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RD·IMF총회 호스트 김만제재무|"개도국 외채해결에 전기마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상오 8시「카라오스마노글루」아시아 담당부총재 등 IBRD간부들과 조찬 ▲상오 9시20분 미체이스맨해턴 은행장과 면담 ▲상오 10시30분 총회에서 기조연설 ▲낮 12시30분 미금융기관장 20명과 오찬 ▲하오 3시 로열은행회장 ▲하오 3시30분 홍콩상해은행 회장 ▲하오 4시 미메릴린치사 회장 ▲하오 4시30분 불소시에테제너렬 은행회장과 각각 면담 ▲하오 8시30분 서울시장주최 각국 대표를 위한 민속예술제 참석.
이상은 IBRD·IMF 서울총회 호스트(주최자)인 김만제재무장관의 9일 하루 주요 스케줄.
그러한 일과는 지난 2일 아침 IBRD·IMF 양기구 사무국장과의 면담으로부터 시작, 총회가 끝나는 11일까지 꼬박 계속되었다.
그사이「베이커」미재무장관과「다께시따」일본대장상 등 주요국가의 재무장관과 BOA 등 주요은행장들을 거의 망라, 개별 면담을 갖고 경제 및 금융협력방안을 논의했다.
10일 저녁 총회대책 한국측 총사령실인 힐튼호텔 8백21호(재무장관 임시집무실)에서 기자와 만난 김장관의 얼굴은 피로의 기색이 역연했다.
-우리나라 사상 최대의 국제행사를 치르느라 수고가 많으셨겠읍니다.
어떻습니까. IBRD·IMF총회는 계획했던 대로 잘 되었읍니까.
『이번 서울총회는 여러 면에서 아주 성공적이라고 봅니다.
큰 행사를 대과없이 치러 우리나라의 역량을 과시했다는 점, 그리고 과거 어떤 IMF총회보다도 알찬 논의가 진행된 회의였다는 점에서 호스트로서 만족스럽게 생각합니다. 빈말이 아니라 정말 관계자는 물론 협조를 해주신 시민들께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인터뷰 요청을 받아주는 조건(?)으로 김장관은 국민에 대한 자신의 인사말을 먼저 써 줄 것을 요청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하시는지.
『이번 IMF 서울총회에는 1백48개국에서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를 포함, 6천여명의 영향력 있는 외국금융관계자들이 참석했읍니다.
그들에게 우리나라의 발전상을 보여주고 좋은 인상을 심어준 것이 첫째입니다. 86아시안·88올림픽을 앞두고 이렇게 큰 행사를 치러내 우리 스스로의 역량을 확인했다는 것도 의미가 있지요.
둘째는 지금까지 소극적 태도를 보이던 미국이 이번에 적극적 자세로 돌아섬으로써 개도국외채 해결전망에 하나의 전기를 마련한 모임이라는 점입니다. 끝으로 많은 제3세계 개도국과 미수교국대표들이 참석, 그들과 접촉하고 우리의 실상을 보여줌으로써 정치 외교적으로 큰 덕을 본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성과이지요.』
-회의에 참석한 외국사람들이 한국을 좋게 말하는 것은 겉치레 인사가 아닐까요.
『아니예요. 생각했던 것보다 한국이 훨씬 발전해 있는 것에 놀라와하는 표정들이고 동양적인 예의로 친절하게 접대해준데 대해서도 인사를 많이 하더군요. 동구공산국가에서 온 한 대표는 평양과 서울의 차이가 너무나 크다면서 한국의 발전상에 감탄합디다.
보호무역주의를 강력히 배격해야 한다고 지적한 전두환대통령의 환영사에 대해서 특히 제3세계국가 대표들이 좋은 반응을 보였는데 그것도 인사치레가 아니고 동감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발전상이 해외에 지나치게 선전되어 오히려 보호무역주의의 압력을 더 받게되는 등 문제가 있지 않습니까. 이번 서울에 온 사람들이 겉으로만 보고 한국의 발전상에 대해 충격을 느끼고 돌아간다면 그것도 문제일 것 같은데.
『해외에서 우리나라의 경제가 과잉PR되고 있고 그 때문에 부작용이 있다는 것도 압니다.
그러나 냉철히 생각하면 우리의 실상은 그대로 알리고 이미지를 높여가야할 필요성이 큽니다.
어차피 미국이나 유럽시장에서는 우리가 PR안하다 해도 진출에는 한계점이 있고 그들의 보호주의 역풍은 조만간 맞게 되어 있읍니다.
우리는 이제 아프리카·중남미 등 개발도상국가 시장을 파고 들어가야 합니다. 그러자면 우리의 실력과 기술수준을 바르게 알려줘야 합니다.
예컨대 서독기계와 한국기계가 해외시장에서 수출경쟁을 한다고 할 때 어느 쪽이 더 유리하겠습니까. 많이 알려지고 이미지가 좋은 것이 더 잘 팔릴 것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것 아니겠읍니까.』
-이번 총회를 치르면서 우리나라가 경비를 다 부담하는 것이 아니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던데…. 경비는 모두 얼마나 들었읍니까.
『경비를 우리 나라에서다 부담했다는 것은 천만의 말입니다. 우리가 부담한 것은 총회장소 임대료와 각국 대표단 앞으로 한 대씩 제공한 승용차와 대표들을 실어 나른 버스대절료 뿐입니다.
그밖의 것은 항공비·호텔비·그들이 주최한 각종 연회비용, 총회를 위한 사무국 현지 고용원 인건비 등 모두가 각국대표 아니면 IBRD·IMF측의 부담입니다.
호텔비나 비행기값도 하나 깎아주지 않고 정상요금을 다 받았어요.
IBRD·IMF총회의 관례상 그렇게 하도록 되어있는 것입니다.』
총회경비부분에 얘기가 미치자 김장관은 마침 말하고 싶은 대목이었다는 듯이 옆의 실무자에게 확인해가며 방값에서부터 조목조목 얘기해 나갔다. 톤이 한층 높아졌다.
-그럼 이번 총회기간 외국참가자들이 떨어뜨리고 가는 돈이 얼마나 되리라고 추산하십니까.
『항공비·호텔비·음식비·관광쇼핑 그리고 그들이 주최한 약2백50회의 연희비용 등 전부 따지면 1천8백만달러에서 2천만달러는 되지 않겠나 생각됩니다. 우리 돈으로 1백70억∼l백80억원인가요. 반면 정부는 금융기관의 인력 및 차량지원 같은 것을 빼고 19억원의 예산을 들여 행사를 치른 것입니다』
-총회를 준비하고 치르면서 어떤 점이 가장 큰 고충이었습니까.
『모두가 열성적으로 협력해 주어 큰 어려움은 없은 셈이었지요.
있다면 날씨에 대한 걱정이 있읍니다. 우리나라의 10월초 날씨는 세계 어디에나 자랑할 수 있는 것인데 이번 회의기간에는 24년만에 처음으로 비가 자주 오는 궂은 날씨가 많아 심리적으로 부담감이 적지 않았읍니다.
그러나 하늘이 하는 일 어쩌겠읍니까.』
-총회 공식행사 외에 주요국가의 재무장관과 굵직한 은행장들을 많이 만나 개별면담을 가지셨는데 그 성과는.
『대부분의 면담이 우리경제를 설명해 주고 우리기업의 진출이나 외국의 대한진츨과 관련된 문제를 얘기했읍니다.
「베이커」미재무장관을 만났을 때는 미국의 대한 시장개방압력에 대해 섭섭한 뜻을 강력히 전했지요.
우리가 자체적으로 개방스케줄을 마련해서 추진하고 있는데 이것해라, 저것해라고 요구하면 오히려 하려고 했던 것도 그만두고 싶은 맘이 생긴다고 말입니다.』
-IMF나 IBRD측과는 신규차관교섭을 벌이지 않았습니까.
『그런 것은 없었습니다. IMF나 IBRD는 한국에 대해 무척 호의적이고 현재로선 신규교섭을 벌일 현안이 없읍니다.』
-선진 5대국 이른바 G5재무장관들이 지난 주말 서울 힐튼호텔에서 모임을 가졌었는데 사전이나 사후에 설명을 받으신 바 있으신 지.
『회담 후「다께시따」일본대장상이 설명해 주더군요. 달러화하락을 유도하기로 한 G5의 합의는 잘한 일입니다. 우리나라로서도 유리하지요. 왜냐하면 엔화절상으로 대일수출은 늘고 수입은 줄어 들테니까요.』
1시간여의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자 문밖에는 또다른 면담자들이 김장관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담=이제훈 제2경제부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