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실시대 달라지는 서울판도>|「지하생활시대」가 오고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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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지하철이 시민의 생활양식을 급속히 바꾸고 새로운 풍속도를 그려내는등 이른바 「지하철문화」를 빚어내고 있다.
땅밑에 멋있는 예술전시장이 생기고 역대합실이 젊은이들의 데이트장소로도 활용되는가하면 전동차가 훌륭한 독서실 구실을하는등 지하생활시대가 열리고 있다. 말끔한 지하상가가 들어서면서 인근지상의 구멍가게는 매상이 뚝떨어지고 버스와 택시는 손님이 줄것에 대비, 서비스개선에 눈을 돌리고 있다.
◇지하예술공간=3호선중앙청역지하1층에 들어선 우아한 은백색의 화강암으로된 예술전시장.
개통과 함께 곧 시민들에게 선보일 이 전시장은 면적 8백34평에 갖가지 조각품이 즐비한 가운데 양쪽으로 가로 5m, 세로2.5m짜리 미술·조각·서예 전시대 56개를 갖추고 있다. 지하철공사는 개통기법으로 이곳에서 한국미협주관아래 유명작가 미술품초대전시회를 개최, 한달동안 2백12점을 전시하고 전시장 사용을 일반에게도 공개할 계획.
이밖에도 사당역에 4백평, 서울운동장·종로3가·터미널역에 각각 3백평규모의 문화예술공간을 마련, 각종 예술품및 일반전시장으로 개방한다. 1호선과 2호선 연결통로에는 이미상설가두전시장이 설치돼 훌륭한 지하전시장역할을 하고있다.
◇지하휴식공간=2호선 강남역은 젊은이들의 데이트장소이자 다정한 대화의광장. 대우측이 지하1층에 상가를 만들면서 마련한 1백20평 규모의 분수대 2개와 그주변에 놓인 2백여석의 휴식공간에서는 경음악과 팝송이 은은히 울려퍼진다.
『매일 하오4∼5시면 2백여석의 의자가 꽉 찰정도로 대학생과 고교생·젊은시민들이 쌍쌍이 모여 대화를 즐긴다』고 분수대앞 「선물의집」유모양(22)은 말했다.
한고교생은 『다방엔 갈수없고 빵집에 가자니 번거로와 여자친구와 자주 찾는다』고 했다. 지난 2월부터 7윌까지는 레크리에이션지도자 전석환씨(52)가 매주 토요일 통기타와 전자오르간을 들고나와 가곡과 동요를 지도, 2백여명씩 모여 합창파티를 벌이곤했다.
2호선 을지로입구역 지하광장 5백여평에도 밝은샹들리에 밑 좌우로 벤치가 놓여져 오가는 시민들에게 휴식과 만남의장소가 되고있다. 연인들은 지하철역에서 만나 전동차를 타고 데이트를 즐기는 「땀팅」을 하기도 한다는것이 역근무자 김광덕씨(28)의 말.
서소문에서 시청앞을 거쳐 을지로6가에 이르는 지하철 1, 2호선 지하1층 통로 4㎞는 이제 서울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통행로. 여름에는 냉방, 겨울에는 난방을 하는데다 2백여개의 상점사이를 지나며 아이 쇼굉까지 할수 있어 언제나 붐빈다.
이때문에 종로통과 함께 한때 서울의 2대 가로상권을 이루었던 을지로통의 통행인이 3할정도는 줄어 한산한 느낌까지 주고 지상상가도 빛을 잃고 있는실정.
을지로3가에서 10년째 대중음식점을하는 신주희씨(50)는 재작년 2호선 을지로∼성수역간 개통직후에는 손님이 절반정도로까지 떨어진 일이 있었다고 했다.
이밖에 잠실·영동지역의 지하절역에는 아침·저녁 출퇴근하는 남편을 배웅하거나 마중하는 부인들 모습도 점점 자연스러워 보인다.
◇달리는 독서실=전절과 지하철망이 확대되면서 독서인구가 늘어나는것도 빼놓을수없는 지하철문화의 한단면 냉·난방된 전동차에 2백룩스가까운 밝은 조명, 게다가 버스에 비할수 없을 정도로 쾌적한 전동차가 시간에 쫓기는 시민들에게 「달리는 독서실」구실을 하기에 안성마춤이다.
특히 서울지하철은 시내10여개대학 앞을 통과, 10여만명의 학생들이 지하철을 이용하고 전체적으로 하루 20여만명가까이 지하철에서 책이나 신문을 읽는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하철승객 운영담당이사 강원신씨는 『일본이 그랬듯 우리나라도 「지하철독서문화」가 멀지않아 국민 독서운동에 불을 붙일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한생명은 이같은 분위기를 살리기의해 소형 월간지를 전동차 비치용으로 기증하기도 했다. <신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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