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공동방역 중단에 말라리아 환자 2년간 83% 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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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리아 환자수가 남북 공동방역 사업 중단 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2011년 5월 방역물품을 실은 트럭이 파주 통일대교를 지나는 모습. [중앙포토]

대표적인 감염병인 말라리아가 2013년 이후 다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북한지역과 맞닿아 있는 경기도의 경우 상대적으로 환자 감염률이 높은데, 경기도와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남북 관계 경색으로 과거 4년간(2008~2011년) 진행된 말라리아 공동방역 사업이 중단된 것을 환자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병원균 전달 모기, 남측선 줄었지만
북측 방역 안돼 감염 환자는 늘어
“확산 방지 위해선 북한 관리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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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리아 병원균을 전달하는 중국얼룩날개모기. [중앙포토]

말라리아 병원균은 중국얼룩날개모기(Anopheles sinensis)를 통해 인체에 감염된다. 39~41도의 고열에 저혈압·뇌성 혼수·간질성 폐렴·급성 신장 이상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치사율은 1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20일 질병관리본부 감염병웹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경기도내 말라리아 감염 환자는 2008년 490명에서 2011년 382명으로 108명(22%) 감소했다. 전국 역시 비슷한 수준(21.5%)으로 줄었다.

이 4개년은 남북한이 처음으로 말라리아 공동방역 사업을 진행한 기간이다. 정부는 세계보건기구(WHO)를 통해 북한의 말라리아 방역활동을 간접적으로 지원해왔지만 공동방역 사업이 시작되기 바로 전 해인 2007년 환자 수는 1007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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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는 접경지역인 북한 개성과 남한 파주·연천·김포 등에서 말라리아 환자가 집중 발생하자 2008년 3월 북측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 등 관계자들과 만나 방역물품을 지원하고 모기 활동기간인 매년 6~9월 4개월간 동시 방역을 진행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이듬해 3월 평양에서 열린 ‘2008년 말라리아 남북공동방역사업 평가회’에서 남북한 모두 환자 수가 감소해 성공적인 사업으로 평가됐다.

이후 경기도는 2011년 말까지 21억원을 들여 국내 민간단체와 함께 공동방역 사업을 계속 벌였다. 2010년 3월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따른 5·24 대북제재 조치와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에도 공동방역 사업은 계속됐지만 결국 2012년부터 전면 중단됐다. 이후 감소 추세였던 말라리아 환자 수는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2012년 257명이었던 환자 수는 2013년 228명으로 감소했지만 다시 2014년 311명, 지난해 417명으로 증가했다. 2년 사이 82.9%가 늘어난 것이다.

경기도내 파주·김포 등 북서부 12개 지점에서 말라리아 매개충인 중국얼룩날개 모기를 채집한 결과 개체수는 2012년 2만8049마리(전체 모기 중 48.8%)에서 지난해 7902마리(전체 모기 중 26.9%)로 감소한 상황에서 환자 수는 오히려 증가했다.

이는 북한 내 방역사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 주요 원인 중 하나라는 게 열대의학 전문가의 설명이다. 익명을 원한 열대의학 전문가는 “북한내 방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모기가 늘었고, 이 모기가 남한쪽으로 내려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와 민간단체 등은 2014년 북한 개성 현지에서 북한국립의학과학국 소속 말라리아 담당자들과 만나 공동방역 사업을 2015년부터 진행하기로 일단 합의를 이뤄냈지만 현재 재개는 요원한 실정이다.

WHO 말라리아 자문관으로 활동한 가천의대 고(故) 박재원 교수는 생전에 “말라리아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북한지역내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며 “적기에 북한 측에 방역물자를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경기도 관계자는 “정확한 역학조사결과는 아니지만 남북 공동방역 사업의 중단이 말라리아 환자 증가의 한 요인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고,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이영재 간사는 “하루 빨리 남북한 간의 말라리아 공동방역 사업이 재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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