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문화공간이 분산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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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하철 개통과 함께 새로운 문화 예술의 거리가 곳곳에 들어서「문화공간」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새로 등장한 문화공간은 크게 나눠 신촌일대·동숭동대학로·관철동 및 종로2가·강남일대. 모두가 교통이 편리한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이들 지역에 올 들어 개관됐거나 개관 예정인 비교적 규모가 큰 미술관·화랑·공연장만도 20여개소.
지난날 명동·충무로에 집중됐던 서울의 문화공간이 새로 등장한 이들 문화 예술의 거리로 급속히 분산되고있다.
◇신촌=올들어 소극장이 가장 많이 문을 연 곳은 지하철2호선 전 구간개통(84년5월22일)으로 교통이 편리해진 이대역과·신촌역을 중심으로 한 신촌일대.
「신선」소극장과 소극장「피에로」가 지난 1월에, 소극장「산울림」이 3월에, 춤 전용무대인「창무춤터」가 5월에 각각 잇따라 문을 열었다.
8월에는 시민소극장이 창무춤터 1층에서 문을 열었고 11월에는 크리스틀쇼핑센터내에 2개의 소극장을 비롯, 극단 연우무대의 전용소극장 등 3개가 더 들어설 예정. 규모는 28∼2백50석, 보통은 1백석 안팎. 주로 연극을 공연하며 입장료는 3천∼5천원으로 언제나 빈자리가 없을 정도다.
전시장으로는 작년에 한강미술관이, 3월에 이화갤러리가, 4월엔 전화랑·후화랑이 차례로 문을 열어 죽화랑·연화랑 등과 함께 새로운 화랑가를 형성했다.
이와 함께 1백여 개의 카페·술집도 성업중. 이들 전시장과 소극장·카페 등에는 일반시민은 물론 인근에 있는 연세·이화·서강·홍익대 등의 대학생들과 시인 채충석, 소설가 김병총, 발레의 임성남씨를 비롯해 화가·연국인 등 많은 문화 예술인들이 자주 모여들어 새로운 문화공간의 모습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대학로=동숭동대학로는 지난4월 지하철 4호선 북쪽구간 개통과 함께 등장한 전통문화의 거리.
혜화역을 중심으로 한 이곳의 극장 수는 신촌 쪽에 비해 적지만 문예회관 대극장·소극장, 파랑새 소극장 등이 연중무휴로 활발하게 공연하고 있다.
전시장으로는 작년에 개관된「두손」갤러리·「낙산공방」을 비롯, 한국미술애호가협회 상설전시장이 지난 3월에, 「나비스」화랑이 4월에 각각 문을 열어 기존의 미술회관·샘터화랑·동숭미술관 등과 함께 새 화랑가를 형성해가고 있다.
◇관철동=74년8월15일 1호선 개통이후 종각역 주변의 관철동과 종로2가 일대는 벌써 명동을 앞서는 젊은이들의 거리로 탈바꿈.
젊은이들의 유행과 멋, 기발한 은어 등 80년대 청년문화를 창조해내는「만남의 광장」으로 각광을 받고있다.
이 지역이 젊은이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것은 종로서적·양우당·동화서적 등 유명책방을 비롯, 이들의 취향과 기호에 맞는 1백여 개의 경양식집·주점·레스토랑·디스코데크 등이 자리잡고 학원·YMCA 등 그들이 필요로 하는 각종시설이 다양하게 갖추어져 있기 때문.
◇강남일대=서울인구의 절반 가량이 모여 살면서도 환락과 유흥만이 흥청거릴 뿐 문화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강남일대도 지하철 2호선 개통과 함께 예공간3&5(역삼역)·현대문화소극장(압구정역) 등 예술공간이 들어서고 있다.
강남에 문화공간이 선보이기 시작한 것은 5년전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단지일대에 예화랑이 들어서면서부터. 그 이후 강화랑·다화랑·박여숙화랑 등이 잇따라 개관됐고 지난7월에 문을 연 역삼동의 동아극장도 영화개봉관으로 기반을 굳히고 있다.
석촌호수 공원 안에 있는 서울놀이마당(잠실역)과 무형문화재 전수회관(삼성역)도 전통예술공연장과 교육장으로 큰 몫을 해내고 있다. <양헌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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