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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 따졌다, 결론은 김해공항 확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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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리 슈발리에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 수석연구원은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영남권 신공항 후보지에 대해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안이 최적의 대안”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10년 넘게 논의돼 온 영남권 신공항 건설이 경남 밀양도, 부산 가덕도도 아닌 ‘제3의 길’로 결론 났다.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방안이 채택된 것이다. 정치권과 영남권이 밀양과 가덕도를 놓고 극한 대립을 벌여왔으나 정부는 외부 전문기관의 판단을 선택했다.

김해 신공항 수준 증설
비용 4조3929억 최저
부산·대구 “황당” 반발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21일 “외부 전문기관인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연구 결과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것이 최적의 대안”이라고 발표했다. 강 장관은 “항공 안전과 경제성, 접근성, 환경 등 입지 결정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산출한 합리적인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용역 책임자인 ADPi의 장마리 슈발리에(Jean-Marie Chevallier) 수석연구원도 “가덕과 밀양은 주변 환경과 비용 등 측면에서 공항 입지로 부적합하다”며 “김해 신공항은 확장이라기보다는 ‘90% 신공항’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날 ADPi가 발표한 ‘김해 신공항’ 안에 따르면 3200m 활주로 1본이 추가되고 총면적은 651만㎡에서 965만㎡로 늘어난다. 활주로 수용능력은 현재 연 15만2000회에서 29만9000회로 두 배가량 증가한다. 연간 수용능력도 1734만 명에서 4000만 명으로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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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신공항 사업에 필요한 예산은 4조3929억원으로 부산 가덕에 활주로 2본을 갖춘 신공항을 건설하는 비용(10조7578억원)의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김해공항 확장안을 택한 것은 경제적 합리성과 건전한 상식에 따른 결정”이라며 “덩그렇게 공항만 지어놓는 것보다 철도와 도로망을 구축해 지역 간 연결성을 높이는 것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 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김해공항을 단순 보강하는 차원을 넘어 활주로와 터미널 등 공항시설을 대폭 신설하고 공항 인근 교통망을 새로 구축할 방침이다. 서훈택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연내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 2026년께에는 새로 확장한 김해공항을 개항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당초 영남권 신공항이 목표로 했던 허브공항 건설은 향후 과제가 됐다.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규모 국책사업일수록 긴 시간을 갖고 국민 공감대 속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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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부산도 대구도 “영남권 주민 속인 것…신공항 재추진을”



하지만 이번 발표에 대해 부산을 비롯해 경남 등 해당 지역에선 “예상치 못한 황당한 결과”라는 반발이 나왔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김해공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용역이 어떻게 확장안으로 결론을 맺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360만 부산 시민을 무시한 처사”라고 했다.

강주열 남부권 신공항 범시·도민 추진위원장도 “김해공항 확장이 어려워 밀양과 가덕을 검토했던 것 아니냐”며 “그동안 영남 주민을 속인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어처구니없는 결정이다. 부산을 포함한 5개 시·도와 대응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윤석만 기자, 대구·부산=홍권삼·황선윤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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