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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도「품질고급화」돼야|송진혁<본사정치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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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당이나 정치인이 이른바「홍보」에 관심이 크고 열성적인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홍보가 이미지·인기·표, 이런 것과 상관이 있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신문·TV에 자기이름이 더 자주, 더 좋게 나가도록 애쓰고 정당이 홍보에 쏟는 당력은 대단하다.
그래서 정당간에는 서로 질세라 다투어 정책과 대안과 주장을 발표하고 서로 자당의 것이 더 자세히, 더 큼직하게 보도되기를 원한다.
신문기자의 입장에서는 뉴스가 되는 정치행위를 보도하게 마련인데, 가끔 우리기사가 왜 적게, 또는 작게 취급되느냐는 불평 때문에 곤혹스러워지는 경우가 있다.
여당기사가 많으면 야당이 불평하고, 야당기사가 많으면 여당이 못마땅해한다. 정당이 이런 신경을 쓰는 것은 당연하고 또 일면 바람직스런 현상이기도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를 「유감」으로 까지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말이다.
더 많이, 더 잘 홍보되기 위해서는 보도할 가치가 있는「정치행위」를 많이 해야하는데, 이런 정치는 않으면서 홍보는 많이 하고 싶어하는 발상이 여야일부에 다같이 나타나는 수가 있다.
여야가 정치행위를 창출하는 방식을 보면 매우 대조적이다.
야당 쪽에는 우선 정치적 언동이 개방적이다. 주장을 여론화·공론화 하려는 언동이 많고, 그에 따라 각종 회의가 활성화·공개화됨으로써 보도·홍보될 양과 기회가 많아진다.
반면 여당 쪽에서는 실제 정치행위가 많지만 외부에서는 잘 알기 힘든 특성이 있다. 성원의 정치행위가 대부분 상향적인 진언·건의의 형식을 취하기 쉽고 자연히 제한적·선행적 성격을 띠게 됨으로써 보도 홍보의 양과 기회가 적어지는 경향으로 흐르기 쉽다.
물론 야당에도 선행적 정치행위가 있고 여당에도 개방적 정치행위가 곧 잘 나온다. 때에 따라 그런 것이 정작정치의 결정적 요소가 되는 수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표면상 드러나는 여야정치행위의 성원별 평균량은 아무래도 야당 쪽이 우세한 게 현실인 것 같다.
평소 야당 측에 비해 여당의원의 발언이 당밖으로 적게 들리는 까닭이 이런데 있지 않나 싶다.
여당에서는 소수의 당간부 발언은 많이 들리지만 그 많은 소속의원의 목소리는 평소 어디에 있는지 잘 들리지 않는다.
야당에서도 역시 간부들의 목소리가 큰 게 사실이지만 각종 잦은 회의를 통해 웬만한 초선의원들의 발언도 곧잘 당밖으로 나온다.
이런 여야간의 차이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한마디로 당내경쟁성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닌가 한다. 계파가 난립한 야당에서는 당권과 당직, 정책과 대책, 발언권과 외유기회 등등 셀 수 없이 많은 문제를 놓고 계파간에, 의원상호간에 경쟁을 벌이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정치행위가 양산된다. 경쟁과정에서 서로가 서로를 상쇄하는 자해적인 정치행위가 많은 일면도 있지만 각 성원들이 단련되고 우·열이 가려지며 그 중에는 그들의 정치행위로 인한「홍보」효과로 크기도 하고「스타」가 되기도 하는 일면도 있다. 이렇게 해서 크게 된 사람, 스타들의 집정이 곧 대중동원과 지지의 한 바탕이 되는 것이다.
여당의 경우 이런 경쟁성은 떨어진다. 경쟁에서보다는「발탁」「기용」에 의한 인물부상은 더 자주 보게된다. 여당의 경쟁은 찻잔 속의 경쟁이 되기 쉽고 경쟁이 표면화하는 경우도 드문 편이다. 그렇다보니 여권에서 대중적 스타가 나오는 일도 적다.
여당 홍보에 문제가 있다며. 이린 점에 원인이 있지 않나 생각된다. 그래서 더 나은 홍보를 위해 여당은 경쟁성을 도입하고 공개하는 정치행위량을 늘리는 문제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민정당에 관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던 끝에 어떤 여당의원으로부터 당 활성화를 위해 당 지도부를 심판으로 하고 소속의원들을「민주파」와「정의파」로 팀을 나눠 경쟁을 시키면 어떻겠느냐고 하는 농반진반의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경쟁성이 여당보다 더 있다고 하여 야당이 홍보에 유리하기만 한 것은 결코 아니다. 경쟁성 때문에 정치행위량은 더 많을지 모르지만 그 양과 홍보가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의미 있고, 관심을 끌 가치 있는 정치행위라야 결국 홍보가 더 잘 된다고 볼 때 야당의 정치행위는 이 점에서 여당을 따라가기 힘들다. 국정에 영향을 미치고 실현가능성이 높기로는 아무래도 야당보다는 여당이다.
더 나은 홍보를 위해 야당에 말한다면 요컨대 정치행위의 질을 높이라는 것이다.
양산도 좋지만 한 단위로서의 비합성· 합목적성을 생각해야하고 솥뚜껑으로 자라 잡는 식의 대세적 정치에 더해 프로그램과 비전의 제시도 있어야한다.
홍보를 광고에 비유한다면, 아무리 광고를 많이 해도 결국「물건」이 좋아야 잘 팔리는 것과 마찬가지로「좋은 정치」라야 홍보가 잘되는 것이다.
이제 본격적인 정치의 계절이 온 것 같다. 국회에서는 각 당의 대표연설이 있었고 대 정부질문이 시작됐다.
말의 홍수와 함께 각 정치세력들의「홍보」에 대한 관심이 드높게 일어나겠는데 요컨대 「좋은 정치」의 총량을 크게 하는 것이 홍보의 비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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