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위기와 IMF총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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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의 서울총회는 위기와 혼란, 대결과 보복의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는 세계경제질서를 상호협조와 공동의 노력으로 극복하고 수습할 수 있는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80년대 후반의 세계경제는 외채위기와 국제통화불안에 따른 국제금융의 위기뿐만 아니라 보호주의와 국가적 지역적 이기주의의 확산에 따른 무역질서의 붕괴위험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세계경제의 위기적 상황은 과거에도 유사한 경험이 몇차례 있었지만 지금처럼 심각하지는 않았다. 그 가장 큰 이유는 과거의 경우 개도국들의 외채와 세계무역의 불균형, 통화의 불안정이 덜 심각했기보다는 그것들을 통제하고 조정할수 있는 메커니즘이 국제적으로 기능했던데 비해 지금은 그런 조정과 협조를 뒷받침하는 제도와 정신이 함께 퇴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경제질서를 지탱해 온 두 개의 기둥, GATT와 IMF체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해의 대립과 기능의 한계로 무역 통화안정에 기여하는데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이번 회의의 가장 중요한 이슈로 제기된 개도국외채문제와 보호주의장벽은 서울총회만의 의제라기보다 금세기의 남은 15년동안 해결해야할 가장 중요한 과제들이다.
서울총회가 이같은 국제경제의 최대현안과제를 해결하는데 어떤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인지에 따라 남은 15년의 향방이 가름될 것이다. 그만큼 서울총회는 크나큰 난제를 안고 있으며 동시에 기대와 이목을 집중시키는 회의다.
우리는 이같은 중요한 국제회의가 달러약세화를 결의한 뉴욕5국 재상회의에 뒤이은 점을 주목하고자 한다. 뉴욕회의가 서울총회를 앞둔 선진국의 제스처가 아니라는 조짐은 이미 여러 군데서 나타나고 있다. 이 조치는 이미 5개선진국들의 적극적인 시장개입으로 상당한 실질효과를 나타내고 있으며, 서울총회 참석자들의 일치된 지지를 얻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만 우리는 이 합의가 일시적인 과도적 조정에 그쳐서는 문제의 근본해결이 될 수 없으며 서울총회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보다 더 많은 나라들의 협의와 공동보조를 얻어 하나의 제도적 통화안정장치가 마련돼야할 것으로 본다. 달러약세와 엔현실화에 대한 합의된 공동목표가 조속히 설정되고 그 실현이 보장된다면 미국의 보호주의와 미일무역전쟁은 예방될 수 있으며 선진 개도국들간의 안정된 무역확대도 보장될 수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중요이슈인 개도국외채문제는 이미 채권국과 채무국간의 문제를 떠나 국제금융질서의 가장 큰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채권국과 채무국, 국제금융기구와 은행들이 공동의 해결방안을 찾아야하며 채무국들의 외자조달지원방안, 상환스케줄조정과 조건의 완화, 특별기금의 설치 등 실현 가능한 제반 방안들이 이번 총회에서 합의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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