을 비행하던 미국 해군 해롤드(가렛 딜라헌트)와 진(제이크 아벨), 토니(톰 펠튼)는 전투기 연료가 바닥나 바다 한가운데 불시착한다. 구명 보트로 겨우 목숨을 건지지만, 표류 기간이 길어지며 세 사람 사이엔 갈등이 싹튼다.


별점 ★★
제2차 세계대전 당시 34일 동안 망망대해에 표류한 세 병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생존 드라마. 생명을 위협하는 무더위와 갈증 등 극한의 상황에서도 생존 의지를 놓지 않는 인간의 모습을 숭고하게 그렸다. 그러나 영화는 인물들이 시련을 겪는 모습을 보여 주는 데 집중한 나머지, 유사한 상황을 반복해서 보여 준다. 허술한 CG(컴퓨터 그래픽)로 몰입감을 크게 떨어뜨린다. 상황을 실감 나게 그리지 못할 바엔 인물들의 심리 변화에 더 초점을 두었어야 했다.

이지영 이은선 임주리 김나현 고석희 기자 lee.jiyo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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